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서칼리지 문학사, 보스턴대 퀘스트롬 경영대학원 정보시스템관리 석사
한 기업의 조직 문화가 어떻게 구현되지를 보려면 채용 면접을 떠올리면 된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구직자는 ‘면접 시 조직 문화가 어떤지 물어보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는 조언을 듣고, 면접관들은 ‘채용 후보자가 조직 문화에 적합한 인물인지 평가하라’는 지침을 받는다. 즉, 대부분 대기업에는 임원진이 하달하고 근로자가 맞춰야 할, 경직되고 인위적인 단 하나의 조직 문화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화는 그런 식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신규 입사자는 조직 문화와 또 다른 개별 팀만의 독특한 문화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팀 문화가 예상과 다르면 인력 관리에도 난관이 닥친다. 신규 입사자의 3분의 1이 기업의 조직과 문화가 입사 전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달라 90일 안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특정 근로자가 원하는 문화가 이미 조직 내에 존재함에도 면접 과정에서 면접자가 이런 조직 문화를 적절히 드러내지 못해인재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테크 전문가는 위험과 보상이 높고 경직된 규칙이 없는 기업가 정신과 협력적 문화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테크 전문가가 비(非)테크 기업에서 면접을 볼 때 그러한 문화가 테크 부서에는 이미 존재하지만, 면접자가 이와 매우 다른 획일적 조직 문화만을 강조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은 인력 풀이 점차 다양해지고, 이들이 더 큰 자율성과 맞춤화된 업무 경험을 요구하는 가운데, 조직은 하향식 통제화·표준화가 아닌 민첩성과 고객 대응 능력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획일적 조직 문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업 리더가 주창하는 조직 문화는 대부분 비슷하다. 조사에 따르면, 다국적기업 4분의 3이 ‘통합’을 조직 가치로 내세웠고, 혁신, 팀워크, 탁월함, 안전 등도 단골 가치로 등장했다.
대다수 기업이 내세우는 가치는 서로 엇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조직 문화는 기업마다 다르다. 이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각 조직의 특성이 반영된 ‘마이크로 문화(microculture)’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실제 문화’는 마이크로 문화로 불리며 이는 인력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조직 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리더(60%)는 ‘개선됐다’고 답했다. 일부 이유는 하이브리드·원격 업무가 늘면서 마이크로 문화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는 직원이 사무실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로 ‘강력한 공동의 조직 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일부 기업 리더의 주장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고위급 리더는 마이크로 문화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지만, 실무 담당자는 조직의 성공에 마이크로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했다.
조직 문화는 바탕… 문화 조성해야
마이크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조직 전체의 문화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문화는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하고, 개별 팀이 성공을 위한 각자의 업무 수행 방식을 수립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조직 문화는 변하지 않는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하고, 개별 팀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유연한 방식으로 업무 수행 방식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조직 리더가 마이크로 문화를 수용하면 △필요 인력 확보 △비즈니스 결과 개선 △미래 수요, 변화 예측, 대응 능력 강화 △인적 지속 가능성을 향한 진전 등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 문화의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특정 마이크로 문화가 조직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마이크로 문화가 조직과 대립하는 구도가 발생해 조직 전체의 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업무 수행 방식이 팀마다 달라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생기거나 마이크로 문화 간 교류가 불분명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협업이 줄 수도 있다. 또 조직 내 다른 부서로 이동할 때 새로운 규범과 업무 수행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근로자가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조직은 마이크로 문화 간 접점을 키우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우선시해야 한다.

마이크로 문화를 정립하는 방법
마이크로 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조직 리더십, 팀 리더, 인적자원 관리(HR) 사이 조율이 필요하다. 마이크로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조직은 다음의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1│일에 초점을 맞춰라
마이크로 문화가 형성되는 근본적 동인은 일이다.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부터 역추적하면 어디에서 어떻게 마이크로 문화를 정립할지 파악할 수 있다.
2│마이크로 문화를 인력 주기에 통합하라
채용, 성과 관리, 개발, 인력 배치 등 인력 프로세스는 각각의 팀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조직이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대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외부 인재를 확보할 때도 특정 마이크로 문화의 메시지와 실행 방식을 맞춤형 채용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3│여러 직책자를 활용해 ‘모듈러(modular·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단위화한 것)’ 방식의 마이크로 문화를 운영하라
마이크로 문화가 형성되면 통제의 중심이 조직의 리더십으로부터 분산된다. 이때 리더는 조직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수립하고 설명하는 한편, 관리자가 여러 팀 사이의 연결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4│마이크로 문화를 지속적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툴과 데이터를 제공하라
조직 차원에서 서베이 기반 툴, 인공지능(AI), 여타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메커니즘에 투자하면 마이크로 문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마이크로 문화를 지속적으로 감지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팀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모범 사례를 모든 팀과 공유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 문화, 협업 빨라지고 성과 개선
조직의 리더는 마이크로 문화를 인정하고 장려하면 조직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새로운 데이터와 기술을 신중하게 활용해 다양한 마이크로 문화를 이해하며, 경계가 허물어진 HR 기능에 기반해 관리자가 각각의 문화에 대한 주인의식을 느끼게 된다면, 통제와 자율성 간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문화를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위축시키는 등 마이크로 문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근로자와 리더십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비즈니스 성과와 인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직 리더와 관리자, 근로자는 조직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마이크로 문화를 힘을 합쳐 조성해야 한다. 그 결과로 협업 개선, 비즈니스 및 인적 결과 개선, 민첩성 강화 등 조직의 장기적 성공에 필요한 핵심 요인이 모두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