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메릴랜드주 프린스 프레드릭의 한 월마트 매장. 2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렛지에 있는 에드워드 존스 지점. 3 닌텐도 스위치. 사진셔터스톡
1 미국 메릴랜드주 프린스 프레드릭의 한 월마트 매장. 2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렛지에 있는 에드워드 존스 지점. 3 닌텐도 스위치. 사진셔터스톡

도천지장법은 손자병법의 전략적 개념으로, ‘도·천·지·장·법’ 다섯 요소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천’은 보통 천시(天時)라 하여 ‘타이밍’을 의미하고 ‘지’는 지리(地利)로 지리적, 지형적 이로움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형, 거리, 위치 등은 전투의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형적 특징을 잘 활용하면 적보다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땅에서, 어느 곳에서 적과 싸우는 것이 승리를 얻기에 유리한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지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 발생하려면 어떤 곳에서 싸워야 할지를 결정하는 전략적 판단이다. 공략 시장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유리한 특정 지역이나 남이 주목하지 않는 세분 시장에 집중하는 차별적 브랜딩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역적 이점을 활용한 브랜딩

할인점의 미래에 대해 확신한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은 1962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라는 작은 도시에 첫 번째 할인점을 개설했다. 당시 월마트는 자본력 등 후발 주자로서 한계를 인정하고 경쟁의 슬기로운 회피를 선택했다. 선발 주자인 K마트가 출점해 있던 대도시를 피해 농촌 지역 소도시를 중심으로 점포를 개설한 것이다. 월튼이 소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K마트가 없는 곳이라 진입이 쉬운 데다 시장 선점으로 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둘째, 소도시라 하더라도 광범위한 상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해 그 지역 잡화점 수요를 다 가져온다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월마트는 소도시 외곽에, 가능하면 고속도로 가까이에 출점해 구매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런 입지 전략은 1980년대에 이르러 도심에서 교외로 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된 미국인의 생활 패턴과도 맞아떨어졌다. 소도시 중심 출점으로 역량을 강화한 월마트는 이후 대도시로 확장할 수 있었고 결국 K마트를 이길 수 있었다. K마트가 뒤늦게 소도시에 진입하려 했지만, 월마트의 영향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월마트의 영향력은 브랜드 핵심 가치를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쏟아부었던 노력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개업 초부터 월마트의 지향 가치는 상시 저가 판매와 고객 만족이었고, 이런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월마트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모든 방법을 강구했다. 그래서 초창기 월마트 점포는 제대된 냉방 장치도 없는 허름한 건물에 초라한 진열대를 구비하고 있었지만 ‘서민에게도 부자 같은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는 브랜드 경험만큼은 확고히 지켜냈다.

월마트처럼 소도시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또 있다. 미국의 ‘에드워드 존스’ 증권사도 중소 도시에 집중해 성장했다. 금융업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려운 업종이다. 차별화가 어려운 산업군에서 차별화로 성공한 이례적인 브랜드가 바로 에드워드 존스다. 상품이 독특한 것도 아니었다. ‘돈을 벌려면 돈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속설을 에드워드 존스는 부정했다. 에드워드 존스는 대형 금융 기업이 주목하지 않던 중·소도시에 오히려 집중했다. 이 증권사는 1만 개가 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점의 85%는 인구 10만 명 미만 지역에 개설돼 있다.

총직원 수는 2만5000명에 불과하다. 소도시는 지역사회와 인연이 중요한 곳이다. 한 집 건너 모두가 아는 사이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덕망이 있는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원래 목사나 교사 등 평판은 좋지만, 금융에는 무지한 사람을 채용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교육에 공을 들인다. 에드워드 존스는 직원 1명당 연평균 100시간의 교육을 제공하고, 직원의 7.5%가 20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로 구성돼 있다. 에드워드 존스는 ‘1지점 1영업 사원’ 제도를 통해 각 지점에 한 명의 재무자문사(FA)와 지원 인력 한 명만을 두고,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에드워드 존스는 주식형 펀드와 채권 같은 기본적인 금융 상품만을 판매한다. 고수익을 노리는 파생 상품 등은 취급하지도 않는다. 자주 사고 자주 팔아서 수수료를 챙기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준다. 시장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에 지점을 설립하면 다른 회사가 나중에 그 지역에 진출하려 해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구축할 수 있었다.

차별적인 세분 시장 규정과 공략

브랜드가 특정한 세분 시장 그것도 경쟁사가 크게 주목하지 않는 곳을 공략해 성공한브랜드도 있다. 이러한 브랜드는 특정 고객층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흔들리지 않는 독보적인 시장 위치를 확보한다. ‘슬랙’은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대기업에만 주목할 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만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의 요구에 맞춘 기능과 사용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에 매진했다. 직관적이고 사용이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핵심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전달했다. 2014년 출시 이후 슬랙은 전 세계 75만 개 이상의 조직, 주로 중· 소 규모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닌텐도’도 공략 시장의 차별화로 성공한 경우다. 비디오 게임 콘솔 시장에서 닌텐도는 게임의 ‘헤비 유저(구매 및 이용 빈도가 높은 집단)’보다는 오히려 ‘라이트 유저(구매 및 이용 빈도가 높지 않은 집단)’에 주목했다. 고사양 그래픽이 깔린 복잡한 게임보다는 간단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할 가족 단위 소비자와 캐주얼 게이머를 타깃으로 삼았다. 닌텐도의 위(Wii)나 스위치 같은 콘솔은 새로운 조작 방식과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게임 라인업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닌텐도 스위치는 2017년 출시 이후 2023년까지 1억 대 이상 판매됐다.

최근에는 목표 고객 집단을 규정할 때, 근원적인 욕망이나 가치가 투영된, 그래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까지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 사람을 가설적으로 설정하는 타깃 규정이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브랜드 페르소나’다. 좁혀서 오히려 넓어지겠다는 전략적 의도에서 활용되는 접근법이다. 원래 페르소나는 심리학 용어로, 외현적으로 드러나는 성격이란 뜻이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브랜드를 의인화해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브랜드는 페르소나 요소 덕분에 살아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고,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친구를 소개하듯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브랜딩의 핵심은 ‘경험’인데 브랜드 페르소나를 도입하면 단 한 사람을 위한 경험 설계라는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브랜딩 활동,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훨씬 구체화된다는 장점이 생기게 된다.

‘룰루레몬’은 요가와 피트니스에 열정이 있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명확한 브랜드 페르소나를 구축해 성공했다. 룰루레몬의 브랜드 페르소나는 ‘콘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며 패션에 민감한 32세 전문직 여성’이라고 정의된다. 이름도 있다. ‘오션’이란 사람이다. 창업자인 칩 웰슨은 “우리는 31세, 33세는 신경 쓰지 않는다. 32세의 오션만이 우리의 고객이다”라고 강조한다. 룰루레몬은 32세 오션에 어울리는 커뮤니티 이벤트와 피트니스 클래스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을 강화하고 제품 판매를 넘어서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성공했다. 룰루레몬에선 사람을 부르는 호칭도 다르다. 고객을 ‘게스트(guest)’로, 매장 직원을 ‘에듀케이터(educator)’로 칭한다. 이런 호칭을 32세 오션이 좋아한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