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무더위가 오래 지속돼 지칠 무렵에 뜻밖에도 일본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일본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고등학교 재학생 총 137명 중 남학생 68명 가운데 61명이 야구선수이고 그나마 나머지 7명도 야구를 하다 그만둔 학생이다. 한마디로 오직 야구를 위해 입학한 학생들이다. 한국 고교생의 목표는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인데, 일본 고교생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특기에 ‘올인’하는 교육이 허용된다. 이 학교의 야구 연습장은 길이가 60~70m에 불과해 짧고 강하게 치는 연습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우승 학교로는 이례적으로 예선에서 우승까지 전 경기에서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이번 우승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장점을 기막히게 조화시킨 결과다. 한국인의 투지, 패기, 창의성과 일본인의 현실 순응력과 끈기라는 서로 다른 장점을 결합해 기적을 이뤘다. 이번 우승은 또한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보통의 학교 체육이 갖는 교육적 의미와그를 통한 순수한 감동을 보여줬다. 양국 선조와 기성세대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고교생이 화합해 기적을 이룬 감동적인 이야기다.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 새로운 희망길을 나아갈 때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 이 학교 교가 4절은 건학 이념을 또렷이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의 장점을 결합하면 이렇듯 비범한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인구 감소에 수도권 집중이 더해져서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제조업 인력난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이라도 지방에는 고급 인력이 가지 않고, 중소기업은 현장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 언어 소통 문제는 현장 기술의 전수와 창의적인 생각을 가로막는다. 여력 있는 기업은 수도권에 연구소를 짓고, 로봇을 통한 공장 자동화와 전산을 통한 생산 관리 효율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미래 시장이 불투명한 기업은 이런 투자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시장이 어려워질 때 사람보다는 장비를 철수하는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싼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것도 그간의 경험으로 새로운 한계가 드러났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과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 민족의 장점인 총명함과 충성심과 희생정신이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임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언젠가 북한의 2500만 인력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