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표이사와의 간담회에서 던진 신입사원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대기업 S 사의 한 신입사원은 최근 사내 간담회에서 “우리 회사는 근무시간에 여유가 있어 마음에 듭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워라밸’도 좋고 ‘칼퇴근’하는 문화가 마음에 들어 그리 말한 듯하다. 하나, 곧 ‘사장님 지시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전달된 사내 메시지에서 경영진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신입사원은 저녁 먹고 퇴근할 정도로 일을 많이 시킬 것. 계획을 세워 일을 시키되 일이 없으면 교육이라도 시킬 것. 임원과 팀장 책임 및 관리하에 준수할 것. 이를 즉시 시행할 것.”
회사 경영진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기껏 뽑아 놓았더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그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악의 없이 회사의 좋은 점을 편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사태가 커져 버린 것 같다. 성과 관리,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한 성장, 무엇보다도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 달성을 지향한다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소위 말하는 ‘회장님 지시 사항’ 또는 톱다운식의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관리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경영진이 꿈꾸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꾸준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숙제에 대한 최적의 해법은 아닐 것이다. 특히,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세 가지 포인트를 제안해 본다.
통제 대신 결과 중심 업적 달성 중시해야
첫 번째 포인트는 마인드 세트의 변화다. 관리와 통제보다는 얼라인먼트(alignment⋅지지)를 바탕으로 조직 성장을 이끄는 결과 중심 업적 달성으로 마인드 전환을 말한다. 회사에서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으면 성과가 올라가고, 칼퇴근하게 되면 성과가 하향 곡선을 그릴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 역시 크다. 공부에 의욕 없는 학생을 엄한 선생님이 교실에 붙들어 놓고 감독하고 이런저런 교육한다고 성적에 진전이 없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문제의 본질적 뿌리까지 추적해 보면 인력을 잘못 선발했거나 관리자의 역량 부족도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 우선적 해법만 여기서는 논해보자. 일단 이러한 관리·통제적 마인드를 버리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업적을 잠시 소환해 보고 싶다. 그는 명령과 통제, 공장식 교육 체제를 벗어나 생산수단을 소유한 중요한 존재로서 노동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노동자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보고 경영자처럼 성과에 책임지고 협력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함을 설파했다. 실현하기 쉽지 않은 과제는 틀림없지만 일단 통제와 감독 일변도에서는 분명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구성원이 늦게까지 회사에서 머물고 있다면 전통적 관리자 관점에서 마음은 왠지 편하겠지만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방향 소통 기반한 업무 계획 수립해야
두 번째 포인트는, 비즈니스 거버넌스의 변화다. 시대와 세대에 맞게 일상적 비즈니스 운영의 효율성과 리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트렌드를 따르는 재택근무나 ‘워케이션(workation=work+vac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의 대세를 무조건 따르라는 쪽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조직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목표나 비전 달성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간, 월간, 반기, 분기 단위의 어떤 활동을 어떤 빈도와 어떤 결과와 품질을 목표로 추진해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계획표나 전술(일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대한 합의와 공감) 등에 대한 수립과 합의가 양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1년 치의 주요 비즈니스 운영 계획을 미리, 수시로 공유를 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당연히 이 부분은 작게는 업무 회의를 하는 방식과 구성원 각 개인이 자기 일을 바라보는 태도를 넘어서 근본적으로는 조직 문화의 변화까지도 가져와야 가능한 부분이다. 일전에 자문 해주었던 한 중소기업 T 사의 이야기다. 절대 다수의 구성원이 자신의 직무를 상부에서 지시하는 일상적인 일에만 고정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상적인 비즈니스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는 일반 구성원의 일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주는 영역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맞춤형 성과 관리 필요
세 번째 포인트는, 성과 관리 프로세스의 변화다.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연례행사 같은 ‘성과 평가’에서 구성원과 조직 성장을 지향하는 상시적 프로세스로 전환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적지 않은 부수적인 과제물이 따라온다.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관리자가 절대적인 시간을 구성원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관리자가 시간만 투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관리자가 잘 훈련돼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구성원을 관찰하고 메모하는 훈련, 경청하는 훈련, 피드백과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하는 훈련 등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인해 적지 않은 대기업이 관리자에게 코칭 교육을 하고 있다. 필자도 비즈니스 코칭을 하는 사람이기에 코칭 활동 그 자체는 지지한다.
그러나 코칭에 앞서 그리고 성과 관리 프로세스 전환과 병행해서 기업의 경영자가 꼭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있다. 이런 접근이 모두에게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구성원 각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의 현주소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맞춤형 성과 관리가 들어가야 한다. 즉, 성과 관리를 계속 단절되지 않는 프로세스로 전환하고, 관리자의 역량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하고, 구성원 스타일에 맞춰 코칭과 관리 방식이 바뀔 때 성과 관리 프로세스가 효과를 볼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재정의 중요
생산성 향상이라는 문제는 어느 한 축에 의해서만 절대 가능하지 않다. 앞서 강조하고 제안한 세 가지 전략적인 포인트는 단순하게 표현됐지만 심오함이 숨어있다. 일련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서 명확한 합의와 실천이 없으면 다시 대표이사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관리·감독 중심의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일하는 방법론에 대한 투명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직원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막혀 버렸다면 이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커다란 장애물이 있는 셈이다.
많은 비즈니스 리더가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절대 명제에는 매달리지만, 이를 어떤 식으로 정의를 내리고 추적할지에 대해서는 구성원의 충분한 동의와 공감이 여전히 미흡하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이유다. 생산성 향상을 판단할 때 회사의 매출액 측정은 기본이고 여기에 1인당 생산성 수치도 계속 공유해 줘야 한다. 전체 조직과 개인 목표의 달성 여부, 순이익 측정과 달성 여부, 프로젝트나 과업이 마무리된 수치, 내부에서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수용할 수 있는 과업의 수준(quality)이 어느 정도인지, 투입된 시간과 인력 등에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설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유기적인 연결과 시너지 효과가 있을 때만이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라는 미션은 완수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