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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294만 대 1. 지난 7월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다. 무순위 청약 물량은 최초 분양가로 공급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 아파트 단지는 당첨만 되면 약 10억원의 차익 실현이 예상되면서 청약홈이 마비되기도 했다. 청약 접수 대기시간은 차치하고 1인당 약 5분간 청약 접수에 시간을 할애했다면, 시급 1만원으로 가정 시 약 25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로또 청약의 ‘웃픈’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현재 공공 택지와 서울 규제 지역(강남 3구·용산구) 민간 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는 투기 억제 및 집값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적 취지가 퇴색하고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그 밖의 부대 비용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한 뒤, 이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종의 가격 통제 제도인데, 주변 시세 대비 약 60~80%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청약 과열로 이어지고, 과도한 경쟁률로 인해 실수요자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공급 위축을 낳고 오히려 집값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원가 중심의 분양가는 건설비(자잿값·인건비·금융비 등)가 급등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 주체로 하여금 분양 시기를 이연시키고, 심지어 사업 포기에 이르기까지 한다. 위축된 공급에 더해 저렴한 분양가로 인한 과잉 수요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겨 집값 안정이라는 분양가 상한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데자뷔처럼 지난 임대차 2법(임대료 5% 상한 룰, 임대차 갱신 의무)의 시행으로 임대료 가격 통제와 갱신에 따른 공급 위축 결과, 전셋값이 폭등한 모습과 교차한다.

개인 재산권 침해도 생각해 볼 문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택지는 대부분 도심 정비 사업지다. 조합원이 사업 주체인데, 낮은 분양가의 일반 분양분을 감당하기 위해 조합원 분양가를 높이다 보니, 상호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며 조합원의 사업 추진 의지를 꺾고 있다. 오히려 일반 분양분을 줄이고, 시세 매각이 가능한 보류지를 최대한 남겨두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조합원의 눈물로 일반 청약자에게 너무 손쉽게 로또를 안겨주는 느낌이다.

사업 이익은 누구의 몫인가

개발 사업을 통한 사업 이익은 사업 참여자에게 분배된다. 참여자별 분배의 많고 적음은 통상 사업에 대한 기여도와 리스크 분담 정도로 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토지를 저렴하게 매입했다면 사업 시행자가, 시공 품질을 높였다면 시공사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했다면 정부가, 개발이 완료되기도 전에 빠르게 선매입했다면 매수자에게 응당 그 기여도에 맞게 사업 이익이 분배된다.

‘로또 청약’으로 청약 경쟁률이 294만 대 1에 달했던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 /뉴스1
‘로또 청약’으로 청약 경쟁률이 294만 대 1에 달했던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 /뉴스1
분양가가 3.3㎡(1평)당 7000만원을 넘기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공사 현장. /뉴스1
분양가가 3.3㎡(1평)당 7000만원을 넘기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공사 현장. /뉴스1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 건설 사업도 다르지 않다. 주택 건설 사업 이익은 사업 시행자(건설 사업자, 조합), 시공사, 정부, 수분양자가 각자의 기여도와 리스크에 맞게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대부분 수분양자에게 그 몫이 돌아가고 있다. 그들의 기여도는 건설 기간 중 빠르게 분양받아 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분양 경비와 금융비용을 다소 줄여줬을 뿐, 리스크는 분양 시기와 입주 시기 사이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밖에 없다. 이에 반해, 사업 시행자는 수분양자에게 사업 이익을 과하게 나눠준 후 남은 몫을 지키기 위해 건설비 증가를 억제하고자 시공사와 분쟁을 겪게 되거나 시공사를 재선정하기도 한다. 시공사도 현실적인 건설 공사비 상승을 못 쫓아가는 분양가 상한제 건축비로 수주가 어렵고, 수주하더라도 시공 품질을 다운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도 인허가 단계에서 기부 채납 등 공공 기여에 맞춰 인센티브를 제공했는데, 주택 공급 단계에서 수분양자의 프리미엄을 사업 시행자에게 되돌리기도 힘들다. 사업 참여자 간 이익 분배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는 현재 분양가 상한제 유지는 지속적인 폐해를 막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분양가, 원가(原價)와 시가(市價) 사이 결정해야

분양가 상한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가격 프리미엄 형성이다. 과도한 프리미엄은 시가와 상당히 괴리된 원가 수준의 분양가 책정에 기인한다. 심지어 급등한 공사비를 신속히 반영하지 못하는 분양가 상한제하의 분양가는 실질적인 원가보다도 낮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가 수준으로 분양하는 것도 무분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원래 제도적 취지에 반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분양가는 원가와 시가 사이에서 결정돼야 한다. 주변 분양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수분양자에게 선분양에 따른 시장 변동 리스크에 대한 적정 프리미엄을 제공하기 위해 시가보다는 낮게 책정돼야 한다. 반면, 사업 시행자에게 건설비 상승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안전 마진을 확보해 주고, 로또 청약 과열 및 공급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서 원가보다는 높게 분양가가 책정돼야 한다. 

분양가 심사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고분양가 심사 기준은 분양·준공 각 비교 사업장의 분양가와 인근 사업장의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가보다는 높고 시가보다는 낮게 상한 금액이 산정된다. 물론,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시장의 상황을 모두 반영한다고는 하나, 주변 시세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업 시행자의 볼멘소리가 있는 만큼 좀 더 투명한 가격 산정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는 있다. 

정부도 최근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에 대해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분양가 상한제 관리 체계 개선 연구’ 용역 발주 입찰 공고에 나섰다. 기본형 건축비의 현실화 반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기대해 본다.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