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글로벌 탄소 규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추세에 따라 기업의 탄소 중립 활동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스코프3(Scope3) 배출량까지 산정하고 이에 대한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기업도 늘고 있으며,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저탄소 내지는 탄소 중립 상품으로 탈바꿈하려는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탄소배출권’이라고 부르는 탄소 상쇄 크레디트(carbon offset credit)를 그 수단 중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는 다양한 유형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되는 탄소 상쇄 크레디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SBTi의 이번 발표가 기업의 탄소 중립 활동에 탄소 상쇄 크레디트 사용을 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지만, 탄소 상쇄 효과나 활용을 두고 특히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참여자와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수단 중 하나로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가. 특히 해당 기업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스코프3 배출량을 줄이고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체 생애 주기 탄소 배출(life cycle car-bon emissions)을 없애는 방법으로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것일까.

이번 SBTi의 발표는 탄소 상쇄 크레디트 감축 효과가 불분명하고 기업이 탄소 크레디트 직접 감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SBTi의 발표가 최종 결론은 아니다. SBTi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올해 말까지 탄소 상쇄 크레디트 사용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탄소 상쇄 크레디트의 활용과 그린워싱

실제로 기업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하는 사례는 많으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소비자나 투자자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가 하면, 다른 기업은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케아(IKEA)나 유니레버(Unilever) 같은 기업은 자사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있으며, 잔여 탄소 배출을 상쇄하거나 자사 제품의 탄소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열대우림 보호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여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반대로 다국적 석유 기업 셸(Shell)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대규모로 구매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셸은 자사의 화석연료 사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신, 주로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탄소 중립을 주장해 왔는데, 실질적인 감축 노력 없이 크레디트 구매로만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잉(Boeing)의 경우에도 항공 산업 특성상 많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했는데, 탄소 상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자발적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하여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저탄소 또는 탄소 중립 제품으로 광고·홍보하는 것에 대한 그린워싱 클레임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모 기업은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 기관의 인증받은 탄소 상쇄 크레디트 구매를 통해 배출량을 상쇄시키고 이를 탄소 중립 제품으로 광보·홍보했다. 해당 기업은 당장 제품 생산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기술 등이 없는 상황에서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한 배출량 상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직접 감축하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 등에서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것과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논의의 차원이 다르므로 해당 제품을 탄소 중립 제품으로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해당 기업이 구매한 탄소배출권이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고, 자발적 탄소배출권 자체의 신뢰도도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탄소 중립 제품이라고 광고·홍보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해당 건에 대해 환경부는 그린워싱 행위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청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김진효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국변호사
한양대 경제학, 에섹스대 경제학석사, 루이스 앤드 클록 로스쿨 법학석사, 전 THE ITC 기후환경팀장, 전 포스코 무역통상팀 매니저
김진효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국변호사
한양대 경제학, 에섹스대 경제학석사, 루이스 앤드 클록 로스쿨 법학석사, 전 THE ITC 기후환경팀장, 전 포스코 무역통상팀 매니저

탄소 상쇄 크레디트의 활용에 대한 찬반 의견 

그동안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한 기업의 탄소 중립 실천에 대해서는 SBTi의 발표 이외에도 여러 찬반 의견이 논의돼 왔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업이 당장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 줄이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 상쇄 크레디트가 현실적인 수단을 제공해 준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줄이기 힘든 기업에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집약 산업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추가 감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업이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구매함으로써 기업 외부에서 감축 프로젝트를 지원해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전 지구의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기여한 만큼을 자사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탄소 중립 실천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반면, 탄소 상쇄 크레디트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탄소 상쇄가 실질적인 배출 감축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일부 기업이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구매함으로써 직접적인 배출 감축 노력을 회피한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즉,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하여 탄소 중립을 위한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소위 그린워싱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SBTi의 최근 발표 내용과도 통하는 것으로, 탄소 상쇄 프로젝트가 의도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탄소감축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업이 탄소 상쇄 크레디트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오히려 방해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활용한 탄소 중립 실천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BTi에서 언급한 것같이 탄소 상쇄 크레디트에 대한 선별과 사용 방식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기업의 직접적인 감축 노력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기업의 직접적인 배출 감축 노력을 탄소 상쇄 크레디트가 전적으로 대체해서는 안 되겠지만, 감축 효과를 신뢰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면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탄소 상쇄 크레디트는 기업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린워싱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업은 단순히 크레디트를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운영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고객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고, 기후 위기 대응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eyword

스코프3(Scope3)

온실가스 배출 범위를 나타내는 스코프1·2·3 중 하나로, 기업의 직접적인 운영 이외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온실가스 배출 의미.

생애 주기 탄소 배출(life cycle carbon emiss ions)

제품이나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 의미. 원자재 채취 및 생산, 제조, 유통, 사용, 폐기 및 재활용에 따른 배출 포함함.

그린워싱(greenwashing)

마케팅과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홍보하는 행위.


김진효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