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파리 하계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로 스포츠의 발전,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세상에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가 예전 같은 가슴 설렘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스포츠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화면 가득한 선수들의 땀 내음에 더해 그들의 가슴에 선명히 새겨진 각 나라의 국기를 통해, 보는 사람들의 피를 뜨겁게 만드는 일은 올림픽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남녀 혼성 복식 탁구 경기에서 중국이 금메달, 북한이 은메달, 한국이 동메달을 따고 시상대에서 한국 선수의 주도로 세 나라 선수들이 셀카를 찍는 장면도 올림픽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둔 한국 대표단은 여러 고비에서 중국 팀과 자웅을 겨루었다. 금메달 40개로 미국과 함께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선수들의 수준을 보며 중국 엘리트 체육의 위엄을 실감할 수도 있었지만, 그 저변에 중국은 1995년부터 체육법을 제정하여 전민건신(全民健身)이라는 구호하에 공익적이고 기초적인 공공 체육 서비스의 공급을 강조해 왔다.
전민건신이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의 건강한 신체라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헬스장을 건신방(健身房)이라고 하니 건신이란 건강, 헬스라는 말이다. 체육법은 전민건신을 위해 전 국민이 함께 누리고 도시와 농촌이 일체화된 기본 공공 체육 서비스 체계의 균등한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제6조). 그러다 보니 체육법이 다루고 있는 범위도 상당히 광범위하다. 전 국민의 건강(제2장), 청소년과 학교체육(제3장), 경기체육(제4장), 반흥분제(제5장), 체육조직(제6장), 체육산업(제7장), 환경의 조성(제8장), 체육중재(제9장), 감독관리(제10장) 등 체육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체육법의 가장 주된 이념은 프로 스포츠에 편향되지 않는 스포츠 영역에서의 전인교육이다. 그러니 경기체육 분야에서도 국가는 법에 따라 운동선수가 문화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체육 내지 교육행정 부서는 의무교육 단계에 있는 운동선수들에 대해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제44조).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메달을 안겨준 종목을 보면 우리가 평소에 열광하는 인기 종목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그런 종목에서 나이도 어린 우리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당당하게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전율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분루를 삼키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똑같이 기뻐하고 환호하며 즐기는 우리의 젊은 대표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중국에는 ‘대상일분종, 대하십년공(台上一分鍾, 台下十年功)’이라는 말이 있다. 무대 위의 1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10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세계를 향한 우리의 전략도 이름도 빛도 소리도 없을지언정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실력을 쌓아가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