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전 유한양행 선임 연구원, 전 한국바이오기술투자 투자심사팀 팀장,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CIO 사진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전 유한양행 선임 연구원, 전 한국바이오기술투자 투자심사팀 팀장,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CIO 사진 한국투자파트너스

“바이오벤처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함이 필요하다.”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대부’로 불리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냥 코스닥 시장 상장이나 해보자는 마인드로는 투자 유치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사업도 잘할 수가 없는 시절이 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내년엔 상장 폐지되는 바이오 기업이 우수수 생겨날 수 있다”면서 “데이터 조작이나 사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게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에 드는 상당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 투자는 작년 전체 벤처 투자 규모 대비 16%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 바이오·의료 투자 비중이 30%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절반으로 떨어졌다.

다만 황 대표는 바이오 영역이 다시 살아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인류가 인체에 대해 몇 퍼센트 이해했느냐?’라고 가정했을 때 그 수준이 5% 정도에 그친다는 판단에서다. 고령화와 기후 위기 심화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만큼은 여전히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약사 출신인 황 대표가 벤처 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유한양행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입사, 국내 첫 약사 출신 심사역이 됐다.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해 리가켐바이오, 바이로메드 등을 발굴했다.

황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바이오벤처가 외면받은 지난해에도 총 28곳 바이오벤처에 1136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 30곳 대비 2곳 줄었지만, 투자 규모는 59% 증가했다. 내년에는 바이오 전용 투자 펀드 결성도 검토 중이다.

그는 “팬데믹 시기까지는 아니겠지만, 3~5년 후면 바이오벤처를 향한 주목도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창업하면 무조건 투자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네트워킹하고 더 많이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면서 목숨 걸고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 투자 감소의 이유는 무엇인가.

“바이오 부문 벤처 투자 감소는 금리 및 유동성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 팬데믹 시기 진단 업계를 필두로 한 실적 개선과 그에 따른 증시에서의 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바이오는 가장 핫한 섹터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실적도, 주가도 모두 부진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금리 인상으로 벤처 투자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바이오가 특히 외면받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의료 기기 개발 기업, 피부 미용 기업 등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업체당 투자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2022년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바이오·의료 섹터 투자 규모는 716억원으로, 30개 업체에 집행했다. 지난해는 1163억원을 28개 업체에 집행했다. 업체당 투자 규모는 2022년 24억원에서 2023년 42억원으로, 75% 증가한 셈이다.”

주식시장 등의 바이오벤처 외면으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졌을 것 같다.

“국내에서 바이오벤처 투자금 회수는 주로 코스닥 시장 상장으로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상장 문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트랙레코드가 있는 R&D, 특허 수준이 좋다면 상장은 여전히 유효한 자금 회수 수단이 되고 있다.

기존에 투자했던 바이오벤처 티움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지놈앤컴퍼니 등은 코스닥 시장 상장사로 주식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진행했고, 라메디텍이나 엑셀세라퓨틱스 등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기대된다.”

바이오벤처 투자 기준의 변화는 없나.

“수십 년째 투자 기준의 변화는 없다. R&D 실적이 있고, 해당 연구를 한 전문가가 좋은 특허를 가지고 외부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면 언제라도 투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타 산업 기술과 융합을 주요 투자 판단 요소로 살피고 있다.”

상장 바이오 기업의 부실 문제가 투자 위축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임상 결과 등을 속인 사례도 있긴 하다. 다만 그보다 문제는 제도다. 지금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다. 바이오벤처는 연구 성과가 나기 전까진 손실이 불가피하다. 법차손 퇴출 기준 탓에 R&D가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차손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말인지.

“현행 법차손은 자기 자본 50%를 초과한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3년간 2회 이상 지속되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 임상 2상, 3상까지도 진행해야 하는 바이오벤처 기술특례상장기업은 기간 내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바이오벤처 투자 위기는 언제까지로 보고 있나.

“바이오 시장 성장세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것으로 여전히 전망하고 있다. 생명체의 복잡성 때문이기도 하고 고령화 추세, 이상기온 등과도 관련성이 있다. 항암제나 희귀 질환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중추신경계 질환에 대한 R&D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 시장이 어렵지만, 이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바이오 상장 기업 주가가 상승하고 또 바이오벤처 상장이 늘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3~5년 후 시장의 관심이 다시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Plus Point

[Interview]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
“국내 바이오벤처 경쟁력 높아져… 상장 문턱 낮춰야”

문여정 IMM 인베스트먼트 전무연세대 의대 약리학 박사, 전 인터베스트 투자본부  이사, 전 세브란스 체크업 임상 조교수 사진 배동주 기자
문여정 IMM 인베스트먼트 전무
연세대 의대 약리학 박사, 전 인터베스트 투자본부 이사, 전 세브란스 체크업 임상 조교수 사진 배동주 기자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시장의 투자 결정 바로미터로 불린다.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이전 계약금으로만 1300억원을 받은 오름테라퓨틱, 임상 1상과 동시에 미국으로 기술이전을 이룬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을 일찌감치 발굴했다.

IMM인베스트먼트의 바이오벤처 투자 중심에는 문여정 벤처투자2본부장(전무)이 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취득한 문 본부장은 2016년 의사 출신 1호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전환했다. ‘투자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겠다’는 포부였다.

문 본부장은 고금리로 바이오벤처 투자가 위축된 현재도 여전히 사람을 살릴 바이오벤처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하루 평균 다섯 번의 미팅을 진행한다. “국내 바이오벤처 경쟁력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최고”라는 문 본부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좋은 기업이 많아진 이유가 있나.

“지금의 바이오벤처 시장을 바이오 2.0으로 본다. 주로 2016~2018년 창업해 사업화를 어느 정도 이룬 기업들로, 대표이사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글로벌 제약사를 경험한 사람이다. 후보 물질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업 개발(BD) 경쟁력도 갖췄다.”

BD 경쟁력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과거 바이오벤처 창업 1세대는 시장 소통보다는 기술 자체 개발에만 관심을 뒀다. 임상 전략을 어떻게 펼지, 어디와 손잡고 개발할지에 대한 관심은 사실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후보 물질을 더 잘 개발할 수 있을지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을 향한 시장의 외면은 계속되고 있다.

“좋은 기업의 주가는 오른다. 상장 문턱을 낮춰 좋은 기업은 빠르게 상장시켜 줘야 한다. 바이오벤처 상장 후 주주 피해가 잦았지만, 좋은 기업의 신규 상장은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상장이란 투자금 회수 방안이 막히다 보니 신규 투자도 막혔다.”

바이오벤처 투자 위기는 언제까지로 보고 있나.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 개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의료 대란으로 임상이 일제히 중단되고 AI 헬스케어 기업의 매출도 순연되고 있다는 점인데, 기술 개발 성과가 주가에 반영되고 상장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나타나면 곧장 바이오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배동주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