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에서, 요리하는 부엌에서, 또는 연인과 데이트할 때, 심지어는 이별했을 때까지도 이용자와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그들의 ‘삶의 사운드트랙’이 되는 것 말이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맡고 있는 과탐 탈와(Gautam Talwar) 총괄은 10월 22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그것은 실제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주요 파트너사와 협업으로 2000종 이상의 기기를 통해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음악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180개국에 6억2600만 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이다. 2008년 첫선을 보였고 지금은 1억 곡이 넘는 트랙과 600만 개 이상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한 음원 플랫폼 중엔 거의 유일하게 대기업의 서비스 부문(또는 자회사)이 아닌, 음원 스트리밍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한국에는 2021년 2월에 진출해, 10월 9일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프리(이하 프리)’를 출시했다. 프리는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2~5개의 음원이나 동영상 사이에 30~90초의 광고가 재생된다. 평균 15분에 한 번씩 광고를 들으면 플랫폼 내 모든 오디오 콘텐츠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광고 없는 음악 감상, 오프라인 다운로드, 온디맨드 재생 등이 가능한 유료 구독 모델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최초의 광고형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탈와 총괄은 “프리는 스포티파이가 6억26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국에서 프리 출시 또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스포티파이의 최대 경쟁사인 유튜브 뮤직에 대해 ‘끼워 팔기’ 의혹을 조사 중인 데 대해선 “이용자에게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돈을 내는 대신 광고 듣기를 원하든, 구독료를 내고 더 풍부한 서비스를 누리길 원하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1시간 남짓 했던 인터뷰에서 줄곧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유튜브 뮤직과 토종 앱 이용자 비율이 압도적이다. 스포티파이는 어떤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나.
“첫 번째 전략은 ‘개인화’다. 우리는 6억2600만 명의 이용자는 모두 제각각 다르다는 생각에 기반해, 모든 이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약속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한국 이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유비쿼티(ubiquity·어느 곳에나 존재함)’다. 특히 한국처럼 기술 수준이 매우 높은 시장에서 이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능 중 하나다. 우리는 최근 인스타그램과 대규모 연동(integration)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할 수 있다. 우리는 (경쟁사와 달리) 음원 서비스만을 하는 독립 회사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협력이 용이하다. 사용자의 89%는 여러 경로로 음악을 듣는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로도 듣고, 스피커로도 듣고, 차에서도 듣는다. 우리가 2000여 종의 기기를 지원하는 이유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 삶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 여러 산업계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세 번째는 광고 기반 무료 정책이다. 프리는 음악의 대중화를 지향한다.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료 모델은 유료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유료 구독자의 60%는 프리를 통해 유입된다.”
구독료의 빈자리는 어떻게 보완하나.
“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수익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2분기 총매출은 38억유로(약 5조6459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보다 20% 늘었다. 무료 정책은 오히려 수익성제고의 필수 요소다. 더 많은 이용자가 더 많은 음악을 들을수록, 더 많은 아티스트가 발굴되고, 개인화 서비스 품질이 올라간다. 그로 인해 음악 청취 만족도가 높아져 유료 구독으로 전환되는 선순환이 그려진다.
그 덕에 스포티파이는 2023년 한 해에만 2017년 대비 세 배 늘어난 90억달러(약 12조3084억원) 이상의 정산금을 글로벌 음악 산업에 지급할 수 있었다. 그중 인디 아티스트는 약 45억달러(약 6조1542억원)의 수익을 냈다. 2017년보다 네 배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경쟁사와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개인화 서비스다. ‘데이리스트(Daylist)’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청취 기록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매일매일 달라지는 플레이리스트다. 이용자가 특정 시간대나 요일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를 분석해 생활 패턴에 최적화된 곡을 들려준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장르, 적절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건 모두 기술력 덕분이다. 스포티파이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작년 R&D에 18억달러(약 2조4617억원)를 썼다. 이는 2022년보다 24% 늘어난 수치다.”
K팝과 관련해 발견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있나.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2014년 처음으로 K팝 플레이리스트를 출시했고, 이는 지금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다. 구독자는 550만 명에 달한다. 한국 음악은 전 세계에서 매달 약 58억 회 스트리밍된다. 이는 3년 전보다 70% 증가한 수치다. 거의 모든 대륙에서 스트리밍되는데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멕시코, 브라질, 인도, 태국, 한국, 캐나다순으로 한국 음악을 많이 듣는다.
다양성도 증가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직접 선곡해 만든 ‘에디토리얼 플레이리스트’ 를 통해 한국 아티스트가 이용자에게 처음 발견되는 횟수는 22억 회에 달한다. 한국 아티스트가 2023년에 스포티파이에서 창출한 수익은 1억3800만달러(약 1887억원)가량이다. 2019년 대비 세 배, 2017년 대비 여덟 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음악 시장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 가수나 음악 장르가 있다면.
“최근 신세대 K팝 아이돌 그룹이 매우 흥미롭다. 그밖의 장르 중엔 힙합에 관심이 많다. 특히 떠오르는 신인 래퍼에게 관심이 있다. 한국의 인디, 발라드, 록 음악도 재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