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8월 23일(현지시각)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밝혀 투자자의 관심이 채권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통상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그럼 기존에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는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매매하지 않더라도 이미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을 통해 이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에서 현명한 채권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영국 대표 자산운용사 슈로더그룹(이하 슈로더)의 줄리앙 우당(Julien Houdain) 글로벌 무제약 채권 부문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때 단기적으로는 만기 3년 미만 단기채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투자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5~10년 만기 상품이 더 좋다”고 말했다.
변수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우당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채권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채권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자칫 연준의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당 대표는 운용 자산(AUM)이 7737억파운드(약 1355조원)에 달하는 슈로더에서 채권 부문 투자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채권 투자 매력도가 높은 이유는.
“주요 경제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때 채권 투자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덜 집중하고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6월부터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이 금리 인하를단행했다. 미 연준도 9월 회의에서 첫 번째 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최근 채권시장이 강력한 랠리(채권 가격 급등)를 펼치며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가격에 선반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권 수익률이 더 낮아질(채권 가격은 상승) 여지는 있다. 통상 채권 수익률은 금리 사이클 후반부까지 바닥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폭이 제한적이어도 마찬가지인가.
“물론이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이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이 경기 침체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면 채권 실적은 매우 강해질 수 있다. 둘째, 지금 채권 수익률이 높은 수준이다. 이자 소득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인플레이션이 정상화하면서 주식 대비 채권의 분산투자효과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하 효과를 빨리 얻으려면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에 투자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이 이미 투자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와 향후 투자 예상 기간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만기 3년 미만의 단기채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단기적으로 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투자 기간을 3년보다 길게 보는 투자자라면 수익률 곡선의 중간에 위치한, 가령 5~10년 만기 투자 채권의 가치가 더 높다고 본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도 변수다. 최근 슈로더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연준이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금리를 75 (1 =0.01%포인트) 내린 뒤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뒤 시행할 정책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낮은 실업률을초래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연준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금리를 75 인하한 뒤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시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안전 자산인 채권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렇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해 수혜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다. 채권도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그럼, 채권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 확대 전략도 저조한 성과를 보일 수 있다. 장단기 수익률 곡선 역시 가팔라질 가능성도 크다.”
또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있나.
“과거 트럼프의 발언을 근거로 봤을 때, 연준의 독립성이 어떤 식으로든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연준이 경제성장을 장려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칫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트럼프가대통령에 당선된 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까지 장악하면 이러한 정책을 더 쉽게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민주당이 의회 일부라도 장악할 수 있다면,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는 예상보다 약화할 수 있다.”
만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해리스 후보의 승리는 아마도 ‘현상 유지’ 에 가까운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시장은 정치와 무역보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국제무역 및 관세 등에 영향을 덜 미칠 것이다. 재정 확장이 줄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낮아질 것이다. 즉, 채권 투자에 더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금 유망한 투자 섹터를 꼽는다면.
“우리는 높은 품질의 신용 채권을 선호한다. 가령 채권형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이나 유럽의 담보부 채권이 있다. 국채보다 신용등급이 더 나은데도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서다. 회사채의 경우, 미국보다 유럽의 투자 등급 회사채의 투자 가치가 더 매력적이다.”
실제로 올해 6월 슈로더는 유럽 회사채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는.
“그 이유는 미국 회사채가 매우 비싸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회사채가 미국 회사채보다 초과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그런 일이 조금씩 일어났다. 우리는 여전히 유럽 채권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상의 이점이 있다고 본다. 가격은 비싸지만, 수익률 우위를 제공하며,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 차이)가 커질 경우 ‘완충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
요즘엔 신흥국 국채 투자도 늘고 있다. 눈여겨보는 국가가 있나.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의 국채를 선호한다. 이들 국가의 시장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수익률이 매력적인데도 인플레이션이 잘 통제되고 있다.”
채권 직접 투자 대신 ‘채권형 펀드’는 어떤가.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은 지난 12개월 동안 약 7% 상승했다. (8월 넷째 주 기준) 지난 6주 동안은 4.5% 이상 올랐다.
실제로 슈로더를 포함한 일부 자산운용사도 운용하고 있는 채권형 펀드에서 최근 1년간 강력한 성과를 냈다.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