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한 명만 꼽으라면, 일본인 사이에선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인 파나소닉그룹(옛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그는 1989년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정치인과 경영자는 물론 일반인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고노스케는 평생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94세까지 장수했다. 일본 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그가 주목받는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 늘 고민하고 실천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고노스케는 일본의 전기·전자 산업을 일군 선구적인 기업인이다. 1894년 혼슈(본섬) 중부 와카야마현에서 태어나 돈을 벌기 위해 아홉 살에 단신으로 집을 나온 소년의 앞길은 험난했다. 오사카로 가 화로 공장, 자전거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1918년 마쓰시타전기기구제작소(현 파나소닉그룹 전신)를 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혼란기인 1946년 PHP(Peace and Happiness through prosperity·번영을 통한 평화와 행복)의 소망을 담아 PHP연구소를 설립, 사회 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파나소닉은 현재 한국과 중국과 경쟁에서 밀렸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전 왕국’ 일본을 이끈 선구적 기업이었다. 장기 저성장 속에 ‘일본 경제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인 사이에 올해 탄생 130주년을 맞아 고노스케의 삶과 경영 철학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고노스케의 핵심경영 철학을 소개한다.
파나소닉뮤지엄 전경. /최인한 소장
파나소닉뮤지엄 전경. /최인한 소장
파나소닉뮤지엄 전시관 내부. /최인한 소장
파나소닉뮤지엄 전시관 내부. /최인한 소장

파나소닉뮤지엄 가 보니

올해 초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로 고민하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서적의 책갈피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곳에는 고노스케의 ‘길(道)’이 적혀 있었다. 지난 8월 말 오사카부 가도마시에 위치한 파나소닉뮤지엄에 들렀을 때 ‘마쓰시타 고노스케 역사관’ 입구에 걸려 있는 ‘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방문 전까지 이런 기념물이 있는지 몰랐다. 파나소닉뮤지엄은 창업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8년 문을 열었다. 향후 100년도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만든 기업 박물관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역사관과 모노즈쿠리이즘관 두 개로 구성돼 있다. 역사관에서 고노스케의 94년 생애를 따라가 보면, 수많은 역경을 극복한 한 기업가의 인생을 체험할 수 있다. 파나소닉뮤지엄에서 만난 고노스케의 어록을 소개한다.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사’다. 사업은 사람이 전부이며, 사업은 사람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 성패는 적합한 인재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전통 있는 회사고, 사업 내용이 좋아도 전통에 걸맞은 인재를 구하지 못하면 점점 쇠퇴한다. 그래서 어느 회사나 ‘인재 육성’을 최우선으로 여겨 인재를 구하고 활용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그런 일에 성공할수록 실적이 좋아지고 사업이 번창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대단히 복잡 미묘하고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 마음이 시시각각 변한다.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3이 되었다가 5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0이 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이기에 묘미와 재미가 있다. 어떻게 변할지 알 길 없는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한다. 바로 여기에 인재를 키우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묘미가 있는 것이다.

올해 탄생 130주년을 맞은 마쓰시타 고노스케. /최인한 소장
올해 탄생 130주년을 맞은 마쓰시타 고노스케. /최인한 소장

젊어 고생은 성공에 도움이 된다

어린 시절이 고된 시기였지만 일을 하며 장사의 기본부터 인생의 가치관을 수립할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다. 이 힘든 시절이 훗날 성공의 자양분이 됐다. 인간은 고생하기를 꺼리고 게으르면 안 된다. 고생은 나서서 해야 하며 사서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참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단순히 지식이나 학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굳센 마음을 길러야 배운 지식이나 학문이 빛을 발한다. 밑거름이 없는 학문과 지식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출셋길에 방해가 된다. 사람은 곤란에 맞닥뜨려야 비로소 이에 맞서 싸울 힘과 견뎌낼 힘을 갖출 수 있다. 인생을 길게 보면, 어려움은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영학은 배워도 경영은 배울 수 없다

‘경영학’은 배워도 ‘경영’은 배울 수 없다. 실제 경영은 이론이나 매뉴얼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험이 밑바탕 된 요령과 감이 있어야 경영을 잘할 수 있다. 경영자에게는 예술적인 센스가 필수적이다. 경영은 완성되지 않은 살아있는 ‘종합예술’ 이다. 경영은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의 분야를 놓고 봐도 다 다르다. 연구개발(R&D),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 완성된 제품을 파는 판매, 원재료 구입, 회계나 인사 등이 있다. 이러한 경영 전반에 걸친 각각의 분야가 창조적인 활동이다. 이를 종합하고 조정하는 게 경영이며 거대한 창조라고 할 수 있다. 경영은 예술 중에서도 회화나 조각 같은 독립 예술이 아니라 회화, 조각, 음악, 문학을 총망라하는 종합예술이다.

편견 없이 세상 보는 게 지도자의 덕목

인간 본성은 바꿀 수 없다. 아무리 본질을 바꾸려고 노력해도 힘들며,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가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그 뒤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로는 감정이 앞서거나 이해관계를 따지다가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된다. 그럴 경우 진실과 동떨어진 모습밖에 볼 수 없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어 일을 그르치는 결과를 낳는다. 지도자(리더)는 최대한 편견을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그런 편견 없는 인식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을 적절하게 이끌 수 있다. 먼저, 인간을 이해한 후에 각자에게 알맞은 길을 제시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 자질이다. 

Plus Point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 메시지
“자신에게 주어진 ‘길(道)’을 가라”

파나소닉뮤지엄에 걸려 있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책 ‘길을 열다’ 머리글. /최인한 소장
파나소닉뮤지엄에 걸려 있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책 ‘길을 열다’ 머리글. /최인한 소장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대표 저서는 74세에 펴낸 ‘길을 열다(道をひらく)’다. 이 책은 1968년 나온 뒤 600만 부 가까이 팔려 일본 역대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자기 계발서 부문에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파나소닉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고노스케의 인생관과 경영 철학이 꼼꼼하게 실려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겐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있다. 하늘에서 부여받은 고귀한 길이 있다. 어떤 길인지 알 수는 없으나 다른 이는 결코 걸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걸을 수 있고, 둘도 없는 길이다. 그 길은 넓을 때도 있고, 좁을 때도 있다.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내리막이 있다. 평탄할 때도 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헤쳐 나가야 할 때도 있다. 그 길이 과연 옳은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위안을 얻고 싶어질 때도 생긴다. 그러나 어차피 이 길밖에 없지 않은가.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서 있는 이 길, 지금 걷고 있는 그 길을 쉬지 말고 걸어라. 오직 나만이 걸을 수 있는 소중한 길 아닌가. 내게만 주어진 둘도 없는 길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길에 마음을 뺏겨 갈팡질팡해도, 이 길은 조금도 열리지 않는다. 이 길을 열기 위해선 우선 걸어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고, 힘껏 걸어야만 한다. 아득하고 멀다 할지라도 쉬지 않고 계속 걸어 가면 반드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거기서 인생의 진실된 기쁨도 생겨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