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운영하는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출범하면 AI 규제에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AI 산업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률 제⋅개정보다는 정부 가이드라인 형태의 규제가 효율적일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손도일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 주도로 연내 출범 예정인 국가AI위원회 역할을 기대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국가AI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연내 국가AI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총 45명의 민관 위원으로 구성되는 국가AI위원회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맡는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외교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 부처 장관 10명이 정부 위원으로 참여한다. 손 변호사는 현재 세계변호사협회(IBA) 기술법 커뮤니티(Technology Law Committee) 공동 위원장과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유통분과장으로 활동 중인 AI· 데이터 관련 법률 전문가다. 손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 리스크에 대해선 경성 규범(법률)으로 다루고, 이밖에 전반적인 AI 리스크는 연성 규범(정부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하는 게 AI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서울대 정치학, UCLA 로스쿨 법학 석사,  사법연수원(25기) 수료, 현 세계변호사협회(IBA) 기술법 커뮤니티(Technology Law Committee)  공동위원장, 현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유통분과장, 전 광주지방법원 판사,  
전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 사진 율촌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서울대 정치학, UCLA 로스쿨 법학 석사, 사법연수원(25기) 수료, 현 세계변호사협회(IBA) 기술법 커뮤니티(Technology Law Committee) 공동위원장, 현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유통분과장, 전 광주지방법원 판사, 전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 사진 율촌

국가AI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이 돼 직접 주도하는 위원회가 출범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여전히 AI가 위험하다는 논란이 있고, AI 알고리즘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데, 이 위원회에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총 45명의 정부 위원과 민간 위원으로 구성되는 대규모 위원회로, 참가 인원이 많다 보니 한자리에 모여서 논의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위원회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잘 집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국가AI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AI 산업 발전에 필요한 게 데이터다. 데이터 공급이 많아야 한다.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유통분과장을 하면서 기업 실무자로부터 한국에서 제일 큰 문제는 쓸 만한 데이터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필요한 유효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민하고 있고, 원(One) 플랫폼을 만들어서 데이터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걸로 알고 있다.”

국내에 AI를 규제하는 법률은 없나. 

“국회에 여섯 개 법안이 계류돼 있는데, 아직 통과된 법안은 없다. 법률 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AI 산업은 아주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법률이 제정됐을 때는 이미 산업계 상황이 변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AI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이 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게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국가 간 데이터 개방과 이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자유롭게 데이터가 오고 가야 국가 간 경쟁도 되고 소비자 후생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AI 기술력이 상위권에 도달한 국가다. 우리가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데이터를 달라고 할 순 없다. 한국이 데이터 보호주의로 간다면 자유주의 경제 발전 방향과 반대로 가는 것밖에는 안 된다. 한국은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작년 3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개인 정보 국외 이전(제공)이 가능했지만 현행법에서는 정보 주체 동의가 없는 경우를 추가하는 등 개인 정보 국외 이전 요건을 다양화했다. 데이터 개방에 대한 한국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과 미국의 개인 데이터 보호 정책을 평가한다면.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법이 없어 개인 데이터 보호가 약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미국은 다른 법률로 개인 정보를 보호해 왔다.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연방 기관인 ‘페어트레이드 커미션(Fair Trade Commission⋅공정거래위원회)’이 소비자 동의 없이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는 행위를 제재하는데, 소비자 보호라는 포괄적인 측면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동의 없는 개인 정보 국내외 이전에 대해 벌과금을 부과한다. 주별로도 이런 권한이 있어서 이중 규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개인 데이터의 국내외 이전에 엄격할 것 같지만, 최근 움직임을 보면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기관(CAC)은 지난 3월 ‘데이터 해외 유동 촉진 및 규범화 규정(促进和规范数据跨境流动规定)’을 공포해 데이터 해외 이전을 엄격하게 규제해 온 기존 조치를 완화했다. 중국이 AI 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데이터 보호 정책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규제 완화 조치는 또 어떤 게 있나. 

“기존에는 핵심 정보 인프라 사업자가 개인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려면 국가인터넷정보부서 안전 평가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하지만 최근 규제 완화를 통해 국제무역, 국제 운송, 학술 협력, 다국적 생산 제조 및 마케팅 등의 활동에서 수집·생성된 데이터인데 개인 정보 또는 중요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안전 평가 인증을 면제하도록 했다. 중국 외에서 수집 및 생성된 개인 정보를 중국 내에서 처리 후 다시 중국 외로 제공한 경우에도 처리 과정에서 중국 내 개인 정보나 중요 데이터를 추가하지 않았다면 안전 평가 인증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한국에 많이 들어오면서 개인 데이터 중국 반출 염려가 커졌다. 

“개인 동의를 받고 이전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이 없다. 불법이 아니고 현재 허용되는 부분이다.” 

사후에 동의를 철회하면 어떻게 되나.

“향후 데이터 이전은 막을 수 있지만 이미 이전된 데이터에 대해선 사용 금지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AI가 학습하는 콘텐츠(데이터)에 대한 저작권료 문제도 있다고 들었다. 

“작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에 AI 학습 단계에서도 콘텐츠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 굉장히 반발했다. 노래방에서 어떤 가수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AI가 학습할 때마다 저작권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론사 콘텐츠(기사)를 AI가 학습하면 학습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언론사에 줘야 한다. AI가 특정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현실적인 문제지만, 무엇보다 AI 학습 단계에서 저작권료가 발생하면 AI 산업 발전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AI의 학습 단계에서는 저작권을 좀 완화하고 AI 산출 결과물에 대해선 저작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규제 틀이 잡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곧 출범할 국가AI위원회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이수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