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의 9월 비농업 취업자 수가 25만4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의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8월 10만 명대로 떨어진 비농업 취업자 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빅컷(Big cut·0.5%포인트 금리 인하)의 근거가 됐다. 고용 시장이 냉각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달리 9월 비농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 3월(31만 명) 이후 최대치를 나타내는 등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경제의 침체 전망이 사라졌다. 전문가 예상치(4.2%)를 밑돈 실업률(4.1%)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노동자 평균임금도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다. 미국의 9월 고용 성적표가 나오면서 11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 전망이 대폭 조정됐다. 빅컷 예상이 사라지는 대신 0.25%포인트만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가 됐고 일부에서는 동결 가능성도 나왔다. 오히려 연준의 9월 빅컷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10월 4일(이하 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9월) 0.5%포인트 인하는 실수였다”면서 “이제 연준은 ‘무착륙’과 ‘경착륙’ 리스크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죽지 않았다’면서 연준이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이나 자체 예상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재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필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미국 노동자의 실질소득 증가, ‘인공지능(AI) 붐(boom)’ 등 기술 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상승 등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9월 10일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AP연합
2024년 9월 10일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AP연합
브래드포드 드롱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현 전미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 전 재무부 차관보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브래드포드 드롱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현 전미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 전 재무부 차관보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 경제정책에 단기적 및 중기적 과제를 제시했다. 즉각적인 과제는 전면적인 봉쇄, 공급망 혼란, 총공급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소득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했다.

중기적 과제는 대면 서비스 이용 감소와 내구재 소비 증가로의 구조적 변화였다. 팬데믹 과정에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학습을 2년에 걸쳐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에서 많은 소비를 하는 것이 더 편하고 합리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오늘날 실질 내구재 소비는 2018년 3월 말에 비해 38% 증가했지만, 서비스 소비는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소비의 성장률 차이는 23%포인트에 이른다. 

따라서 중기적 과제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대응해 노동자와 기업이 시장의 인센티브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① 임금과 가격은 경직적이기 때문에 한 번 오르면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기 힘든 특성이 있다. 서비스 부문 임금과 가격을 크게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에서 더 많은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새로 확장되는 부문에서 임금과 가격 상승이 필요했다. 

따라서 팬데믹 경제를 관리하는 데는 대규모 소득 지원이 필요했지만,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해야 했으며, 새 직종과 산업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수준을 적절히 상승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즉,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수준 밖으로) 지속할 것이라는 ②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형성되는 것은 피해야 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10월 4일 발표된 바에 따르면, 미국의 9월 급여 고용 추정치(계절 조정)는 8월보다 25만4000명 증가했다. 이는 애당초 발표됐던 8월 보고서보다 고용자가 32만6000명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2023년 3.8%에서 7월 4.3%로 올랐다가 다시 8월 4.1%로 떨어졌다.

물론 이는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일 뿐이지만 주목할 만하다. 또한 팬데믹 이후 소득 증가가 기존 추정치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최근 데이터 수정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2분기 기준 실질소득은 3.6% 상향 조정됐으며, 실질 생산 추정치도 애당초보다 1.3% 상향 조정됐다. 이는 2020년 이후 생산성 성장률 추정치가 연평균 약 0.3%포인트 상향 조정될 것이며, 실질 노동 비용은 유사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것임을 의미한다.

2022년 봄 미국 연준이 급속한 긴축 사이클을 시작한 이후, 연준이 과도하게 나아가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항상 제기됐다. 시장 기반 인플레이션 기대 지표는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예측이 왜 틀렸는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유지된 이유는 확장적 재정 정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더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반세기 동안 ③ ‘중립 금리’가 크게 상승해 연준의 통화정책이 예상만큼 제한적이고 수축적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팬데믹 이후의 경제는 밝은 면이 많았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어두운 구름이 있을지다. 명백한 위험 중 하나는 현재의 ‘AI 붐’이 거품으로 판명될 가능성이다. AI 기술에는 유망한 활용 사례가 많지만, 이러한 기술이 비즈니스 수익 증가로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거시 경제 예측에서는 종종 비관주의자가 보상을 받는다. 큰 재난이 없더라도 새로운 과제는 거의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한 것을 즐겨야 할 때다.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은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였다. 

Tip

경제에서 임금과 가격은 하락하기 어렵고 일정 수준 이하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경직성(stickiness)’이라고 부른다. 임금의 하방 경직성은 임금 삭감에 대한 노동자의 거부감과 장기 계약을 통해 임금이 결정되는 제도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임금이 낮아지면 노동자의 생산성과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러한 문제를 피하려고 한다. 

가격의 하방 경직성은 가격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임금과 가격의 하방 경직성은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지속하게 하는 부정적인 경제 효과를 일으킨다.

소비자, 기업, 투자자 등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가지는 예상이나 믿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대 심리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물가 상승률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준다. 2021년이후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BEI)이 2%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했다. 팬데믹 이후 미국 내 백신 보급, 경기 개선, 재정 정책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가계는 구매력이 약화할 것을 예상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실질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에 명목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일부를 소비자가격에 전가시켜 다시 물가가 오르는 임금·물가의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발생한다.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경제에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장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균형 금리라고 할 수 있다. 

중립 금리는 경제성장률, 인구구조, 생산성 등에 의해 결정된다. 고령화로 노동력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 중립 금리가 낮아지고, 기술 진보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중립 금리가 올라간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되면 중립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운용하고, 불황기에는 중립 금리 이하로 기준금리를 운용한다. 미국의 중립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5~3.0% 수준으로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부채 확대, 생산성 향상, 투자 증가, 이민 유입 확대 등이 중립 금리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브래드포드 드롱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정리=정원석 선임기자

정리=이연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