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프랫인스티튜트 인테리어 디자인·건축학 학사·석사,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창업학 석사, 서울대 푸드테크 최고책임자 과정, 전 무스쿠스 대표 사진 스테이정글
“두유를 활용한 요리는 대부분 차가운 음식이다. 기존 방식으로 두유를 내리면 콩 찌꺼기가 남아 가열 조리가 제한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한 로봇으로 두유를 내리면 부드러운 크림 형태에 가까워져 가열 조리하기 편하다. 그 덕에 ‘콩계탕(콩물+삼계탕)’ 같은 새로운 메뉴도 내놓을 수 있게 됐고, 콩국수 등 음식의 식감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점심시간마다 줄을 서는 콩 요리 전문 식당이 있다. 5년 차 푸드테크 스타트업 스테이정글이 운영하는 ‘강남콩’이다. 강남콩은 두유를추출하는 로봇을 개발해 콩계탕, 콩국수, 순두부찌개 등 콩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 문을 열자마자 강남 직장인의 ‘오픈 런’ 맛집이 됐다.
대형 착즙기를 연상시키는 이 로봇이 추출하는 두유는 일반 두유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일반 두유가 180㎖에 평균 6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면 강남콩 두유에는 12g이 함유돼 있다. 두유의 질감이 부드럽고 언제나 같은 품질의 두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스테이정글은 식당 자영업자가 메뉴의 레시피를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원가 관리, 수익 분석 등 인사이트를 제공해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엔진(레시피 AI)도 개발 중이다.
회사를 창업한 김은정 대표는 국내 최초의 초밥 뷔페 ‘무스쿠스’를 창업해 230억원에 매각한 성공한 외식 사업가다. 김 대표는 두 번째 창업으로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택했다. ‘건강한 사회’를 비전으로 세우고 유전자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28년 경력의 대형 개발자도 스테이정글에 합류했다. 그러나 생성 AI(Generative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그는 식단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이 좋아지고 반대로 기업의 역할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김 대표는 과감하게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스테이정글은 올해 7월 강남콩 1호점을 선보였고, 앞으로 용산점을 비롯해 서울에 네 곳을 더 열 예정이다. 김 대표를 10월 7일 경기 과천 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 때와 사업 모델이 달라졌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스테이정글을 창업했다. 시작은 맞춤 식단 큐레이션 서비스였다. 그런데 챗GPT를 필두로 생성 AI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다 보니 식단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식당의 음식 영양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지금 건강 상태로는 어느 식당에 가서 어떤 메뉴를 먹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문제는 음식의 영양 정보를 분석하려면 식당으로부터 레시피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양 정보 수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 기술도 강화하고 여러 기술적인 방법을 썼지만, 결정적으로 식당이 우리 플랫폼에 레시피를 입력하게 할 동인이 부족했다.
자영업자를 움직이게 하려면 이들이 좀 더 편리하게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를 개발해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서비스와 레시피를 맞교환한다는 발상이었다. 식당에 꼭 필요한 SaaS를 만들기 위해선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했고, 그 결과 식당을 직접 운영해 보기를 택했다.”


많은 메뉴 중에 왜 콩 요리였나.
“우선 외식 업계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인건비였다. 그다음,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들이고 기계로 사람을 대신했을 때 가장 맛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니 ‘콩 요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 콩을 불리고 갈아내는 작업은 굳이 사람이 할 이유가 없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그래서 기계를 개발해 대체했더니 사람이 했을 때보다 맛과 영양이 훨씬 좋아졌다.”
콩은 어떻게 수급하고 있나.
“지역 농협과 공급 계약을 맺어 100% 국내산 콩을 수급하고 있다. 콩은 채산성이 좋지 않아 수급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직접 가 보니 수천t이 쌓여 있었다. 콩의 원산지가 한국인데, 의외로 한식 메뉴 중에 콩 음식이 많지 않다. 공장에서 만드는 콩 음식은 대부분 수입산 대두를 쓰고, 국산 콩은 식당 단위로 소량씩 계약해 재고가 넉넉하다. 농협 한 군데만 가도 콩이 몇 년 치 쌓여 있어서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국산 콩을 수급하고 있다.”
두유 로봇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일본의 두부 기계 제조사와 함께 개발했다(두부는 두유로 만든다). 개발 과정에서 국내 기계는 전부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중 내가 원하는 기능을 탑재한 기계는 없었다. 태국, 대만, 일본의 두부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테스트한 결과, 일본의 A사가 가장 적합했다. 40년 동안 두부 기계만 만든 회사다. 회사 물색에 5~6개월, 기계 개발에 1년이 걸렸다. 이 기계는 일본인이 개발했기 때문에 일본 음식 특성에 맞춰진 부분을 우리 음식 특성에 맞도록 개선하는 데 또 3개월이 걸렸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에만 운영하는데,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원가량 나온다. 오픈 전에 생긴 대기 줄이 오후 1시까지 이어질 만큼 많은 손님이 찾고 있다. 당일 새벽에 만든 두유와 두부로 요리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받은 원료로 한 음식과 맛에서 분명 차이가 느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비건 음식에 대한 수요 때문에 콩 요리가 인기지 않나.
“그렇다. 강남콩의 해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제안이 각국에서 많이 오고 있다. 한식 인기와 비건 인기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외국인 사이에선 우리 콩국수가 식물성 카르보나라 같다는 평이 나온다. 내년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외엔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거점이 될 싱가포르와 영국에 진출하려 한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계획은 없나.
“소프트아이스크림이나 생맥주처럼 두유를 디스펜서로 납품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멸균 팩 포장 제품보다 더 신선하게 두유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간 치폴레나 스타벅스 같은 두유 소비가 많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강남콩 두유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10월 말 신용산에 디저트 매장을 내고 강남콩 두유를 디스펜서 형태로 (스스로) 납품해 사업장을 운영해 보려 한다. 내년에는 가맹 사업도 시작해 납품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스테이정글
대표 김은정
본사 경기도 과천시
사업 콩 요리 식당 ‘강남콩’, ‘레시피 AI’, 두유 디스펜서
설립 연도 2020년
매출액 18억원(2023년)
누적 투자 유치액 10억원
주요 투자사 농심, 퓨처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