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취, 과열, 파멸로 치닫는  경제 위기 100년의 역사와 미래

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

린다유 | 안세민 옮김 | 청림출판 |  2만원 | 352쪽 | 7월 10일 발행

7월 2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로 다우존스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하락하자 한 트레이더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AFP연합
7월 2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로 다우존스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하락하자 한 트레이더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엔비디아 -6.8%, 메타 -5.6%, 알파벳 -5.0%,  테슬라 -12.3%…

7월 24일(이하 현지시각) 기술주가 우수수 떨어지는 급락장이 연출되자,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술렁였다. 애플, 아마존 등의 2%대 하락이 그나마 선방으로 평가됐다. 이날 다우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며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를 주도한 기술주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자 전 세계 투자자의 신경이 곤두섰다. 특히 이날 급락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5% 급감한 테슬라의 2분기 실적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등 수익성이 부풀어 오른 주가를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다. 

“1929년의 대폭락은 경이적인 기술이 주식시장의 끊임없는 상승을 견인할 것이며, 따라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게 돈을 버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믿음에 힘입은 것이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에 대한 저자의 인식에서 최근 기술주 급락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AI 기술이 성장의 한계를 허물 것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기면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당 161엔까지 치솟았던 엔화 환율이 기술주 급락 후 152엔까지 떨어지며(엔화 가치 급등) 슈퍼 엔저에 제동이 걸린 것도 투자자의 신경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 25일 “기술주 투자와 엔저에 동시 베팅하던 헤지펀드들이 급격한 엔고에 손실이 나자, 기술주를 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제학과 겸임교수인 저자는 지난 100년간 반복됐던 성장과 불황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인간 탐욕이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실증했다. 그는 거의 모든 역사적인 경제 위기는 ‘도취감 고조→신뢰 붕괴→여파’라는 3단계 메커니즘으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맹신과 도취감으로 형성된 거품이 만드는 위기는 주식시장에만 국한된 메커니즘이 아니다. 1980년대 대공황급 금융 위기로 불렸던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진앙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할 것”이라는 도취감이 자산 구조가 취약한 저축대부조합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부추겼다. 이미 당시 전국 조합의 3분의 1이 손실을 보고 있었지만, 법에 의해 예금보험기금이 손실을 메워주는 구조가 투자에 대한 도취감을 부추겼다. 이런 구조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은 파산과 붕괴라는 결말을 피하지 못했고, 미국은 구조조정이라는 고통 속에 1990년대를 보냈다.

1980년대 세계경제를 호령했던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달러 가치를 낮추기로 한 1985년 플라자 합의와 1987년 루브르 합의에서 비롯된 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이 완화되자, ‘빚으로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도취감이 온 나라에 퍼졌다. 부작용을 조정하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버블이 꺼지자, 4만까지 치솟았던 닛케이 지수는 반년 만에 반 토막 났고,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문제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현안으로 대두됐다. 이렇게 시작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로 인한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엔저 정책 등으로 싸웠고, 30년 만에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중국이 다음번 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가늠조차 못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 기업의 막대한 부채는 언젠가 거품을 터뜨릴 것이고, 이는 전 세계적 위기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가가치세와 금융실명제에서 아시아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강만수│삼성글로벌리서치│ 4만5000원│748쪽│8월 5일 발행

한국 경제의 격변기를 경제 관료로서 경험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비망록이다. 2005년 발간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의 증보판이다. 2015년 발간한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과 경제 관료로서 그의 철학이 더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대응 경험이 비망록 형식으로 펼쳐진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투자자는 무엇이 다른가?

우산을 든 투자자

마크 스피츠나겔│김경민 옮김│ 송종은 감수│워터베어프레스│ 1만9000원│300쪽│7월 26일 발행

2024년 7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투자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증시가 ‘역사상 최대 버블의 고점’에 근접해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 ‘블랙스완’ 펀드로 불리는 유니버사(Universa)의 설립자인 저자가 상승 가도에 있는 미국 증시의 버블 가능성을 거론한 이유와 투자 리스크 관리 기법에 대해서 들어보자. 투자 수익률은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도 담았다. 

마침내 다가온 선택의 시간

AI 레볼루션

장세훈│클레버니스│ 2만원 │236쪽 │7월 26일 발행

AI의 역사와 발전 과정, 최신 기술 동향, 각 산업 분야에서 활용 사례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AI의 기술적 기반인 머신러닝과 딥러닝 개념부터 설명하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다양한 AI 서비스와 제품을 소개한다. 의료, 금융, 제조, 교육 등 AI가 적용되는 주요 분야의 사례를 통해 AI가 어떻게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내일의 나에게  미루지 않겠다

미룸 방지법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박선령 옮김│영림카디널│ 2만원│216쪽│7월 31일 발행

세계적인 자기 계발 분야 멘토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루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며 일을 왜 미루는지 그 원인부터 찾아야 근본적으로 이 습관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스스로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20여 가지 특별한 전술을 통해, 이제부터 우리 모두 내 안에 자리 잡은 ‘미루기’라는 골칫거리를 제거해 보자.

일본적이면서도 더욱 한국적인 교토 가이드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이인우│파람북│ 2만3300원│400쪽│ 7월 12일 발행

긴카쿠지(금각사), 가쓰라리큐(일본 황실정원) 등 한국인에게도 이제 제법 익숙한 교토의 명승을 소개한다. 현지인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 전한다. 교토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일본적’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법 그리고 탐미적인 일본인도 놓치고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간파할 수 있는 미학의 정수로,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저 아득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과대광고, 희망 그리고 FTX의 10억달러 핀테크 제국의 몰락 

크립토마니아 (CRYPTO MANIA)

앤드루 R 차우│사이먼 엘리먼트│ 29.99달러│416쪽│8월 6일 발행

미국 ‘타임’의 기술 전문기자인 저자가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과 관련 사기 범죄 혐의로 징역 25년과 110억달러 손실 배상 명령을 받은 샘 뱅크먼프리드 성공과 몰락 과정을 집중 해부했다. 성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뱅크먼프리드의 사업 방식이 어떻게 대중을 열광시켰고,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고위험 금융 상품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는지 보여준다. 

정원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