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캐나다의 무역 사절단(이하 TCT M·The Team Canada Trade Mission)이 닷새간 한국을 찾았다. 메리 응 캐나다 수출진흥·국제무역 및 경제개발 장관은 155개 이상의 캐나다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한 TCTM을 이끌고 한국에서 사업 기회를 엿봤다. TCTM 인원은 약 250명에 달했다.
TCTM이 한국을 찾은 것은 캐나다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경제적 기회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2년 11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외교·경제적 관계가 긴밀하기에 캐나다는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캐나다를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23년 한국을 찾아 핵심 광물 및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의 무역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며 균형 관계다. 2023년 기준, 한국은 캐나다의 7대 상품 교역국이자 8대 수출 시장, 6대 수입국이다. 캐나다는 한국의 11위 교역국이다. 캐나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한· 캐나다 자유무역협정(CKFTA)’을 2015년에 체결했다. 올해는 CKFTA 체결 1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조선비즈는 최근 서울 중구에 있는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타마라 모휘니(Tamara Mawhinney) 주한캐나다 대사를 만났다.
모휘니 대사는 2022년 8월 한국에 부임했다. 32년 동안 캐나다 외무부에서 일했지만, 주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일했다.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이 첫 근무지다. 모휘니 대사는 “캐나다와 한국은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캐나다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한국과 캐나다는 지난해에 수교 60주년을 맞았다”며 “양국이 역동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시기에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겪은 인상 깊은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해 5월, 트뤼도 총리의 방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트뤼도 총리는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캐나다 지도자로는 9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하이킹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 멋진 산책로가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하다. 지난 주말에도 북한산 승가사까지 걸었다. 산에 가면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얻을 수 없는 한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트뤼도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캐나다 외무 장관을 박진 전 외무 장관이 진관사로 초대했다. 사찰 음식으로 점심을 하고 경내를 산책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올해가 CKFTA 체결 10주년이다. 그동안 양국 관계는 어떻게 변했다고 보나.
“양국 무역의 약 99%는 관세가 면제됐고 무역은 FTA에 힘입어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5년 CKFTA 발효 이후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은 CKFTA 발효 전보다 82.5% 증가했다. 캐나다에 대한 한국의 직접 투자액은 세 배 늘었다.”
TCTM이 대규모로 한국을 찾았다. 어떤 일을 했나.
“TCTM은 농업 및 가공식품, 청정에너지, 청정 기술, 생명과학, ICT 등의 분야에서 캐나다의 역량을 보여주며 협력의 기회를 찾았다. TCTM을 이끈 응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크래프톤 등 캐나다 내 한국 투자자들을 만나 캐나다가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TCTM은 캐나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과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환경 기술 및 서비스 전문 기업 트리엄(TRIUM Environmen-tal)은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업인 비즈데이터(BizData)와 MOU를 체결했다. 조만간 더 많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캐나다의 주요 수출입 항목은 무엇인가.
“한국은 에너지, 광물, 농업 및 농식품, 천연자원의 주요 수입국이다. 캐나다는 한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기타 공산품을 수입한다. 2023년 캐나다와 한국의 상품 무역 규모는 209억달러(약 28조5500억원)였다. 캐나다는 한국에 70억달러(약 9조5600억원)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다. 주로 광물, 육류, 목재 펄프, 전자·기계 및 장비를 수출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캐나다에 139억달러(약 18조9900억원) 상당의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전기 및 전자·기계, 철강 제품을 수출했다. 양국의 서비스 무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에 양국의 서비스 무역액은 25억달러(약 3조4100억원)에 달했다. 캐나다의 서비스 수출 주요 구성 요소는 국제 교육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인 1만5930명이 유학 허가를 얻었다. 한국은 캐나다에서 열 번째로 큰 유학생 공급국이다.”
한국과 캐나다의 무역을 확대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나.
“캐나다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숙련된 노동력, 공장을 위한 토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퓨처엠 등 한국의 배터리 관련 기업이 캐나다에 투자하면서 캐나다의 전기차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청정에너지, 소형모듈원자로(SMR) 역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다.”
캐나다 경제 규모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AI 기술력, 전문 인력, 경쟁력 측면에서 AI 선두 국가로 꼽힌다. AI 분야 협력 가능성은.
“윤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토론토대였다. 양국의 상호 보완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캐나다는 2017년 ‘범캐나다 AI 전략’을 발표하고 토론토·에드먼턴·몬트리올을 중심으로 3대 AI 슈퍼 클러스터를 조성, 기초연구에 공을 들였다. 캐나다의 국립 AI 연구기관은 AI 연구·개발 성공을 보장한다. 캐나다의 AI 전문성은 한국의 다양한 산업에 도입됐다.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사이클리카는 유한양행, SK케미칼과 신약 개발과 관련한 협약을 맺었다. 캐나다 벡터 연구소와 KT는 음성 언어 인식·해석·생성 등 음성 기능에 대한 AI 연구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제조·농업·생명과학 등에서도 AI 관련 협력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캐나다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방안은.
“주한캐나다대사관의 ‘캐나다 무역 위원 서비스팀’은 캐나다 수출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은 캐나다 투자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을 지원한다. 농식품 부문에선 2023년 7월과 11월, 한국 홈플러스와 협력해, 보리를 먹인 캐나다산 돼지고기를 홍보했다. 그 덕분인지 2023년 캐나다 돼지고기의 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 늘었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출입 목표액은.
“캐나다는 국가별 수출 및 수입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캐나다는 2025년까지 수출을 50% 늘리는 것을 목표로 2018년에 ‘무역 다각화 전략’을 시작했다. 캐나다 외교부가 2023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한국 수출 연간 성장률은 7.7%로 다각화 목표(5.2%)를 초과했다. 한국에 대한 연평균 수출은 2030년까지 급속도로 증가해 2050년에는 최대 160억달러(약 21조8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두 배 이상이다. 캐나다와 한국 무역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