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사용이 무용하다고 걱정하던 시점에서,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무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노트북에서 빈 화면을 열고 타이핑을 시작하거나, 오래된 문서를 불러와 ‘찾기 및 바꾸기’를 하는 사람이 무능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앤드루 펄먼 미국 서퍽대 로스쿨 학장예일대 윤리·정치·경제학,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 사진 앤드루 펄먼
앤드루 펄먼 미국 서퍽대 로스쿨 학장
예일대 윤리·정치·경제학,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 사진 앤드루 펄먼

미국 보스턴 소재 서퍽대 로스쿨은 리걸테크(Legal Tech·법률 정보 기술)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서퍽대 로스쿨을 ‘법학 교육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미국의 로스쿨’로 선정했다. 서퍽대 로스쿨은 산하에 ‘법률 혁신 기술 연구소(Legal Innovation & Technology Lab)’를 두고, 로펌이 활용할 만한 기술 솔루션을 개발한다. 또 ‘변호사를 위한 생성 AI(Generative AI)’ 같은 여러 리걸테크 과목을 운영한다. 생성 AI 모델의 기초 지식, 활용 방법, 윤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학생에게 가르친다.

서퍽대 로스쿨의 학장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9년간 맡고 있는 앤드루 펄먼 교수를 최근 인터뷰했다. 펄먼 교수는 “생성 AI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로스쿨도 미래의 변호사에게 생성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펄먼 교수는 2022년 ‘챗GPT가 법률 서비스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챗GPT로 작성해 발표하기도 했다. 챗GPT는 이 논문의 공동 저자로 적혔다. 그는 “대부분의 내용을 챗GPT를 통해 생성했다”면서 “챗GPT의 응답은 불완전하고 때로는 문제가 있었으나, 우리가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성 AI는 법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금까진 영향이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조계에서는 생성 AI가 앞으로 몇 년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실질적이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대기업은 로펌에 ‘생성 AI를 사용해 법률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수많은 리걸테크 기업은 변호사를 위한 생성 AI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일부 로펌은 생성 AI 사용을 금지하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법조계는 생성 AI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지한다.

앞으로 몇 년간의 변화는 비교적 미미할 것이지만, 10년 이상을 내다보면 생성 AI는 법조계의 여러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향후 2년 동안 발생할 변화를 과대평가하고, 향후 10년 안에 일어날 변화를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생성 AI는 지금까지 발명된 어떤 기술보다 법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변호사는 업무의 상당 부분에 문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법률 산업에서 챗GPT는 인터넷 등장보다 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서퍽대 로스쿨이 교과목에 생성 AI 과목을 포함하는 이유는.

“생성 AI는 미래 법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로스쿨은 미래의 변호사에게 생성 AI 사용법을 가르치기 시작해야 한다. 서퍽대 로스쿨은 10년 전부터 ‘법률 혁신 및 기술 집중 과정’을 세부 전공 중 하나로 운영해 왔다. 학생에게 법률 서비스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왔다. 생성 AI를 비롯한 기술 교육을 통해 우리 졸업생은 로펌에 입사할 때 이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변호사와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전통적인 법률 실무뿐 아니라, 당신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내세울 수 있다.”

AI는 위험한 기술이라는 우려가 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AI가 우리 세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괴물이라는 걱정은 실질적이고 이해할 만한 우려다. 나 역시 이런 걱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분명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곧 다가온다. 생성 AI 사용이 무용하다고 걱정하던 시점에서,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무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노트북에서 빈 화면을 열고 타이핑을 시작하거나, 오래된 문서를 불러와 ‘찾기 및 바꾸기’를 하는 사람이 무능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우리는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최선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이 최신 기술을 활용하고, 법률 실무에 필요한 분석적 기술을 개발하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생이 글을 쓰고, 분석하고, 법적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AI에 의존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변호사는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밝히는 최전선에 서 있다. AI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점점 더 중요한 도구가 되겠지만, 법학 교육에서 우리가 가르치는 기술, 즉 논쟁을 분석하고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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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답변을 활용한 논문을 쓴 이유는.

“2022년 11월, 챗GPT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본 후 며칠 만에 이 기술이 법률 서비스를 변혁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률 서비스와 사회 모두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섰다. 이를 알리고 싶었고, 챗GPT와 공동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이 논문이 미국 법조계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당시 많은 사람이 이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이 기술이 법률 관련 문서 작성에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할루시네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AI가 만든 정보에 허위 정보가 포함되는 환각 현상)은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법률 윤리에 대한 다지 선다형 질문을 AI에 했을 때, AI가 잘못된 답을 준 적이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존재하지 않는 규칙을 인용하며 답변을 만들어냈다. AI가 법률 윤리 전문가인 나조차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면, 특정 주제에 정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변호사는 말을 정밀하게 사용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생성 AI는 1년 전보다 할루시네이션을 훨씬 덜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개선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특정한 법률 기술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상대적으로 무엇이 더 나은가’다. 점점 더 접근이 어려워지는 법률 시스템에 비해 어떠한지 말이다. 법률 서비스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비싸지며,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생성 AI는 법률 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에서는 중산층 이하 사람의 90% 이상이 퇴거, 압류 또는 자녀 양육권 분쟁 같은 중요한 민사사건에서 효과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성 AI는 변호사가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법률 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춰 일반 대중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생성 AI 시대에 로펌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로펌은 생성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위험이 적은 분야에서부터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해 생성 AI 도구를 실험하고 최적의 사용 사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생성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법조인과 전문가를 새로 고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