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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가천대 석좌 교수·반도체교육원장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전 삼성전자 상무
김용석 가천대 석좌 교수·반도체교육원장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전 삼성전자 상무

의학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람의 수명이 연장됐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의료와 헬스케어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고, 비용도 늘었다. 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 공급 부족 등 같은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질병의 치료와 예방, 건강관리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다. 그런데 최근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가 전통적인 치료 중심의 의료 서비스에서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개인의 병원 내 진료 기록, 건강 데이터, 의료 영상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얻는 사용자의 생활 습관, 운동량, 수면 패턴 같은 사용자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라이프 로그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의사의 노력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를 위한 질 높은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AI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과 함께 활용되면서 개인의 헬스케어 정보의 생성·수집·저장이 가능해졌다. AI는 의사 옆에서 데이터 분석과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AI가 의료 현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 의료 데이터 판독하고 신약 개발에 적용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와 구글의 바드(Bard) 같은 생성 AI(Generative AI)의 도입은 예방, 진단, 처방 등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 영역에서부터 개인의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AI 헬스케어의 활용이 가장 활발한 쪽은 의료 영상 분야다. 기존엔 임상의나 영상의학 전문의의 시각적 인지 능력과 판단력에 의존해 왔다. 이젠 AI가 의료 영상의 특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AI가 의료 이미지 분석을 통해 의사의 진단 및 처방에 도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의료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영상 진단은 엑스레이, 초음파 등의 기기를 통해 습득한 영상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판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 기업도 활발히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의료 AI 솔루션 업계 3인방으로 불리는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가 대표적이다. 루닛은 2022년 11월 의료 AI 솔루션 업계에선 최초로 국가 암 진단 운영 사업자로 공식 채택됐다. AI 기술로 의료진의 의료 영상 판독을 보조해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올해 5월에는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뷰노는 입원 환자의 기본적인 생체 활력 징후 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 내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제시한다. 뷰노의 매출 대부분이 이 제품에서 나온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등 뇌질환 의료 AI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는 신약 개발에도 활용된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큰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은 보통 후보물질 탐색부터 인체 임상까지 평균 10년이 소요된다. 후보물질 탐색은 신약 개발의 첫걸음이다. 얼마나 빠르게 찾는지가 신약 개발의 관건이다. 탐색의 대상이 되는 자료는 논문, 보고서, 생물학 정보 데이터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고 그 분량도 많은데, AI는 자료 검토를 통한 화합물 탐색, 탐색된 화합물 구조 정보와 단백질 결합 능력 계산 등을 통해 후보물질 발견 단계에서 소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실제 화이자는 AI를 활용해서 10년 이상 걸릴 백신 개발 기간을 약 10개월로 줄였다. 

진료 프로세스, 병원 업무 효율성 높인 AI

AI는 진료 프로세스도 개선한다. 환자와 의료진 간 접촉을 줄이는 한편, 효과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 의료진을 보조하거나 의료진의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AI를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에서 2013년 창업한 건강관리 플랫폼 회사인 바빌론 헬스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240만 명이 사용 중인 바빌론 헬스는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15개국에서 15개 언어로 글로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AI를 통한 사전 진단을 하고, 비대면 진료로 의료비를 절감시키는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질병 진단이 아닌 예방에 중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회사는 매출의 90% 이상이 보험회사로부터 발생한다. 이 회사는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과적으로 보험회사 측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AI는 병원 업무의 효율화도 가능하게 한다. 의료 행위는 단지 환자의 진단, 진료,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진료 기관이 환자의 방문 기록과 보험금 청구 등 각종 서류를 처리하는 데 막대한 행정 비용이 발생한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할 능력이 있는 생성 AI는 행정 업무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주요 병원도 각각 AI 연구 조직을 가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9년 AI 연구센터를 설립해 영상 진단 분야에서 특발성폐섬유화증. 메니에르병같이 희귀 질환이나 안저영상, 심전도, 뇌전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24년 내시경 진단을 돕기 위한 내시경 동영상 데이터를 학습시켜 내시경 진단의 오진을 줄이기 위한 AI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웨어러블에 접목한 AI⋯ 실시간 건강관리

삼성전자는 지난 7월 AI를 강화한 개인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갤럭시 링, 갤럭시 워치7, 갤럭시 워치 울트라를 공개했다. 특히, 갤럭시 링은 개인의 건강 상태를 24시간 밀착 관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수면 습관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사용자는 매일 아침 기상 후, 수면 중 움직임,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 수면 중 심박수와 호흡수 등 수면의 질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사용자의 심박수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갤럭시 링이 이를 즉각적으로 알려준다. 사용자가 걷거나 달리기하면 자동으로 운동 진행 상황을 측정하고, 사용자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을 때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애플도 지난 6월 기능을 개선한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평균 운동량을 분석해 이보다 급격하게 운동하면 경고 메시지를 띄우도록 해서, 보다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 워치와 유사하게 수면 중에도 심박수 등을 체크해 평균 수치를 벗어나면 알람이 울리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도 스마트워치 제조사가 AI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AI의 활용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IBM에서 개발한 AI 왓슨이 의료계에 이미 많이 도입됐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9년 9월 한국에서 최초로 왓슨을 도입해 의료 환경에 적용하고 있다. 왓슨은 딥러닝, 강화 학습을 거쳐 지금의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 AI 등장으로 더욱 발전했다. 알파고 개발사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는 2024년 5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생성 AI 모델(프로그램) ‘알파폴드(Alphafold) 3’ 를 공개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구조 예측을 뛰어넘어, 단백질이 우리 몸 안에서 생체분자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AI 헬스케어 시장은 매우 큰 시장이다. 사후 진단과 치료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이 고객 중심의 사전 예방 관리로의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다. 미래에는 AI 덕에 최고의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AI는 환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위험을 예측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치료 중인 의사에게 알리게 되고, 덕분에 환자는 즉시 치료받을 수 있다. AI 발전으로 앞으로는 의사가 사람의 건강 상태를 365일 관찰하면서 관리해 주게 될 것이다. 치료 시점을 정확히 예측해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시대가 AI 덕에 열릴 것이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 교수·반도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