11월 대선에서 연임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후보 사퇴 결심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 AP연합
11월 대선에서 연임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후보 사퇴 결심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임기 나머지 기간을 대통령 임무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다시 한 치 앞도 모르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에서 물러난 바이든 대통령은 곧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자가 단결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 대부분도 빠르게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해진 상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민주당 내 사퇴 여론이 이끈 바이든 하차

6월 27일(이하 현지시각) CNN이 주관한 대통령 후보 선거 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자 후원자와 민주당 내부에서 바이든 사퇴론이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여론에도 완주 의사를 거듭 드러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7월 13일 민주당 상원 대표인 척 슈머 상원의원의 사퇴 촉구 발언은 분위기 전환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7월 중순이 지나자, 현직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7월 20일 선거 관련 회의에서 당 외부 유력 인사들이 후보 사퇴와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로 대외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바이든 대통령의 체력적 한계와 무기력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실세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MS NBC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 발언은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까지 대통령 후보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압박이 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들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극비로 발표된 바이든 사퇴 발표

바이든 대통령 측근에 대한 비난은 이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에서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대신, 전국 단위 지지율 등 긍정적 지표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당원의 올바른판단을 막고 있다는 게 비난의 주요 내용이다. 이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상· 하원 선거가 현실적인 과제가 되는 의원에게 큰 위협이 됐다. 자신들이 속한 지역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음은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7월 20일 늦은 오후.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참모인 마이크 도닐런 수석 전략가와 스티브 리케티 고문을 불러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는 연설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공개서한을 작성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던 도닐런이 초안을 작성하고 바이든과 리케티가 수정하는 방식으로 공개서한 작성이 이뤄졌다. 모든 과정은 극비였다. 실제 핵심 참모들도 발표 1분 전에야 통보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졌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을 위한 경선에서 승리한 현직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가장 큰 논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한 해리스 부통령이 자동으로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는가’였다. 법률적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3937명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대의원이 최종적으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여기에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주별로 결정되는 대통령 선거 절차다. 일부 주의 경우 8월 7일 이전까지 대통령 후보가 결정돼야 투표용지에 이름을 인쇄할 수 있다. 이는 8월 1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의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모금해 놓은 9600만달러(약 1327억원)에 이르는 선거 자금을 해리스가 사용할 수 있는지도 이슈다.

해리스 후보 승계 가시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은 8월 1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으로 대의원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대의원은 이미 과반인 1976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로운 후보를 결정하는 건 법률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는 상태다. 새로운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 이외의 다른 후보들이 등장할 수 있고, 이들에게도 동일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만큼 최소 1~2차례의 타운홀 미팅을 통해 민주당 당원이 후보를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고 개최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한계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기각된 상태다.

바이든의 사퇴와 해리스의 후보 승계가 가시화되자 후원자들의 지지 선언과 선거 자금 기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상황은 예상밖으로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던 민주당 유력 인사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면서 민주당은 해리스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매우 늦게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사퇴 이후 자신이 염두에 둔 인사에 대한 지지 선언을 통해 후보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지만, 바이든이 해리스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자신의 의도가 무산되자 이에 대한 불만의 의미로 해리스 지지 의사를 늦게 밝혔다고 주장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도록 한 것에 대해 섭섭함이 있었다. 바이든으로서는 다시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사퇴와 더불어 해리스 지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결집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와 거의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도록 했다. 특히 경합 주에서도 치열한 경합 구도를 보이면서 바이든 사퇴로 흔들렸던 민주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해리스 부통령이 인도계 흑인 여성으로, 백인의 지지세가 부족한 만큼 누구를 부통령 후보로 선정해 이들을 공략할지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중년 백인남성이면서 경합 주 주지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조시 샤피로 주지사(펜실베이니아), 팀 월즈 주지사(미네소타) 등이 유력하게 꼽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성권 앞세운 해리스, 그것만으로 선거 승리 회의적 시각도

해리스는 트럼프와 경쟁에서 낙태·피임 등 여성권을 앞세워 공세를 펼친다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의 보수 성향이 강해지면서 여성 신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해리스의 전략은 매우 현실적이지만, 그것만으로 선거에 승리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수인 백인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