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州) 시브룩에 있는 베이포트 컨테이너 터미널의 항만 노동자들이 10월 1일(이하 현지시각)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큰 사진). 미국 동부와 남부의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노조)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뉴욕 등 관내 항구 36곳에서 이날 오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해당 지역 항만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은 지난 1977년 이후 47년 만이다. 파업 여파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사진 1)와 뉴저지(사진 2)주의 항만에는 인적이 끊겼다.
이번 파업은 9월 30일에 끝난 단체 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촉발됐다. 노조는 앞으로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지만,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50% 인상을 제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ILA 노조 소속 조합원의 기본급은 약 8만1000달러(약 1억617만원) 수준이며, 초과근무 시 20만달러(약 2억621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조합원은 일자리를 위협하는 항만 자동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운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 물류망 혼잡이 극심해질 것 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뉴욕 인근 항구에서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만 10만 개 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의 영향을 받는 항만은 연간 3조달러(약 3932조4000억원)의 교역을 담당하고 있다. JP모건은 이를 근거로 이번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하루 최대 50억달러(약 6조554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동부 항만을 주로 이용하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으로 상품 흐름이 멈춰 서면 운임이 상승하고 물가 상승률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9월 금리 인하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금리 결정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룰 10월 경제 데이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이번 파업의 경제 여파는 파업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식료품·자동차와 기타 소비재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과도하게 길어지지 않는다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은 앞서 항만 등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 파업에 공권력의 개입을 허용하는 ‘태프트·하틀리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