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타르 바바예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모스크바대 정치학, 아제르바이잔 국립경제대 해외경제관계학, 현 아제르바이잔 생태·천연자원부 장관, 전 국영석유공사 소카 부사장, 전 아제르바이잔 국회의원 사진 COP29
무크타르 바바예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
모스크바대 정치학, 아제르바이잔 국립경제대 해외경제관계학, 현 아제르바이잔 생태·천연자원부 장관, 전 국영석유공사 소카 부사장, 전 아제르바이잔 국회의원 사진 COP29

“전 세계가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국의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

무크타르 바바예프(Mukhtar Babayev)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9)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한국에 기대하는 바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COP는 전 세계가 기후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 기후 정상회의다. 1995년 베를린 첫 총회 후 매년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열리며, 개최국에서 총회 의장을 지정한다. 올해는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11월에 열리고, 현 아제르바이잔 생태·천연자원부 장관인 바바예프가 COP29 의장으로 선임됐다. 

일각에선 바바예프 의장의 국영석유공사 근무 이력과 아제르바이잔이 석유 부국이란 점을 문제 삼아 COP29에서 화석연료 감축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우려를 일축하며 “세계가 기후 공약을 이행하려면,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야심 찬 해결책을 찾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아제르바이잔도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녹색 에너지 주요 생산국이자 공급국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원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는데, “지난 COP21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지키려면 원자력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바바예프 의장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제르바이잔에서 COP29를 개최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아울러 COP29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될 예정인가.

“모든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처럼 아제르바이잔 역시 기후 행동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도 올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더위, 물 부족, 홍수 같은 기후변화를 직접 겪었다. 그래서 COP29에서 기후 협상을 이끌기 위해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째는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약속을 강화하도록 지원해 ‘야망을 높이는 것(enhance ambition)’이고, 둘째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 재정 지원을 확대해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행동을 촉진하는 것(enable action)’이다. 특히 COP29에선 기후 금융에 관한 ‘새로운 집단 정량 목표(NCQG)’ 설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또한 파리협정의 주요 요소인 기후변화 완화, 적응 그리고 손실 및 피해 분야를 이행하기 위한 논의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로 COP29 최대 쟁점으로 NCQG 합의가 꼽힌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가들을 어떻게 설득할 계획인가.

“NCQG를 채택하는 것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이 야심 찬 기후 행동에 투자하는 데 직면한 장벽을 제거하는 데 도움 되기 때문이다. COP29 의장국으로서 아제르바이잔이 각국의 우선순위와 우려를 이해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 회의와 고위급 대화를 여러 차례 진행한 배경이다. 우리는 모든 당사국의 요구를 반영한 포괄적이고 투명한 협상을 통해 COP29에서 NCQG를 수립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변수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서 선거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각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 정책 기조가 바뀔 수도 있지 않나.

“이전 COP 기간에도 많은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됐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파리협정이 전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고, 이를 이행하게 하는 게 COP29 의장국의 역할이란 점이다. 선거 후 각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기후 행동의 필요성은 여전히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사회 및 경제 분야에서도 이롭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녹색 산업이 대표적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을 개선해 공중 보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각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도록 설득하고자 한다.”

올해 초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는 아제르바이잔이 향후 10년간 화석연료 생산을 33%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당신의 국영석유공사 근무 이력을 지적하며 COP29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논의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COP29 의장국 임무 중 하나는 각국이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전 지구적 이행 점검(GST·Global Stocktake)’ 결과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려면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야심 찬 해결책을 찾는 데 기여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여전히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같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아제르바이잔은 유럽 에너지 안보의 주요 공급국으로서, 유럽 파트너의 요청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확충할 뿐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지난 COP28에서 서명한 ‘석유 및 가스 감축 헌장’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줄이는 데도 전념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아제르바이잔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녹색 에너지 주요 생산국이자 공급국이 되기 위해서다. 2030년까지 국가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30%까지 늘리는 게 우리 목표다. 현재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빠른 점을 고려할 때, 2027년 33%까지 달성할 전망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재생에너지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것이고, 유럽에 재생에너지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지금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럽과 세계 에너지 안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넷제로 실현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COP28에서 처음으로 원자력이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 중 하나로 인정됐다. 또한 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해 20개 이상 국가가 원자력 에너지를 세 배로 늘리겠다는 선언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용량을 전 세계가 세 배로 늘리는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 목표를 지키기 위해 지속적이며 빠른 탄소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는 당사국의 견해를 지지하며, 여기엔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COP29에 참석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기대하는 바는.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과 혁신 역량을 보유한 국가다. 전 세계 넷제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국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COP29에선 처음으로 디지털화(digitalisation)가 주제로 다뤄질 예정인데,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와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혁신을 이끄는 한국 기업이 저탄소와 탈탄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는 동시에 COP29에서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자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를 요청한다.” 

Plus Point

바바예프가 꼽은 COP29 최대 쟁점
‘NCQG’는 기후 금융 정량 목표

COP29에서는 기후 금융에 대한 새로운 집단 정량 목표, 즉 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설정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는 2025년 이후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제공받을 자금 목표를 설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여국과 수혜국 범위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기후 금융 조성과 관련해 국가 간 의견 차이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가령 개발도상국들은 최소 2조달러(약 2622조원)가 매년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선진국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