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폭락은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 침체를 알리는 빨간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바이든 정부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주식시장 폭락보다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 지난 몇 년간 그들은 자신들의 국가 경제정책을 성공적인 스토리로 포장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힘들어졌다.
증시 침체와 임박한 경기 침체는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올린 후 2년여 만에 발생했다. 연준 정책의 직접적이지만 지연된 결과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 격차, 신중하게 살펴봐야
미국에 새로운 경기 침체가 과연 올 것인가. 지난 40년 동안 ① 미국 국채의 금리 곡선 역전은 미국에서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뢰할 만한 지표였다. 1980·1982·1989·2000· 2006·2019년에 90일물 단기 국채 금리가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를 웃돌았고, 이후 1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1980년을 제외하면 모든 경우에 경기 침체가 도래했을 때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끝났지만, 그럼에도 경기 침체는 찾아왔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여전히 참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준이 단기 금리를 인상하면 기업 투자, 건설, 주택 담보대출을 위한 신용이 고갈되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회사로서는) 위험 부담 없이 연 5%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4~5%의 이자를 받고 장기 대출을 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출에 좋지 않은) 달러 강세, (신용카드와 모기지 디폴트에 나쁜) 오래된 대출에 대한 이자 재설정 등을 포함한 다른 요인도 미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이유다. 궁극적으론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끝나게 되지만, 그다음에는 높은 장기 금리가 더 큰 피해를 안기게 된다.
이번 경기 순환에서 미 국채 장단기 금리는 2022년 10월 역전됐지만 곧바로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대규모 재정 적자, 역대 규모의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대규모 은행 준비금에 대한 직접적인 이자 지급 등 상쇄적인 요소가 경제를 지금까지 지탱해 준 결과다.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려는 미 연준의 노력에도 경기는 빠르게 나아졌다.
다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실업률이 작년에 비해 거의 1%포인트 상승했고, 일자리 창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신규 실업자, 신규 아르바이트 종사자, 노동력에 포함돼 있지 않던 구직자 수는 모두 7월에만 전월 대비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0.5%포인트 오르면 경기 침체라는 ② 삼(Sahm)의 법칙에 따라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빨간불이 깜빡이고 있다. 삼의 법칙은 적어도 1960년부터 지켜져 왔다.
월스트리트에 동조하고 노동자 이익에 반하는 모습 보인 美 연준
2007년 필자는 두 명의 공동 저자와 경제 상황에 따른 연준의 대응 역사를 연구했다. 우리는 1984년 이후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대응할 만한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었던 점도 있다. 대신 연준은 실업률이 낮거나 하락하면 단기 금리를 인상했다.이는 노동자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거나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날 것을 우려하는 상사들의 전형적인 고민을 고려한 대응이다.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고정한 후 미국 대선 기간이 미 국채 수익률 곡선에 통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것이다. 모든 모델에서 뚜렷하고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연준은 더 완화적인 정책을 추구했고,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뽑히면 더 긴축적인 정책을 보였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모델은 실업률이 낮을 때 약 1.5%포인트의 긴축 효과가 있으며,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한 해는 추가로 0.6%포인트의 긴축 효과가 발생하며, 대통령이 공화당일 때는 0.9%포인트의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 모델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이유를 보여준다.
민주당 대통령들은 연준의 이 같은 모습에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 동안 그들은 연준을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기관으로 치부했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그리고 제롬 파월 등 공화당 출신 연준 의장을 재임명했다. 의장 외에도 금융권과 경제학자들은 연준 이사회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들은 스스로 중립적인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체로 월스트리트에 동조하고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당연하게도 진보적인 경제정책이 반복적으로 지체됐다.
민주당이 노동자를 진지하게 여겼던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는 민주당이 대규모 금융기관에 맞서고 통제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미국은 이를 위한 규제와 관련 당국을 세웠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런 규제는 대부분 사라졌다. 빌 클린턴 정부 시대 이후 민주당은 연준을 내버려두면서 대신 월스트리트로부터 많은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 이번 대선 캠페인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또다시 오랜 기간 권좌에서 멀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30년간 대형 금융기관과 타협이 얼마나 현명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Tip
①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를 웃도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미국 단기 국채는 2년물(5년물), 장기 국채는 10년물(30년물)을 기준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 금리는 단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안전 자산인 장기 국채로 수요가 몰리면서 장기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되고 반대로 금리는 떨어진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건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한창이던 2019년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끝난 후 미 연준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2022년에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②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삼(Sahm)이 과거 경기 침체와 실업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만든 신생 지표. 미국의 대표적인 경기 침체 가늠자로 여겨진다. 삼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치 미국 실업률 이동평균을 직전 12개월 동안의 최젓값과 비교한다. 그 차이가 0.5%포인트보다 벌어지면 경기 침체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