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흐로닝언주에 있는 천연가스전. /사진=셔터스톡
네덜란드 흐로닝언주에 있는 천연가스전. /사진=셔터스톡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은 국가 경제의 한 부문이 급속도로 발달해 다른 분야의 성장을 저해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1959년 네덜란드는 북해의 흐로닝언(Gron-ingen) 지역에 매장된 엄청난 규모의 천연가스를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되었다. 천연자원 수출에서 발생한 대규모 외화 유입은 당시 네덜란드 통화이던 길더(guilder)의 평가 절상을 초래했다. 강한 길더는 네덜란드의 수출 상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었고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농업이나 수출 관련 서비스 등도 위축돼 일자리가 사라지고 투자가 감소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경제는 점점 더 천연가스 산업에 의존하게 됐고 여타 산업 분야는 더 위축됐다. 네덜란드 경제는 점차 성장과 수익을 천연가스에만 의존하는 불균형적인 구조로 변해 갔다. 천연가스로 인한 횡재는 정부 지출을 증가시키고 임금의 상승도 불러왔다. 그러나 임금 상승은 생산성 향상과는 관련이 없었고 물가 상승 압력만 더 높였다. 네덜란드 상품은 국제무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재앙으로 이어질 뻔한 횡재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자원 수출에 의한 경제 붐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게 됐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다. 산업 다변화 정책을 시행해 여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여러 산업을 지원했고 통화가치의 안정을 주요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네덜란드는 천연가스 발견이 가져온 횡재가 재앙이 되는 것을 막았다. 1977년 11월 26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네덜란드가 천연가스 발견 이후 겪은 경제적 문제를 네덜란드병이라고 명명해,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현상을 표현하는 경제학 용어로 자리 잡게 됐다. 네덜란드병은 자원 수출만이 아니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연결 고리가 약하거나 특정 수출 분야가 과도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정도는 다르지만,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다른 산업을 위축시키고 국가 경제의 변동성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병 예방책은 산업 다변화

네덜란드병을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원 수출을 통해 발생하는 외화 수입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내보내는 것이다.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자본 순 유입을 최소화함으로써 통화의 평가 절상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특정 분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산업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산업 정책으로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투자를 시행하고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이 두 가지 정책을 모두 시행해 문제를 극복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 산업이 좌우하고 있다. 반도체는 2019년 수출의 16.4%를 차지해 단일 수출 품목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2020년에는 19.5%, 2021년에는 20.6%로 그 비중이 높아졌다. 2022년에는 19.3%로 비중이 조금 감소했으나 규모 면에서는 1292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영향으로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24%가량 감소하여 986억달러에 그쳤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6%로 축소됐다. 그 결과 한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올해 들어 다시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657억4000만달러로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6%로 다시 늘었다. 상반기 무역수지는 231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그렇지만 특정 산업에 대한 수출 및 경제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네덜란드병과 유사한 증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다변화가 답이다. 수년째 지속되는 진단과 처방이 현실화하려면 결국 더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횡재가 재앙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