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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최근 교외 지역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주말에 자주 가족과 함께 카페에 방문하고 있다. 방문 목적은 ‘여가를 여유롭고 평온하게 보내기’지만, 새로 생긴 카페의 커피 맛도 궁금하고, 특이한 공간감도 느껴보고 싶어서다. 이제는 방문한 카페의 수가 늘면서 재방문 의사를 체크하기 위해 방문 카페에 대한 평가를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있다. 나름대로 고심 끝에 선정한 평가 항목은 다섯 가지인데, 층고가 높아 개방감과 부피감을 주는 ‘공간감’, 주변의 자연환경과 인공물(건물·조경)의 경계 없는 ‘자연스러움’, 카페의 상징이나 멋스러운 조형물(오브제), 혹은 오직 하나뿐인 뷰를 갖는 ‘독창성’, 카페 본연의 기본기인 ‘커피 맛’, 편안한 대화가 들릴 정도의 ‘평온함’이다.

한편, 재방문할 핫플레이스(핫플) 카페를 선정하면서도 이 많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모두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긴 했다. 과잉 공급이 시작된 시점이 아닌가 싶어서다. 

매장 수 10년간 네 배 넘게 증가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많아지면서 매장 수가 지난 10년간 네 배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나 교외 지역에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카페 대부분 식사 대용의 빵을 곁들여 판매하고 있는 것인데, 술집에서 술보다는 안주를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듯, 카페도 커피만 팔아서는 매장 유지가 어려울 것이긴 하다. 그 외에도 높은 층고, 건물과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조경, 고객을 유인할 독특한 조형물이나 인테리어 등을 특징으로 한다. 

수요 측면에서 카페 증가의 원인을 찾아보면, 리테일 시장의 진화에 있다. 온라인 시장의 가속화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게 살아남는 리테일 시장은 고객이 찾아오게 하는 매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즉, 집에서 못 느끼는 오프라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도심 대비 지가가 저렴한 교외 지역에 개방적인 공간감과 식물원에 온 듯한 자연스러움, 독특한 조형물, 이색 경험 등에 기획력과 투자비를 집중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핫플 사진이 퍼지고, 음식 맛이 좋기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공급 또한 지체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주 공급원은 물류 센터나 창고로 개발 대기하던 토지이거나 오랫동안 방치되던 잡종지, 개발 가능 농경지나 임야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그나마 대형 베이커리 카페로 대체 개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실, 카페 공급에 더 불을 붙인 것은 가업 승계를 통한 절세 효과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나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등을 활용하여 가업 승계 가능 업종인 음식점업(제과점)을 영위하게 되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대폭 줄게 된다. 이것이 커피 전문점이 아닌 빵도 같이 파는 베이커리 카페가 성행하는 이유다.

9월 29일 대전 동구에서 열린 ‘2024 대전 빵축제’ 입점 부스 매대에 다양한 빵이 진열돼 있다. /뉴스1
9월 29일 대전 동구에서 열린 ‘2024 대전 빵축제’ 입점 부스 매대에 다양한 빵이 진열돼 있다. /뉴스1
8월 30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4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 2’에서 참관객들이 자동 드립 머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8월 30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4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 2’에서 참관객들이 자동 드립 머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사업성 있을까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하는 일반적인 수익형 부동산이 아니다. 호텔, 골프장, 테마파크처럼 특정 기능이나 용도를 위해 건립된다. 즉, 타 용도로 대체되기 어려우므로 특정 용도로만 계속 이용해야 하고, 지속적인 영업(운영)을 통해 창출된 현금 흐름으로 특정 용도의 건축물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만약, 중도에 영업이 중단되거나 방치되면, 그 시점부터 회수하지 못하는 건물 투자비는 매몰 비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형 베이커리 카페의 사업성 분석은 본질적으로 베이커리 영업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덤으로 지가가 상승하는 효과와 가업 승계 시 절세 효과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교외에 토지 3300㎡(약 1000평), 건물 1652㎡(약 500평·1층 300평, 2층 200평) 규모의 카페를 짓는 데 들어가는 토지와 건축물 투자비는 대략 반반 정도다. 만약, 20년 동안 베이커리 영업을 가정했을 경우, 땅값이 두 배(연간 약 3.5% 상승)로 올라야 본전이다. 향후 경제 저성장 국면이 예상되기 때문에 교외 지역의 지가 역시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가업 승계에 의한 절세 효과 역시 사후 관리 기간 포함하여 15년 이상 사업 영위를 전제로 하므로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영업 적자나 폐업으로 인해 절세 효과가 감소하거나 없을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투자비도 매몰비용화되면 일반적인 상속·증여보다 못할 수도 있다. 

투자 시 유의 사항

대형 베이커리 카페의 업의 본질은 영업이고, 가업 승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승계받는 후계자가 내실 있는 경영 수업을 받고 진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부동산 측면에서 투자 시 유의 사항에 대해 몇 가지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부동산은 입지가 제일 중요하다. 교외 지역의 경우는 도심 지역의 확장 가능성이 있는지, IC가 인근에 있는지, 주변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되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나 고정적으로 방문 가능한 배후 수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형 병원이나 초등학교가 도보 거리에 있으면 좋다.

둘째, 토지의 용도 다양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카페 투자는 언젠가 매각을 통해 마무리될 것이다. 잠재 매수자가 카페로 이용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매각 시점 최적의 이용 상황은 카페가 아닐 가능성이 상존한다. 예를 들면, 인구구조 변화에 의한 고령층 증가로 요양병원이나 전원주택지가 최적의 이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토지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지 용도지역과 지자체 도시계획 조례 등 공법상 제한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황금 같은 여가를 유혹할 콘셉트와 콘텐츠를 공간에 입혀야 한다. 교외 카페 공급이 늘어나고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으므로, 여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고객을 유인할 독창적인 콘셉트와 콘텐츠에 다소 과하게 힘을 줘야 한다. 카페를 방문해 체류하는 고작 2~3시간에 고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은 커피 맛보다는 압도적인 공간감, 혹은 화려한 조경이나 독특한 오브제가 아닐까.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