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일의 미래가 다가오면서 인적자원관리(HR)는 기존에 고립된 기능 부서에서 벗어나 구성원, 비즈니스, 지역사회와 통합된 경계 없는 하나의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 HR 전문성은 HR만의 전유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HR 역량을 갖추고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구성원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은 조직의 성과 달성을 위해 물리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비즈니스, 기술, 세상이 급변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민첩성, 책임, 인적 성과 창출이 필요해진 만큼, 단 하나의 기능 부서만으로는 이에 대응할 수 없다. HR 전문성은 여타 기능의 전문성과 함께 매우 중대한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생성 AI(Generative AI)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조직에서는 인간의 역량과 스킬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모든 근로자에게 갈수록 중요해지는 10대 스킬 중 하나로 HR이 꼽혔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HR을 하나의 기능 부서에서 여러 기능을 조율하는 분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또는 극도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한 진전도 있었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5%는 소속 조직의 HR 기능 범위가 지난 3년간 ‘확대됐다’고 답했으며, 경영자의 27%는 HR 기능과 여타 비즈니스 기능 간 통합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데 강하게 동의했다.
이러한 추세는 조직 전체에 반영돼, 전반적으로 기능 간 경계가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다. 경영자의 81%는 일이 기능 간 경계를 넘어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답했고, 54%는 근로자 차원에서 기능 간 협업이 자주 또는 항상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73%가 프로젝트나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위한 협업이 거의 또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던 2018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하지만 HR이 경계 없는 분야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조직이 이를 벅찬 과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C레벨 리더 31%는 조직 리더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변화 세 가지 중 하나로 ‘경계 없는 HR 전환’을 꼽았다. 내부 제약도 이러한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여전히 상당수 조직이 HR 전문성을 우선시하지 않거나 이를 지원하는 조직 문화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경계 없는 HR 전환을 조직의 더욱 중요한 우선순위로 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HR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HR 기능이 경계 없는 다기능으로 전환된 사례는 아직 소수다. 우선 경계 없는 HR을 정의하자면 이는 ‘새로운 실행 방식, 스킬, 지표, 기술을 채택하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조정 등 사고방식의 전환도 의미한다.
경계 없는 HR은 △HR과 여타 기능 간 경계 △HR, 근로자, 리더, 관리자 간 경계 △‘직무(job)=일(work)’ ‘직원(employee)=근로자(worker)’ 방정식이 정한 경계 △HR과 외부 조직, 고객, 여타 제삼자 간 경계를 허물어 HR 전문성 분야를 비즈니스 곳곳에 내재화한다.
경계 없는 HR은 단순히 HR 운영 모델이나 역할 분담을 재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도 내에 누구를 어디에 배치할 것이냐의 문제도 아니며, 조직 내·외부를 막론하고 가장 유능한 인재를 활용해 인력 관련 과제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경계 없는 HR로 조직이 실현할 수 있는 가치
HR은 전통적 기능에서 벗어나 인력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비즈니스 운영을 지속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창출하고, 근로자 고용을 유지해 인적 지속 가능성을 개선한다. 기업 리더도 이러한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2020년 HR의 미래 변화 대응 능력을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2019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끝난 지금, HR의 기능은 과거로 회귀할 위험에 처했다. HR이 일시적으로 주목받고 업무 관련 의사 결정에 참여했지만, 비즈니스 리더가 HR 전문성의 지속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팬데믹 이전의 단순한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은 조직과 생태계 전반에 협업을 체계화해야 할 필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변화 속도와 기대치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만큼 HR 목표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트렌드에서볼 수 있듯이 업무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HR 목표 전환이 필요하다.
경계 없는 HR 접근법을 도입하기 위한 행동 전략
HR은 역할, 프로세스, 목표, 팀, 지표, 기술, 시스템 등 조직 전반에 걸쳐 더 나은 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다음의 행동 전략을 수행해 HR을 하나의 기능 부서에서 경계 없는 분야로 전환할 수 있다.
① 관리자를 HR 전문성을 갖춘 리더로 재정의하라
② 전 부서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와분석 방식을 수립하라
③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HR 프랙티스와 데이터를 민주화하고, 과학을 기반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인적성과를 실현하라
④ 다기능 팀 또는 ‘통합 책임자(integrator)’ 를 구축해 비즈니스 및 HR 문제를 해결하라
⑤ 근로자를 HR 프랙티스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탈바꿈시키라
⑥ 외부 기관과 협업 및 파트너십을 모색하라
경계 없는 HR의 미래
경계 없는 HR로 사고방식을 전환하려면, 조직은 HR 전문성 분야를 조직 구성원 및 각 사업 부서와 공동 소유, 창조함으로써 책임과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IT 및 재무 기능과 마찬가지로 HR과 비즈니스가 양방향 관계를 구축해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는 이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새로운 리더십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CHRO는 최고일책임자(Chief Work Officer)가 되어, 내·외부 근로자가 AI와 협업하고 기술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인력 관리의 책임을 맡아야 할 수도 있다.
J&J의 글로벌 인력 관리 책임자인 마이클 에흐렛(Michael Ehret) 박사는 딜로이트와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경계 없는 HR의 개념이 지금과 또 다를 수 있고, 이로 인해 팀 구성도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인력채용팀은 인력확보팀으로 전환했다. 이 팀의 임무가 정규직 또는 임시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이 가장 의미 있는 일에 매진하려면, 정규직, 임시직, 파트타임, 스마트한 기계를 막론하고 필요한 스킬을 갖춘 전 세계 최고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의 글로벌 인력관리팀은 ‘어떤 미래가 다가오든 대비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