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성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이런 정황을 정말 몰라서 계속 추진하는 것일까.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하다고 비판받는 정책이 남발되고 또한 이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가 서로 쿵짝이 잘 맞아서겠지만 말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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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토교통부는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매입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매입 임대주택은 정부가 민간 주택을 직접 매입하여, 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주거 취약 계층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공공 임대주택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이러한 주택을 매입 후 관리하며, 입주자가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발표에 따르면, 2024년까지 2만5000가구의 매입 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문제점 많은 공공 매입 임대주택 확대하는 정부

하지만 정부의 이런 취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사실 2년 전에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감찰 결과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LH가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의 가격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는 공공 재원이 불합리하게 사용되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LH가 야기한 여러 차례의 절차적 문제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났다. 감찰 결과, LH는 특정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때 충분한 할인 없이 고가에 매입한 사례가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건설사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매입 결정이 주택 시장 안정화 및 공공 주거 정책의 본래 목적과 어긋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당시 매입 임대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향후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기준과 절차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지만 제도 자체가 가지는 모순은 그대로다. 제도 자체가 제대로 운용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및 지방의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을 매입할 예정이라는데, LH의 매입 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통해 강남, 서초, 송파, 용산 등의 특정 지역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9월 2일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신축 매입 임대주택 현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9월 2일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신축 매입 임대주택 현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비효율성 높고 공정하지도 않아

임대주택 정책도 이렇게 수요에 끌려 맞춰줘야 하는지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역은 주로 조정 대상 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이 많다. 고가 지역에서의 아파트 매입은 단위 주택당 매입 비용이 많이 들어 한정된 예산으로 매입할 수 있는 주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더 많은 취약 계층에게 주거를 제공해야 하는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맞물려 건설사의 자금 사정을 풀어주기 위해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지지하거나, 특정 개발 업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처럼 주택 시장의 거래량이 많지 않을 때 결국엔 감정가에 의해 매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특히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높은 시세를 반영하여 감정가가 설정될 경우, 국가가 매입할 때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불편한 이면이지만, 감정사가 주택 소유자나 건설사와 유착 관계가 있는 경우, 감정가가 실제 시장 가치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가가 주택을 과도한 가격으로 매입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왜 이렇게 이 모든 비효율성을 무릅쓰고 주택 시장에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애쓰는지가 이해가 안 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종종 관료주의적 절차와 비효율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민간 임대주택과 비교할 때 입주자 선정, 관리, 유지·보수 등의 과정이 더 느리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부 매입 임대주택은 주로 한정된 예산 내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유지·보수와 관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주거 환경의 질을 낮출 수 있으며, 입주자의 생활 만족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반면, 민간 임대주택은 임대료 수입을 기반으로 더 자주 유지·보수를 하고, 관리 서비스를 개선할 여지가 크다. 물론 저렴한 값에 공급한다지만, 시세와 차이는 역시나 국민의 세금 혹은 LH의 적자로 메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효율성은 물론이고 공정하지 않다. 

시장에서 가격 형성 왜곡 가능성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로 임대주택을 매입할 경우, 해당 지역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을 왜곡할 수 있으며, 민간 임대주택의 시장 구축효과(crowding out)를 발생시킨다. 정부가 덤핑으로 공급량을 늘리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임대 업자의 생존이 문제가 아니라, 임대주택 자체가 시장 상황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가격 시그널과 완전히 차단된다는 게 문제다. 

매입 과정에서도 정부가 매입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부풀려진 가격으로 매입되거나, 필요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공공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도 우리나라는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다. 비효율성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이런 정황을 정말 몰라서 계속 추진하는 것일까.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하다고 비판받는 정책이 남발되고 또한 이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가 서로 쿵짝이 잘 맞아서겠지만 말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