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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열린 장례 행렬 중 조문객이 무선호출기(삐삐) 폭발로 사망한 사람들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큰 사진).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동부 베카밸리와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연쇄 폭발해 20명이 숨지고 45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날인 9월 17일에는 베이루트 남쪽 교외와 이스라엘 접경지인 남부, 동부 베카밸리 등에서 헤즈볼라 요원이 자주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천 대가 동시에 폭발해 어린이 2명을 포함, 12명이 숨지고 3000명 가까이 부상을 입었다. 폭발한 무선호출기의 잔해가 흩어져 있다(사진 1).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발한 무선호출기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상표가 부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골드아폴로의 수주를 받아 계약을 체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 BAC컨설팅(BAC)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운영하는 유령 회사” 라고 보도했다. 헤즈볼라가 주문한 제품에 BAC가 폭약을 넣거나 배터리 표면에 고폭발성 물질을 바른 ‘폭탄 삐삐’로 만들었다는 것. 

지난 2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휴대전화가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쓰일 수 있다며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BAC는 폭탄 삐삐를 2022년에 처음 제작해 레바논에 소량 배송했다. 하지만 나스랄라의 경고 이후 수천 대가량을 제작·배송했다. 레바논에서 대규모 ‘삐삐 테러’가 발생한 9월 18일 우크라이나군은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약 380㎞ 떨어진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에 있는 러시아 미사일 창고를 100여 대의 자폭 드론으로 폭발시켰다(사진 2). 당시 창고엔 지대공 미사일과 항공 유도 폭탄 등이 보관돼 있었다. 폭발은 인공위성에서도 포착될 정도로 강력했다. BBC는 “약 3000만파운드(약 527억원) 가치의 무기고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고르 루데냐 트베리주 주지사는 “토로페츠에 드론이 떨어졌다”고 인정했지만 “드론은 방공망에 의해 모두 격추됐으며, 화재는 잔해로 인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지정학 리스크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폭탄 삐삐와 자폭 드론은 기술의 진전으로 달라진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