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AI가 산업에 주는 변화가 여기저기서 많이 감지된다. 그중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영상 감시 분야다. 길을 걷거나 작업이나 운전을 할 때나 쇼핑을 할 때도 우리를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 바로 폐쇄형회로(CC)TV다. CCTV는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인에게 제공되는 TV라는 뜻이다. 보안용 감시 카메라로 생각하면 쉽다.
CCTV는 사람을 대신해서 침입, 범죄, 화재, 사고 등을 감시하는 ‘눈’ 역할을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조사한 ‘공공기관 CCTV 설치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33만6654대, 2021년 145만8456대, 2022년 160만7388대의 CCTV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과거의 CCTV가 눈 역할을 했다면, AI 기술이 접목된 지능형 CCTV는 눈과 뇌 역할을 해 낸다. 예를 들어 일반 CCTV는 관제 요원이 자리에 앉아 일일이 눈으로 화면을 지켜보면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과거에는 화면만 보여줬지만, 지능형 CCTV는 이를 응급 상황이라 판단해서 관제 요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장소를 사각형으로 표시해 준다. 응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해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어서, 관제 직원이 여러 대의 CCTV 화면을 보며 감시하는 방법보다 더 빠르게 조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골든타임도 확보할 수 있다. CCTV에 지능을 주기 위해서 ‘비전AI(Vision AI)’라고 불리는 지능형 영상 분석 기술을 사용한다. 비전AI는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인식하고 분석·처리한다. 비디오 영상 속 사람, 차량, 사물 등의 객체를 AI가 검출·인식하고, 이상 상황 여부를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판단한다. 이는 자율주행차에서도 활용된다. 주변 사물, 사람, 신호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해 차량 속도와 방향 등을 조작할 수 있다. AI가 동영상을 보고 영상 속 이미지뿐 아니라 소리, 텍스트 등을 한꺼번에 분석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 객체 인식 알고리즘 모델은 YOLO 계열이다. 이는 ‘YOU Only Look Once’의 약자로,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알아낸다는 의미가 있다.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전 삼성전자 상무
지능형 CCTV 응용 분야 확대
CCTV에 AI가 적용되면서 영상 보안의 효율성과 정확성,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해 범죄와 사고 예방이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군사경계선, 공항 등 주요 시설은 물론이고, 최근 기업 사업장 경비와 산업 안전 목적으로 지능형 CCTV를 도입하는 곳이 느는 추세다. 이 밖에도 CCTV가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데이터화하고,자동차 속도를 감지해 속도위반, 불법 주정차를 찾아내기도 한다. 지능형 CCTV의 응용 분야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는 군사 경계, 공항 등 주요 시설의 보안에 쓰인다. 군사경계선이나 공항, 항만 등에 탑재돼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군사용 특수 카메라와 연계해 경계 태세를 강화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울타리, 담벼락에 탑재되는 감지 센서와 연동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영상을 녹화하는 CCTV와 이상 여부를 탐지하는 센서를 결합해 활용한다.
둘째는 사회 안전과 사회적 약자 보호 기능이다. 수상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판단해 관리자에게 알려주거나 비명 등 수상한 소리가 발생하면 해당 영상을 관제 직원에게 알람과 함께 보여줘 범죄 행위를 예방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범죄를 예방하는 데도 활용된다. 교내 폭행이나 외부인 침입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위험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 지하철 교통 약자 안전과 부정 승차 예방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셋째는 산재 사고와 화재를 예방하는 데 활용된다. 불꽃이나 연기가 감지되거나 작업자가 위험에 처한 경우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 산업 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에게 안전모 착용을 지시하고, 위험한 장소에 있는 근무자에게 위험 지역임을 안내해 이동을 요청하는 것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능형 CCTV 핵심은 시스템 반도체
1990년대는 주로 아날로그 기반의 CCTV 시스템이 사용됐는데 이는 단순한 움직임 감지와 녹화 기능에 국한됐지만, 2000년대에 디지털 영상 처리 시스템(Digital Camera Processor·H.264 DVR 등)이 등장했다. HD(High Definition)급 해상도의 화질 개선과 함께, 네트워크 연결과 클라우드 기술이 도입돼 원격으로 영상을 접근시키고 대용량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IP 카메라가 널리 보급됐고, 영상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해졌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머신러닝 기술이 활용되고, 영상 신호 처리 시스템은 더욱 지능화됐다. 이는 객체 인식, 행동 분석, 실시간 반응 및 예측 기능을 가능하게 해 보안 및 감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됐다. 이 시기부터 비전AI가 구현되면서 영상 분석 시스템은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인 보안 솔루션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를 구현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영상 신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하며, 영상신호처리부(ISP), 중앙처리장치(CPU), 통신용 코덱(H.264·JPEG CODEC 등) 및 신경망처리장치(NPU)로 구성된다. 특히, AI를 활용해 객체 인식, 얼굴 인식, 행동 분석 등을 수행하게 돼 보안 및 감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해외 기업으로는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이 절대 강자이며, 미국 암바렐라(Ambarella), 대만 미디어텍(MediaTek), 노바텍(Novatek), 중국 고크(Goke), 풀한(Full-han), 록칩(Rockchip)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인 아이닉스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IP 카메라용 칩인 EN675를 삼성 28nm(나노미터) 공정으로 개발해 2022년부터 세연테크, 웹게이트, 원우이엔지 같은 국내 보안 시스템 기업에 공급하고 있으며, 보다 보안성이 뛰어나고, NPU의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칩인 EN683을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웹게이트는 서울 전철 역사 같은 공공시설에 CCTV를 수천 대를 적용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세연테크는 높은 수준의 보안성이 필요한 국내 시중은행에 자사 CCTV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은 반도체 칩은 물론이고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등이 함께 받쳐줘야 한다. 관련 시스템 반도체 국산화에 성공한 아이닉스 사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국산 칩을 꼭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해외 칩을 사용할 때의 애로 사항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술 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는 해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경우 특정 회사에 종속돼 칩 구매 협상이 어렵고, 기술도 종속될 뿐 아니라 소재‧부품의 공급망 위기 시 보안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팹리스가 해외의 뛰어난 기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보안 시스템 기업과 긴밀한 협업을 통한 차별화로 맞서야 한다. 그리고 국내 대‧중견 보안 제조사도 국산 칩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국산 칩 활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능형 CCTV용 시스템 반도체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실행되는 AI)의 대표적인 응용 칩이다. 이외에도 스마트홈,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 팹리스가 집중할 좋은 분야다.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