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을까.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투자 트렌드를 담아낸 신조어로 이만큼 흔하게 쓰이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가 공감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는 주로 강남 아파트 투자를 가리키는데, 부동산이 현재 이미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임에도불구하고 집값 양극화와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미래 투자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의 실제 투자수익률은 차치하고, 여기에는 우량 자산에 안정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의 투자 심리가 반영돼 있다.
주식도 이런 종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가격이 비싸지만, 성장성이 충분히 커서 미래 투자 가치가 더 높아 보이는 대체 불가능한 투자 종목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에서도 ‘똘똘한 한 종목’을 찾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고 유동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장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쏠려 있는 것이 문제다. 즉 시장이 상승하려면 매력적인 투자처가 생겨야 한다. 현시점에도 시장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그런데도 주가 하방 리스크보다는 상승 여력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그동안 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불확실성이 대체로 해소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동 전쟁 리스크는 아직도 상존해 있으나, 한국 금융 세제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가 임박했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험보다는 수급에 따른 중·장기 주가 상승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한 업종은 무엇일까. 투자자이 모멘텀을 찾아 나서는 종목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면 바이오 업종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바이오 업종은 변동성 장에서도,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여왔을 뿐만 아니라 굵직굵직한 글로벌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차전지(배터리) 투자 사이클의 시작을 일으킨 것이 2022년 8월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었듯이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바이오 투자 사이클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생물보안법은 연말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이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서 전 세계 바이오산업의 판도가 바뀔 수 있을 만큼 그 영향력은 강력할 수 있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골자인 만큼 국내관련 업체의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 생물보안법은 중국과 연계된 기업을 적대적으로 규정해 미국 시장 진출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로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생명공학 기업 및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계약과 보조금 지급을 불허하는 법이다. 중국 첨단산업 기술 개발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 확대 및 미·중 무역 분쟁의 연장선에서 이해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2021년 4대 핵심 전략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2022년 2월에는 수출 관리 규정에서 중국 대표적 바이오 기업인 우시바이오를 미검증 리스트에 등재한 바 있다. 우시바이오는 글로벌 2위의 중국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기업이다. CDMO는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을 의미한다. 즉 신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에 판매를 제외한 연구개발(R&D)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중국 CDMO 기업의 입지가 미국 시장에서 줄어든다면 국내 바이오 기업이 그 공백을 메우는 최적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 신약 개발 분야는 아직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품목이 하나도 없지만,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는 글로벌 최정상 수준이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발효된다면 국내 CDMO 기업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서 중· 장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으며 시장 확장과 바이오 의약품 수요 증가는 이들 기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의 도입은 국내 CDMO 업체 중에서도 특히 미국과 협력 경험이 있거나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기업에 큰 수혜가 된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중국 지역에서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기업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예를 들면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SK팜테코,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다수의 한국 바이오 기업이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은 이미 미국 및 유럽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으며, 2023년 하반기부터 여러 미국 바이오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에 이어 2025년에도 미국 정부와 협력 확대를 통해 추가적인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보이며,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한국 CDMO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기술 및 품질 관리를 미국 규제에 맞춰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인 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는 생물보안법의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에 진출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물론 상업화 생산까지는 통상 2년 이상이 소요되기에 본격적인 매출 기여는 시간이 걸리겠다. 그러나 당장의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공급망 공백을 메우고 국내 기업이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검증 가능할 것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성장주 투자의 대가인 필립 피셔가 저술한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 여기서 보수적 투자란 단순히 싼 가격에 투자하거나 방어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 대상의 건전성을 이해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의 똘똘한 한 채 투자는 어쩌면 바이오 주식 투자와도 많이 닮아 보인다. 현재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술력이 높고 R&D 역량이 풍부한 종목에 투자하여 미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실제로 최근 일반 제조업과 비교해 볼 때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금 회수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수익률도 높았다는 결과가 있다. 기술 특례 상장 등을 통한 기업공개(IPO)나 기술이전을 통해 빠른 수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바이오에서 똘똘한 한 종목을 찾아볼 때다.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미국인 개인 건강과 유전 정보가 우려 기업으로 유출돼 비합법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 우려 기업에는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 업체인 ‘BGI그룹’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