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오 KCC글라스 사장서울대 무기재료학 학·석사, 고려대 재료 공학 박사, 전 KCC글라스 생산기술총괄 본부장·판유리사업총괄 부사장 사진 KCC글라스
변종오 KCC글라스 사장
서울대 무기재료학 학·석사, 고려대 재료 공학 박사, 전 KCC글라스 생산기술총괄 본부장·판유리사업총괄 부사장 사진 KCC글라스

KCC글라스가 10월 3일(이하 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법인 바탕공장 용융로에 새 불씨를 심는 ‘화입식’ 행사를 개최했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종합 유리 클러스터’로서 포문을 연 것이다. 국내 유리 기업이 해외 생산 기지를 세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KCC글라스는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 유리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향후 또 다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종합 유리 클러스터로 인도네시아 공장을 키워 갈 계획이다.

KCC글라스 본사에서 최근 만난 변종오 KCC글라스 사장은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두고 “1984년 입사 이후 유리 외길을 걸어온 입장에서 감회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KCC 전신인 금강에 입사한 뒤 KCC그룹에서만 경력을 쌓은 변 사장은 회사의 유리 사업을 시작부터 함께했다. 여주공장 공장장, 중앙연구소 부소장 등을 거치며 연구개발(R&D)과 생산 등 유리 사업 전반을 경험한 유리 전문가다. 그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KCC글라스의 경쟁력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이번에 KCC글라스의 인도네시아 생산 라인 규모는 현지 업체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국내 여주공장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여주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하루 1200t의 판유리를 만들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 바탕공장 역시 같은 규모의 생산 라인을 갖췄다. 바탕공장은 46만㎡(약 14만 평) 규모로, 연간 44만t 규모의 판유리 생산 설비를 갖췄다. 

변 사장은 “인도네시아 공장은 여주공장보다 업그레이드된 생산 설비에 최신 환경 설비까지 갖춘 시설”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 등 성장 기회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향후 7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바탕공장을 동남아시아나 오세아니아, 중동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종합 유리 클러스터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열었다.

“국내 유리 기업의 해외 진출 첫 사례로, K유리 세계화에 앞장서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 KCC글라스가 진정한 글로벌 유리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국내 유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보다 현지 유리 판매망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가 기간산업으로,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내수 위주 산업이라 그동안 진출이 쉽지 않았다. KCC글라스도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준비하는 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첫 해외 진출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수요 급증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유리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역시 고성장 시기로 유리 수요가 많았지만, 현재는 신규 건축물 수가 줄면서 유리 산업도 정체기를 맞이했다. 유리 생산 비용은 인건비와 유류비, 원료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역시 크게 올랐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8000만 명으로 인구 대국이고,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5% 내외로 높다. 태평양과 인도양이 마주하는 길목이자 오세아니아와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국내 기업 투자가 활발한 점도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계기다.”

KCC글라스 인도네시아 법인 바탕공장 전경. /KCC글라스
KCC글라스 인도네시아 법인 바탕공장 전경. /KCC글라스
10월 3일 KCC글라스 인도네시아 법인 화입식에서 로산 루슬라니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용융로에 불씨를 넣고 있다. /KCC글라스
10월 3일 KCC글라스 인도네시아 법인 화입식에서 로산 루슬라니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용융로에 불씨를 넣고 있다. /KCC글라스

KCC글라스의 어떤 기술이 적용된 유리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인지.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법상 복층 유리를 사용하게 하는데, 인도네시아는 더운 날씨임에도 단층 유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층 유리는 소음 차단뿐만 아니라 단열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향후 현지에서도 복층 유리의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그 이후에는 우리나라처럼 코팅 유리(로이유리)를 적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KCC글라스는 최근 세계 최고 단열 성능의 더블로이유리인 ‘컬리넌 시리즈’를 개발했다. 단층에 이어 복층, 로이유리로의 시장 성숙 단계에 맞춰 알맞은 유리를 빠르게 생산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현지에 중국 기업도 신규 공장을 세우고 있어 향후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유리 기업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양한 유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바탕공장에 거는 기대는.

“바탕공장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10월 20일 퇴임)이 추진하는 ‘바탕 통합 산업단지’ 내 첫 공장이다. 현지에서도 관심이 커 최근에는 건설 중인 공장에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적도 있다. 원료 개발도 전부 현지 중소기업을 통해 수급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현지화하고 있으며 현재 현지 직원만 450명으로, 향후 생산 라인 증설 시 1000~2000명 정도의 현지 고용 창출도 기대돼 인도네시아에도 의미 있는 공장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환경법상 의무 사항이 아닌 최신 환경 설비도 선제적으로 갖춰 현지의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지 직원과 함께 종합 유리 클러스터로서 세계 최고의 유리 생산 공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목표는.

“당분간은 바탕공장을 통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가까운 동남아시아 시장부터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또 오세아니아 지역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오세아니아는 인구가 많진 않지만, 유리 공장이 없어 전량 수입한다. 중동 지역 등 다른 해외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KCC글라스의 유리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나.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2015년 세계 최초로 하루 1200t 생산 가능한 라인을 가동했다. 하루 1200t은 1년간 생산하면 롯데타워 280개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이 정도 규모의 생산 설비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주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데, 1987년 여주공장 준공 이후 40년에 가까운 시간에 생산 기술력과 제품 기술력을 확보했다.”

KCC글라스가 내세울 수 있거나,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 있다면.

“복사열 차단율을 극대화한 ‘트리플 로이유리’ 개발을 지속해서 진행 중이다. 스마트 필름 전문 업체인 ‘디폰’과 함께 전기신호로 햇빛 투과율을 조절해 적외선을 차단, 냉·난방 효율을 높여주는 ‘스마트 글라스’도 양산 준비 중이다. 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시광선 투과율 8%의 프리미엄 차량용 ‘프라이버시 유리’ 개발을 완료했다. LG전자와 함께 투명 안테나가 적용된 차량용 유리도 개발했다. 전자,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표 산업에 들어가는 기초 유리 중 아직 외국 회사가 과점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KCC글라스는 지속해서 특수 유리 개발에 집중해 점차 국산 유리로 대체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 자재 시장이 어렵다. 유리 시장의 미래는.

“건축 경기가 안 좋은 것은 맞지만 여기서 잘 버텨내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절감 이슈가 부각되면서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유리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오은선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