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체크 톰차크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차관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치대 법학, 현 폴란드 하원의원 사진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야체크 톰차크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차관
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치대 법학, 현 폴란드 하원의원 사진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유럽 중심부에 있는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동서양의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폴란드는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생명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뤄내며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리적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폴란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폴란드 간 무역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양국의 교역액이 114억달러(약 15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두 나라가 수교를 맺은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는 한국과 폴란드가 수교를 맺은 지 35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폴란드는 1989년 수교를 맺었고, 2013년에는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다. 이후 폴란드는 한국의 유럽 내 주요 무역 및 투자 파트너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폴란드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장 많이 실시한 국가로 성장했다. 한국 기업은 폴란드에 대규모 공장을 세워 현지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야체크 톰차크(Jacek Tomczak)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차관은 한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은 폴란드의 가장 큰 아시아 외국인직접투자국” 이라면서 “한국은 20년 동안 거의 3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폴란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위 분야에서 한국과 더 많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 고위급 관계자 간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989년 수교를 맺은 이후 폴란드와 한국은 중요한 무역 동반자로 성장했다. 폴란드에서 한국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나.

“한국은 폴란드의 가장 큰 아시아 외국 투자국이다. 최근 들어 폴란드와 한국 관계가 더 좋아진 만큼 한국은 폴란드에 중요한 나라다. 폴란드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전자, 자동차, 방산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선두 주자이자, 현대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로 인식된다. 폴란드인은 한국 제품을 신뢰하며 높은 품질과 혁신성에 감탄한다.”

한국이 가장 큰 아시아 투자국이라고 했는데,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몇 가지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하겠다. 최근 몇 년 동안 폴란드와 한국의 무역 거래는 역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폴란드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폴란드의 대(對)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9억7270만달러(약 1조2750억원)를 기록했고, 수입은 전년 대비 13.6% 증가해 거의 104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과 폴란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거래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 사례를 말하자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우카시에비치-PIAP(이하 PIAP)’의 로봇 쇼룸 행사다. 우리는 이런협력을 더 많이 하기를 기대한다.”

PIAP는 산업과 군사 분야에서 사용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소로, 국방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PIAP가 개발한 PIAP GRYF라는 로봇은 위험한 물체를 탐지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비로, 군사와 민간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한국과 폴란드는 방산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 않나.

“우리는 한국을 폴란드 군대의 기술적 변혁 과정과 억지력 구축 그리고 국가 방위 능력 강화에서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폴란드는 방위 분야에서 한국과 더 생산적인 협력을 하고 싶다. 폴란드 방산 관련 기업이 무기 정비 및 수리, 향후 개조 과정에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나아가 폴란드 내에서 공동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추가적인 협력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무기를 획득했거나 획득할 계획이 있는 지역 파트너에게 정비 서비스, 수리, 생산 등의 역량을 공동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2022년 폴란드에 400억달러(약 52조4300억원)에 달하는 방산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는 K방산 수출의 27%를 차지한다. 한화는 폴란드 방산 수출 덕분에 지난해 방산 부문 매출이 64억달러(약 8조3800억원)로 세계 19위에 올랐다. 2022년 26위에서 7계단 상승한 것이다. 

10월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K2 전차 분열이 펼쳐지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현대로템과 980대의 K2 전차 수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연합뉴스
10월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K2 전차 분열이 펼쳐지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현대로템과 980대의 K2 전차 수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FA-50 경공격기의 이륙 모습. 폴란드는 2022년 FA-50 48대 수입 계약도 KAI와 체결했다. /공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FA-50 경공격기의 이륙 모습. 폴란드는 2022년 FA-50 48대 수입 계약도 KAI와 체결했다. /공군

방산 외 주요 수출·수입품은 무엇인가.

“전자 제품, 자동차, 자동차 부품, 화학 및 제약 제품도 한국과 많이 거래하는 품목이다. 잠재적으로는 차세대 배터리 및 전기차(EV),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한국과 무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제품의 장단점을 설명해 줄 수 있나.

“한국 제품은 고품질, 첨단 기술, 혁신 및 신뢰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다른 국가의 제품에 비해 비싼 것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애프터서비스(AS)와 해외시장에서 예비 부품 가용성 부분에 리스크가 있다.”

올해는 폴란드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폴란드가 특별히 주목하는 무역 분야가 있나.

“올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폴란드는 EU 지원을 활용해 스타트업 생태계와 최첨단 연구소를 육성하고 있다. 또 중요하게 보는 분야는 녹색 기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폴란드는 재생에너지와 환경보호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EU 내에서 투자가 증가하고 협력이 많아진 생명과학 부문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여기에는 바이오 기술과 제약 산업이 포함된다.”

폴란드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거의 77억유로(약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했고, 이 과정에서 3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오랜 기간 폴란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나타낸 덕분에 폴란드는 다양한 제도의 혜택을 주고 있다. 폴란드의 ‘2011~2030 전략적 투자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폴란드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현지 시장과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현지 연구개발센터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폴란드의 ‘2011~2030년 전략적 투자 지원 프로그램’은 폴란드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설계된 정책이다. 이 프로그램은 폴란드의 전략적 산업 및 분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과 폴란드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양국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리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

“일단 양국이 무역과 투자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고위급 관계자 간 대화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폴란드는 현재 상당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 투자자가 수입하는 자재 때문이기도 한데, 폴란드는 불리한 무역 균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 당국의 이해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양자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원한다.”

한국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싶은 분야는.

“이 자리를 빌려 한국과 무역 및 투자 협력에 대한 폴란드의 헌신을 강조하고 싶다. 폴란드는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잠재적인 분야가 많다. 최근 ‘LOT폴란드항공’이 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에서 서울로 직항하는 노선을 제공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고, 이 기회를 이용해 서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한국인이 폴란드를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폴란드는 유럽에서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김효선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