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8월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말 치러질 예정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이에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일인 9월 30일을 끝으로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이어 올해 중의원 보궐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영향이 컸다. 취임 초기 여론조사에서 60%를 넘었던 그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 퇴진 압박을 받았다는 평가다. ‘포스트 기시다’를 준비하기 위한 선거전은 이미 막을 올렸다. 고노 다로 디지털 장관 등 자민당 내 거물뿐 아니라 젊은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 장관도 차기 총리로 거론된다. 필자는 기시다의 정치적, 경제적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자민당에서 기시다 총리가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학 교수 현 도쿄대 국립정책대학원 국가정책연구원 선임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차관보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학 교수
현 도쿄대 국립정책대학원 국가정책연구원 선임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차관보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집권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퇴임 직후 자민당은 후임자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자민당이 이끄는 연립 정부가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후임자가 총리로 임명될 것이다. 이후 새 정부는 ‘허니문 효과’를 통해 다수 의석을 확보하려는 기대를 가지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당과 국민에게 지지받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다.

먼저, 기시다가 왜 물러나기로 했는지부터 짚어보자. 이 결정은 언론에 의해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졌지만,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후보에서 지난 7월 물러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시다의 지지율은 매우 낮다. 작년 11월부터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정치 자금 스캔들 때문이다. 

작년 11월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이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서 티켓 판매로 받은 자금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할당된 티켓 수보다 더 많은 티켓을 판매한 자민당 의원은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이러한 리베이트는 특히 자민당 내 ‘아베 파벌’에 널리 퍼져 있었고, 많은 유력 정치인이 이 스캔들로 인해 명예를 잃었다(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재임 중 이 관행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후 이 관행이 부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그는 자민당 파벌 해체를 요구하며 자기 파벌을 먼저 해체했다. 다른 파벌들도 이에 따랐지만,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 파벌’은 예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기시다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일본 총리 중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이들은 항상 당 지도부에서 물러나거나 선거에서 패배했다. 기시다는 아마도 이런 불명예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처럼, 그는 이미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과를 여러 차례 거두었기 때문이다.

기시다는 2022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일본의 서방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지역 안보 위협(특히 중국으로부터)이 증가하는 시기와 미국이 일본을 장기적으로 보호할 의지가 불확실해지는 상황(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에 기시다는 일본이 자체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조처했다. 2022년 일본 정부는 5년 내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고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시다는 자녀를 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확대 및 일시적인 세금 환급 계획을 도입했다. 더 넓게 보면, 일본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의 지도하에 일본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2% 달성에 성공했고 실질임금도 상승했다.

물론 이 과정은 ① 아베노믹스로 알려진 경제정책 전략을 통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깨뜨린 아베 전 총리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BOJ) 총재가 감독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도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 에너지 가격 급등, 엔화 약세가 결합하면서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4%까지 상승해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리더십이 필요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4년 ② 춘투(春鬪)에서 기업이 대규모 임금 인상을 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5% 이상으로, 1991년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정치적, 경제적 성과 외에도 기시다는 그와 같은 자민당 내 자유파인 ‘코치카이 파벌’ 출신의 다른 자민당 총리보다 더 오래 재임했다. 오히라 마사요시 전 총리와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는 재임 기간이 각각 3년 미만이었다. 기시다는 이들 총리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시다의 ③ ‘디지털 전원도시 국가 구상’은 오히라 전총리의 ‘국가 전원도시 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시다는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재임한 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왼쪽부터) 기시다 총리의 후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신지로, 고노 다로. /AFP연합
(왼쪽부터) 기시다 총리의 후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신지로, 고노 다로.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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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의 11명이 기시다의 후임 자리를 두고 경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명이 두드러진다. 기시다가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출마를 선언한 고바야시 다카유키는 보수 성향의 전 재무성 관료로, 재정 긴축을 최우선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49세에 불과한 그는 자민당이 정치 비자금 스캔들의 그림자와 낡은 파벌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할 수 있다.

또 다른 젊은 후보는 43세의 고이즈미 신지로다. 그는 아베와 스가 내각에서 환경 장관으로 일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서, 그는 유창한 언어와 약속 이행(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우정공사의 민영화)을 통해 높은 지지율을 누렸다. 그는 대중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으며, 교육 및 가족 중심 정책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훨씬 나이가 많다. 61세인 전 외무장관 고노 다로는 중요한 구조적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승리하려면 아소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67세의 이시바 시게루는 보수 성향의 방위 전문가로, 그는 이미 네 번의 출마 경험이 있다(2012년 1차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2차 투표에서 아베에게 패배했다). 다른 두 명의 후보자인 71세 외무 장관 가미카와 요코와 63세 하야시 요시마사는 기시다의 해체된 파벌의 구성원이다. 물러난 기시다는 자민당에서 일종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여러 후보가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Tip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세 가지 경제정책을 아우르는 용어. 통화량을 늘려 이자율을 낮추는 양적 완화 중심의 통화정책, 공공사업 확대 등을 위한 확대 재정 정책,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규제 개혁이 주요 골자다.

일본에서 매년 봄 진행되는 임금 협상. 춘투 시기에 여러 일본 노동조합은 단합해서 대기업 고용주와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 협상을 벌인다. 보통 2월이나 3월에 시작해 4월까지 이어진다.

기시다 총리가 2021년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핵심 정책. 지역마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일본 열도를 둘러싼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일본 전역 어디서라도 고속 대용량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학 교수

정리=김우영 기자

정리=오윤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