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심심치 않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에는 ‘만약’이라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꼭 따르기 마련이다. 바로 ‘좋은 인재만 있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다. 그만큼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누군가가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를 빼내 간다면 MS는 그냥 평범한 회사로 전락할 것” 이라고 했다. 메타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나는 회사 인수를 목적으로 인수합병(M&A)을 한 적이 없다. 우수 인재를 인수한 것”이라고 했다. 인재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게이츠와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한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은 채용을 단순히 인사관리의 한 영역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인적자원관리(HR)를 넘어서 사업의 관점으로 크고 총체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인재 영입이 채용 핵심 포인트
성공한 기업은 채용을 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는 이런 기업이 채용에 있어 일곱 가지 특징이 있다고 본다. 첫째, 채용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본다는 점이다. 이들은 채용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괜찮은 사람을 모집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시장에서 준비되고 검증된 인재를 특정해 영입한다는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MS, 아마존, 구글 등을 필두로 다수의 글로벌 유수 기업은 채용이라는 말 대신 ‘인재 영입 또는 인수’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 M&A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존재하는 가치 있는 기업을 사들여 단시간 내 기업의 매출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둘째, 채용을 일관성 있는 ‘프로세스’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채용을 인재 영입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단편적인 활동으로는 채용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정교하고 지속적인 프로세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체크 포인트, 구조화된 질문, 훈련된 면접 위원, 서포터스 등을 적절히 사용한다. 프로세스는 크게 다섯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사전에 시장 관찰과 탐색 단계를 통해 인재 풀을 어느 정도 확보하려고 한다. 필자가 프로젝트를 했던 A 기업을 포함해서 다수의 기업이 이 프로세스를 선호한다. 구체적인 포지션이 생기면 사전 심사 선발 단계(pre-screening)-본격적 선발 프로세스 단계(selection pro-cess)-고용 제안 단계(off-stage & pre-on-boarding)-입사·적응 단계(onboarding)로 촘촘히 관리한다. 특히, 채용을 M&A 개념으로 생각하기에, 채용 이후(물리적 결합)에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화학적 결합을 위해) 온보딩(신규 입사자가 조직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에도 꽤 신경 쓴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채용도 하나의 브랜드 마케팅
채용을 잘하는 기업들의 세 번째 특징은 채용 ‘브랜드’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브랜드는 사실 마케팅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이들은 채용을 마케팅이나 세일즈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자사만의 채용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소셜미디어(SNS)나 주요 채용 포털 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단순하게 홈페이지에 포괄적으로 잘 공감되지 않는 인재상을 문서처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스토리(메시지)를 만들고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을 고민한다. 당연히 여기에는 시장 분석과 구직 성공자가 가장 선호하는 채널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다.
사내 마케팅 부서나 외부 전문가와도 협업한다. 실제로 유럽의 다국적기업 B사의 경우 마케팅 부서와 인사 부서와 협업을 통해 채용 브랜드나 고용 브랜드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원 팀’으로 공조 작업을 한다는 점은 채용 우수 기업의 네 번째 특징이다. 채용을 잘하는 회사는 채용을 오롯이 인사 부서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개는 채용 의사 결정의 오너십을 현업 부서가 갖고 있다.특히, 어떤 직무 채용 모집 공고를 시장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기 전 모든 관련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심층적으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채용 포지션과 그 목적에 대해 ‘같은 이해’를 하고 있는지를 재확인한다. CEO를 비롯한 일부 핵심 리더는 오히려 자기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상시적 인재 확보 및 개발을 꼭 포함시킨다.
인재 선점하고 직원 경험 중시해야
탁월한 채용 성과를 보이는 기업의 다섯 번째 특징은 ‘직원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개별 구성원의 파워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시장과 구성원 변화에 발맞춰 직원 경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인재는 대개 복수의 선택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직원 경험에 기반한 평가가 회사 선택의 의사 결정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여섯 번째 특징은 적절한 ‘시스템’과 ‘자원’ 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미 인지하고 있듯이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을 보다 원활한 채용 운영 시스템의 보조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아웃소싱 업체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채용하는 직급이나 규모 그리고 단계에 따라 헤드헌터, 내부 임직원 추천, SNS, 채용 포털 사이트 등 각 회사에 가장 적절한 채용 수단을 활용한다. 조직과 문화적 적합도를 검증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인사부와 해당 매니저 이외에도 내부 다양한 계층의 훈련된 평가 위원을 투입하기도 한다.
끝으로, 일곱 번째 특징은 주도적으로 인재를 ‘선점’한다는 점이다. 포지션이 열린 후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작업한다는 의미다.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 바이오 헬스 기업 C사의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몇 년 전 처음 대표이사직에 지원했으나 첫 도전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훗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지인을 계속 대표이사 후보로 꾸준히 관리했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시장의 ‘선수’를 다 파악해서 일종의 탤런트 맵(인재 풀)을 그려놓고 꾸준히 그들과 온오프라인에서 연락하고 만나는 것은 선진 기업 사이에서는 당연한 과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필자가 근무했던 대부분의 기업도 그랬고 일부 전향적인 국내외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 경영자들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시장의 젊은 인력을 초청해 온라인 세미나 시리즈를 개최하면서, 이를 매개로 회사 밖 잠재적 인재를 관찰하고 그들과 네트워킹하면서 미래 인재 확보를 준비한다.
최적의 인재 확보는 인사 조직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영역이다. 채용 단계에서 핀트가 어긋난다면 성과 관리, 인재 유지, 지속 성장이라는 다음 단계의 과제에서 그 틀어져 버린 곳을 바로잡기 위해 최소 몇 배 이상의 노력과 투자를 더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절대다수 기업의 리더는 이 가장 중요한 (채용) 단계에 집중력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어차피 기업을 위한 완전한 비즈니스 환경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고 완벽한 채용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채용 프로세스 구축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앞서 이야기해 준 일곱 가지 특징을 잘 곱씹어 보고 적용해본다면 말이다. 기업이 채용의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잘 만들어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