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따른 전력 수요의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전력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과 겨울에는 냉방과 난방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허윤지 에너지경제 연구원 부연구위원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 2021년 한국경제학술상 수상
허윤지 에너지경제 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 2021년 한국경제학술상 수상

매해 반복되는 여름 냉방비는 이제 낯설지 않은 주제다.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이 필요해 봄가을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냉방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전기 요금 부담이, 전력 당국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기후변화와전기화에 따라 전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여름과 겨울의 전력 수급 문제는 더욱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8월 5일, 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또 한 차례 경신됐다. 최대 전력 수요는 특정 기간 발생한 전력 수요 중 가장 높은 값을 의미하며, 이는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최대 전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8월 5일 기준으로 93.8GW로 나타나 작년에 기록된93.6GW를 넘어섰다. 증가세는 2004년 51.3GW에서 2009년 63.2GW, 2014년 76.1GW, 2019년 90.3GW 등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중 최대 전력 수요는 여름과 겨울 발생

물론 전력 수요는 계절에 상관없이 증가하였다. 다음 그림은 2013~2023년 주중 일별 최대 전력 수요 실적을 보여준다. 2013~2021년의 일별 최대 전력 수요는 회색, 2022년은 초록색, 2023년은 주황색으로 표기되었다. 2022년과 2023년의 일별 최대 전력 수요는 이전 연도와 비교해도 두드러지게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전력 수요의 이러한 증가 추세는 계절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름과 겨울의 일별 최대 수요가 봄가을에 비해 높다는 것은 전력 수요에 계절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계절성은 주로 기온과 비선형적 관계에 기인한다. 기온이 일정 수준보다 높거나 낮을 때, 냉방 또는 난방 수요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전력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겨울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2022년 94.5GW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으며, 여름 최대 전력 수요 역시 앞서 언급하였듯 지난 8월 5일 기준 93.8GW로 여름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연중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시기를 살펴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여름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겨울에 나타났다. 이후에는 여름과 겨울이 번갈아가며 연중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연중 최대 전력 수요가 겨울에 발생하는 것은 해외 주요국과 차별되는 특징으로, 기존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상업 부문의 난방 수요로 설명하였다. 즉, 전기화 수준이 높은 상업 부문에서 난방에 대한 전기 수요가 높아 겨울 최대 전력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연중 최대 전력 수요가 특정 계절에 집중되지 않고 여름 또는 겨울 나타나고 있는 데에는 부문별 냉난방 설비의 전기화와 기온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력, 안정적인 전력 수급의 지표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급 능력과 공급 예비력이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공급 능력은 일정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의미하며, 총설비용량에서 고장,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이 불가능한 설비를 제외한 값으로 산정된다. 예비력은 보통 공급 예비력을 지칭하며, 이는 공급 능력에서 전력 수요를 제한 부분, 즉 공급 능력의 여유분을 의미한다. 이 여유분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 예비율이며, 이를 통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설비는 단기간에 건설하기 어렵고, 건설 이후에도 전력망과 연결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력 당국은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급을 검토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은 2년 단위로 수립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급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정부는 예비력 수준에 따라 전력 수급 비상 단계를 발령한다. 이 단계는 준비‧관심‧주의‧비상‧심각 5단계로 구분되며, 각 단계에서는 가정 및 산업체의 절전을 권고한다. 예를 들어, 준비 단계는 공급 예비력이 5.5GW 미만일 때 발령되며, 이때는 전기 냉방 기기 가동을 자제하고 실내 온도를 26℃ 이상으로 유지하며, 미사용 전기 장치의 전원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절감, 최대 전력 수요가 나타나는 오후 4~5시 전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의 조치가 권고된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의 영향 등으로 전력 수요가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8월 7일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이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의 영향 등으로 전력 수요가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8월 7일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이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리적인 소비는 요금 절감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도움

날씨에 따른 전력 수요의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전력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과 겨울에는 냉방과 난방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전등이나 전자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 작은 노력이 쌓이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전기 요금을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수급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산업계의 기술 혁신도 합리적인 전력 소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소비자는 전기 요금 절감을 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으며, 기업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가전제품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신형 에어컨과 난방 기기 그리고 에너지 절약형 조명 기기 등은 전력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업이 이러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소비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우리는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 수급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허윤지 에너지경제 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