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다. 그러다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 이혼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이런 삶의 경로를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Becker)는 가족경제학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그는 가정을 하나의 생산 단위로 간주하고 가계의 모든 결정을 가계 생산함수(house-hold production function)로 분석한다.
베커는 결혼을 ‘각 개인이 상대방의 비교 우위를 활용해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제적 계약’으로 설명했다.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해 함께 사는 것이 경제활동과 가사 노동, 육아 등을 수행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결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비용편익분석의 결과라는 것이다. 결혼의 편익에 해당하는 경제적 안정성, 정서적 지원, 자녀 양육 등이 결혼의 비용에 해당하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 감소나 갈등 비용 등을 초과한다고 판단되면 결혼을 선택한다.
베커는 출산도 경제적 의사 결정의 결과로 간주한다. 가계 생산함수에서 자녀는 효용을 높여주는 소비재적 측면과 생산량에 영향을 주는 투자재적 성격을 함께 가진다. 자녀가 정서적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노후 생활 보장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에는 생산에 물리적 노동력인 자녀의 수가 중요했지만, 현시대에는 기술 수준이 더 중요해짐에 따라 적게 낳고 교육 투자를 늘리게 됐다. 저출산은 직접 비용만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의 기회비용이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혼은 ‘성격이 안 맞아서’ 혹은 ‘배우자의 부정’ 등으로 설명하기보다 결혼 생활의 비용이 편익보다 더 커진 것이 이유라고 분석한다. 파트너의 경제적 상황 변화, 신뢰 상실로 인한 정서적 비용 증가, 외부에서 더 나은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 등이 이혼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3.8건이다. 전년과 유사하나 장기 추세는 하락 중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4.3건)보다 낮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4.0세, 여자 31.5세로, OECD 평균(남자 33.1세·여자 30.7세)보다 조금 높다. 2023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OECD 평균은 1.5명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베커의 이론을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는 결혼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 특히 자녀 출산과 양육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1% 상승하면 다음 해 출산율은 0.002명이 감소하고 전셋값이 1% 오르면 출산율은 0.0025명 감소한다. 주택 가격과 전셋값은 첫째 자녀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지만 둘째 자녀부터는 사교육비가 가장 큰 저출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저출산 요인 분석 연구에서 출산율 하락의 26%는 사교육비 상승에 기인하며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증가하면 합계 출산율이 0.012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높은 집값과 임대료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하고, 결혼을 해도 높은 사교육비가 출산을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이 단기적 보조금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겨냥해야 함을 시사한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는 부모 세대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요즘 세대는 베커의 이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