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멀티패밀리(다세대 임대주택)와 호텔 섹터에 대해 알아보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내용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미국의 멀티패밀리 섹터는 국내에서 공유 주거 개념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월세 형태의 다세대주택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멀티패밀리는 기관투자자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섹터로, 미국 단독주택의 부족(최소 310만 가구)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4년 미국 멀티패밀리 시장에는 약 44만 가구의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다. 시카고, 워싱턴 D.C.,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공급량이 이미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주거 시장 규모가 크게는 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지난 몇 년간의 공급 부족에서 회복할 전망이다. 이는 수십 년 내 가장 큰 규모의 공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급 회복과 함께 임차인의 월세 부담도 완화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기록적인 임대료 상승률이 관찰됐던 것과 반대로, 작년 하반기 이후 전년 대비 1% 미만의 제한적인 임대료 상승이 관찰되기 시작했으며, 올해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美 멀티패밀리 시장 공급 감소세 전환 전망
단독주택 공급 부족과 더불어 고금리 환경 지속에 따라 미국 내 주택 소유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월세 부담 감소는 멀티패밀리에 대한 접근성 향상 및 대체 옵션으로 고려돼 수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실제로, 주택 구매 시 평균 월 모기지(주택 담보대출) 상환금 대비 멀티패밀리의 평균 월세 프리미엄(추가 금액)은 2023년 약 52%였으나 올해는 35%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2024년 대규모 공급과 더불어 단기적인 경제 침체로 미국 멀티패밀리 시장 공실률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 이전 평균치를 상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오스틴, 댈러스, 내슈빌, 애틀랜타 등 고용 증가가 두드러진 지역을 기반으로 신규 공급 대부분이 흡수되는 등 견고한 수요도 지속되면서 평균 점유율은 94% 이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향후 멀티패밀리의 공급은 다시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부동산 펀더멘털 약화와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최근 신규 멀티패밀리 프로젝트 착공이 크게 줄면서, CBRE는 2024년에는 신규 착공이 팬데믹 이전 평균 대비 45%, 2022년 최고치 대비 7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2026년까지 신규 공급은 현재 수준의 절반 이하로 축소할 것으로 보이면서 점유율과 월세 모두 큰 폭 회복이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 약화와 고금리 지속에 따른 멀티패밀리 섹터의 가격 하락은 자금력 있는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 투자 시장 회복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반적으로 5~7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 투자 전략을 가진 투자자에게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자본환원율(Cap Rate·연간 순 영업수익을 자산 가치로 나눈 값)이 상대적으로 25~50bps(0.25~0.5%포인트) 높고 내년 높은 임대료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은 2024년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로 고려된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의 외국인 방한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호텔 시장 수요 회복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와 함께 최근 투자자의 관심도 증가하면서 최근 주요 호텔 거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 호텔 시장은 당분간 고전이 예상되면서 회복에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단기 임차, 글램핑(고급스럽고 편리한 물건을 갖춰 놓고 하는 야영), 크루즈 노선, 카지노 등의 대체 숙박 시설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 경기 침체, 소비자 지출 감소, 유럽과 중동의 군사적 갈등 등이 2024년 미국 호텔 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리조트 부동산 성장 가장 느릴 듯
호텔 시장 실적은 시장과 등급별로 상이하게 전망된다. 도심 및 공항, 호텔은 해외여행객 증가로 실적이 긍정적인 반면,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 제한으로 인해 수혜를 본 리조트 부동산은 가장 느린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등급별로는 Upper-Midscale Chain(3~4성급 브랜드 호텔)의 경우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도 Upper-Midscale Chain의 RevPAR(Revenue Per Available Room·이용 가능한 객실별 수입)은 가성비 숙소에 대한 고객 니즈 증가에 따라 다른 급 호텔 대비 평균적으로 덜 떨어지고 더 빨리 회복하며 상대적으로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해 왔으며, 올해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CBRE는 2024년 미국 호텔 시장의 RevPAR 성장률이 약 3% 수준에 그치며, 동시에 높은 임금 상승률, 식음료 및 비운영 비용 증가, 리노베이션 비용 증가, 높은 이자율로 인해 호텔업의 마진, 수익 및 현금 흐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말 기준 호텔 자산의 평균 자본환원율은 약 8%이며 대출 금리는 8.4%다. 대출 비용이 자본환원율을 상회하는 역마진 현상이 관찰되는 가운데, 호텔 자본환원율 대비차입 비용의 스프레드는 다른 부동산 섹터 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관찰되면서 호텔 자산의 선호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RevPAR 성장 제한, 비용 증가 및 예상 수익 감소로 인해 올해 호텔 투자 활동은 감소할 것이다.
투자자는 좀 더 선택적으로 호텔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트로피 자산, 과거 제한적인 공급이 존재한 시장의 신규 시장의 새로운 셀렉티드 서비스 호텔(합리적인 가격과 스타일로 제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급 호텔) 및 비즈니스와 레저 수요가 견고하게 혼합된 시장 내 단체 수요 위주 호텔에 대한 수요가 올해 호텔 투자 규모를 그나마 견인할 전망이다. 다음에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대비 소위 10년을 앞서가고 있다는 아시아⋅태평양 최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일본을 들여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