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The time has come for policy to adjust).”

8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기조연설의 이 한마디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사실상 9월 금리 인하를 확정적으로 예고한 이 연설로 주요국 증시가 상승 폭을 키웠고, 신흥국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글로벌 달러 강세가 완화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도 5개월 만 최저치인 1320원대까지 물러섰다.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는 2022년 3월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긴축이 종료되고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룸버그통신의 싱크탱크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서 한국 경제를 담당하는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8월 27일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큰 비용 없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이하 인플레)이 안정되면서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빅 컷(big cut·0.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 고용 보고서 등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에 나오는 데이터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빅 컷으로 인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일본과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서 연준이 점진적으로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컨센서스(consensus·다수 전망)인 연내 3회, 0.75%포인트 금리 인하는 경제 연착륙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9월 빅 컷이 한국의 장기금리 하락을 이끌어 주택 가격 상승 등을 자극할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피벗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연준이 0.25%포인트 인하하면 한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서울대 경제학,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은행 조사국 경제전망 총괄·정책분석팀장 사진 김우영 기자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서울대 경제학,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은행 조사국 경제전망 총괄·정책분석팀장 사진 김우영 기자

파월 의장 연설에서 인플레와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어떻나.

“한마디로 ‘도비시(Dovish·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했다. 물가는 2%인 목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조했고 고용은 그동안의 과열 상태에서 벗어나 냉각 상태로 변할 수 있어서, 현재보다 더 냉각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9월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가 높은 수준에 올라왔음에도 인플레 기대가 안정적으로 관리됐기 때문에 인플레를 낮췄다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강력한 노동시장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있다’는 말로 빅 컷 전망이 강화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9월 빅 컷’을 전망하고 있다. 8월 고용 데이터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0.25%포인트 인하인 것 같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빅 컷 전망 이유는.

“전망을 발표한 미국 경제팀은 미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낮은 상태에 있던 실업률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때는 상승 폭이 매우 가팔랐다. 현재 4.3%인 미국의 실업률이 앞으로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고용 데이터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빅 컷이 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 미국 경제팀은 최근 미국 노동부가 조정한 연간 비농업 고용지수 하향 조정치 80만 명대를 정확하게 맞출 정도로 예측 능력이 뛰어나다.” 

파월 의장은 최근의 실업률 상승에 대해 ‘경기하강기의 해고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용시장 과열의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현재 상황을 설명한 표현인데, 미국 경제 경고한 성장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플레 기대 심리가 관리되고 있다는 언급과 함께 지난 2년간 통화정책 운용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말이다. 또 경기 침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금융시장 불안을 일으키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9월 FOMC에서 연준이 빅 컷을 하면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준의 빅 컷은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외부 압박이 강해지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기금리가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은행 대출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금리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 완화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금리 인하 피벗이 늦어질 수 있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타난 한은의 금리 인하 접근법을 어떻게 분석하나.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한 리스크를 좀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는 몇 개월 이후의 리스크인 반면, 금융 안정 리스크는 지금 당장의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가계 부채 증가세와 주택 가격 상승세가 꺾여야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기 둔화 리스크가 지금보다 더 커지고, 금융 안정 리스크는 유지 또는 완화될 경우 10월에는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그로 인해) 주택 가격 상승세가 유지돼서 금융 안정 리스크가 경기 둔화보다 더 큰 상황이 지속되면 금리 인하 등 피벗 시기를 늦출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주택 가격 상승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先)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대응이 주택 가격 안정 해법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금리 인하 시기뿐만 아니라 금리를 얼마나 낮출지도 중요하다.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의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어떻게 형성할지가 주택 가격 안정 등에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 종료 수준이나 어떤 속도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장기금리에서 파생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주택 가격 등을 관리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장기금리가 하락하지만,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장기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인하할까. 

“한은이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2.75%까지 세 번 인하한 뒤 당분간 주택 가격 등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뒤 주택 가격 동향 등에 따라 최종적으로 2.50%까지 내릴 수도 있다.” 

PLUS POINT

“통화정책에 대한 외부 노이즈, 경기 안정에 역행”

8월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9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비판 메시지를 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27일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면서 “금리 동결은 경각심을 주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늪에 빠졌는지 성찰이 부족하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은 인플레, 경기뿐만 아니라 주택 등 자산 가격, 환율 등 통화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안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 신뢰가 뒷받침돼야 장기금리와 인플레 기대 등이 안정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 안정화를 모색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외부 노이즈가 많아지는 것은 중앙은행의 신뢰 제고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