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7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전기비 기준 2.8%로 1분기(1.4%)는 물론, 시장 예상치(2.1%)를 훌쩍 뛰어넘었다. 예상 밖 ‘깜짝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계에서는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호한 경제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업률, 취업자 수 등으로 나타나는 고용 시장의 활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업률은 4.1%로 2021년 이후 처음으로 4%를 초과했다. 2023년 6월 3.4%에 비해서는 0.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6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20만6000개 증가에 그쳤다. 5월 취업자 증가 폭 21만8000명 대비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이런 이유로 최근 미국 금융계에서는 ‘삼의 법칙(Sahm’s Rule)’을 언급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 클라우디아 삼의 이름을 딴 이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이론이다. 해당 수치는 최근 0.43%포인트까지 올랐다. 이 때문에 필자는 연준이 향후 2개월 내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사진 AP연합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사진 AP연합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 시장의 투자자는 글로벌 경제, 금융, 무역 시스템의 기능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안정에 대한 대내외적 위험을 털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위험을 시장 심리로부터 디커플링(분리)하는 건 특정 기술 회사에 대한 한계가 없을 것 같은 긍정적 전망, ① 미국의 경제예외주의(American economic exceptionalism)에 대한 광범위한 신뢰, 미국 연준을 향한 지속적인 믿음 등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이 중 앞의 두 가지 요인은 최근 압박받고 있으며, 결국 긍정적인 전망의 지속성은 세 번째 요인에 의해 더 좌우될 전망이다. 

2023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주요 이슈는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했을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 피해와 생계 및 물리적 인프라의 대규모 파괴가 발생하면서 해운과 무역을 교란하고 유가를 상승시키는 지역 차원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중국과 미국 관계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대(對)중국 기술 관련 수출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른 국가는 점점 더 복잡해진 무역 정세를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이다. 미국 대선 캠페인은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 새로운 관세가 내년에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한편, 자국 내 선거로 인해 주요 유럽 국가에서 온건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 정당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투자자가 이러한 상황에 크게 겁먹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시장과 경제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시장이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면역력을 갖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퀸스칼리지 총장 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 전 핌코 CEO, ‘퍼머크라이시스’ 공저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퀸스칼리지 총장
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 전 핌코 CEO, ‘퍼머크라이시스’ 공저자

첫 번째 요인인 기술 기업에 대한 신뢰도 상승은 역사적인 사건인 인공지능(AI) 혁명의 영향이 여전히 추진력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직접적인 효과는 미국 주식시장의 상당한 상승세에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는 대부분 새로운 생성 AI 모델과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 및 하드웨어에 긴밀하게 연결된 소수의 기술 기업에 의해 시작됐다. 

이 기업은 시가총액의 놀라운 급등을 경험했다. 물론 대표적인 사례는 시가총액이 2022년 말 3000억달러(약 414조8000억원)에서 지난 6월 3조달러(약 4148조원)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엔비디아다. 다른 승자로는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술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을 향한 시장의 열광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일과 근무 패턴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들이 출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일부 기업뿐만아니라 경제 전반의 미래를 개선할 수 있는 광범위한 생산성 향상을 끌어낼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성장을 낙관할 근거가 상당하지만, 가파르게 오른 주가에 대해서는 되짚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과도한 열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무분별한 열광은 위험한 버블로이어질 수 있으며, 그 여파는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미국의 경제예외주의에 대한 확신도 위협받고 있다. 현재 전반적인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가구와 중소기업은 이미 지출 확대에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소득, 지출, 금융 안정의 중심인 미국 노동시장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 등 일부 지표가 위험을 알리는 노란색 신호를 서서히 보내기 시작하는 등 데이터가 심상치 않다.

이러한 상황은 연준의 통화정책을 우리가 더 유심히 지켜보도록 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연준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매우 흔하다. 이러한 ② ‘연준 풋(Fed foot)’은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나 과도한 시장 변동성이 발생하면 통화정책이 신속하게 완화될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부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경제 위기에 대해 연준은 미국 시장에서 이러한 반응을 계속 보였으며, 2018년 4분기 같은 소규모 시장 혼란에 대응할 때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연준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신뢰해도 괜찮을까. 신뢰해도 괜찮다. 하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최대한 빨리 낮추겠다’는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현재의 긴축 통화정책을 피하기 위해 향후 2개월 내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고용과 경제에 과도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실제로 과도한 긴축 통화정책은 앞의 두 가지 요인을 더욱 약화해 시장이 국내외에 발생하는 불안정 요소를 개선하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한다. 

Tip

미국인은 자국 경제가 다른 나라 경제와 비교해 독특하거나 뛰어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미국의 경제예외주의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경제가 산업화 이후부터 정보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지속했다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혁신의 허브인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은 연구개발(R&D) 투자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성장의 젖줄인 석유, 천연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 우수한 교육 시스템 덕분에 다재다능한 글로벌 인적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세계무역의 중심지로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본사가 몰려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금융시장의 급격한 하락이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양적 완화 등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풋옵션(Put Option)’에서 유래됐으며, 주식·채권 등 자산 시장의 하락을 방어하는 보험 역할을 연준이 한다는 비유에서 비롯됐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하락이나 경제적 위기 시기에 시장 안정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 개입하는 게 중앙은행의 임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1987년 블랙 먼데이,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연준의 시장 안정 조치를 당시 의장의 이름을 따 그린스펀 풋, 버냉키 풋, 파월 풋 등으로 부른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퀸스칼리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