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부동산 재개발 과정에서 근린생활시설(근생) 소유주로서 주택 분양권을 받기 위한 노력은 그 역사가 상당히 길다. 최근 재개발 과정에서 조합원이 거의 예외 없이 상가 분양권을 포기하고 주택 배정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배경과 역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재개발사업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노후한 주거지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고 1960년대부터 주택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택 공급 정책이 도입됐으며 1980년대 이후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근거 법령으로서 특히 분양권 배분 기준, 정비구역 지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절차가 명시돼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일명 도정법)은 2003년에 제정됐다. 이 법은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의 추진 절차와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서 본 법에 따라 정비 사업 계획 수립, 시행, 관리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정법에 근거해 정비 사업 추진을 위한 지역 특성에 맞춰 적용되는 조례를 제정하게 된다. 이 조례는 서울특별시에서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을 시행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근생 소유주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명시되게 된다. 당연히 여기에는 근생 소유주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역시 오랜 논쟁과 이해관계가 점철돼 있다. 근린생활시설 소유주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주택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주거 환경 개선과 주민 재정착을 목표로 도입됐다. 특히 서울은 대도시 특성상 재개발사업이 많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근생 소유주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
은평구 뉴타운 사업, 성수동 재개발사업 등등 모두 이러한 조례 기준에 따라 근생 소유주가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부터 아파트 입주권 부여 금지
그러던 것이 최근 2022년부터는 근생 소유주에게 허용됐던 아파트 입주권이 서울특별시 조례에서 제외된다. 개정의 배경으로는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들 수 있다. 근생 소유주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부여하는 것이 주거 목적의 재개발사업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그것이다. 일부 근생 소유주가 재개발을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목적으로 입주권을 획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노후 주거지를 신축 아파트로 교체해 주거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주거지를 제공하는 것이 재개발의 취지인데, 주택이 아닌 근생 소유주에게 입주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러한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정치적 배경으로는 주택 시장의 불안정성과 주택 가격 상승을 들 수 있다.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면서, 재개발사업에서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가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된 것이다. 정부는 재개발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됐다. 이에 따라 근생 소유주에게 입주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삭제되게 됐다.
물론 예외는 있는데, 구역 지정일부터 입주일까지(상당히 오랜 기간이다) 무주택을 유지해야 하고, 해당 근생이 실제 주거 용도로 사용돼 왔어야 하며(그동안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행정 관청의 과징금을 견뎌 왔어야 한다), 근생 부동산 가치가 분양될 입주권보다 높아야(쪼개기 방지차원에서) 하는 등의 조건이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조건이다.
주택과 경계 구분이 중요한 이유
사실 공공 재개발 측면에서 근생과 주택 경계가 중요하긴 하다. 근생은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주거지와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에서 입주권 배정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주거지 소유자뿐 아니라 근생 소유자에게도 같은 권리를 부여하면 형평성 및 공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효율적인 도시계획은 주거, 상업, 공업 등의 용도지역을 구분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거지와 근생의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도시계획을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주거 환경을 보호하고 쾌적성을 유지함으로써 주민의 생활 질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오피스텔을 대신한 아파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자 측면에서 교통 접근성 등 장점도 있지만,공급자 측면에서 이렇게 도정법 조례에 의해 주택으로 분양이 막힌 상황에 따른 궁여지책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주택분양가상한제 같은 정책도 이에 발맞춰 적용 범위를 변경해 나가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