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박완수(오른쪽) 경남도지사가 10월 2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MR 선도 기업인 테라파워의 프레드 야푸니치 선임 매니저와 차세대 원전 부품·장비 설계와 생산,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중심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10월 2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에서 참석 귀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좌)박완수(오른쪽) 경남도지사가 10월 2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MR 선도 기업인 테라파워의 프레드 야푸니치 선임 매니저와 차세대 원전 부품·장비 설계와 생산,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중심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10월 2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에서 참석 귀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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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환경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움직임이 필요하고, 특히 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의 발전에 협력해야 한다.”(베로니크 루예(Véronique Rouye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국장)

“한국은 세계 SMR 산업의 주요 시장이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뛰어난 원전 생태계를 보유한 한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그레이엄 캘러웨이(Graham Calla-way)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공급망 총괄)

“경남은 원전 관련 기업 300여 개가 입주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중심지다. 앞으로 경남을 글로벌 SMR 제조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박완수 경남도지사)

10월 22일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 세계 원자력기구, 해외 선도 기업, 국내 전문가, 원전 기자재 기업 등 SMR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개화하는 SMR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그 중심에서 뛰어난 원전 기술력을 가진 한국의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국원자력학회가 주관했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메가와트)급 이하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1000~1500㎿) 대비 출력을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값비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대형 원전의 장점만을 취하면서 크기는 줄여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SMR의 의도다. 일례로 대형 원전은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입지가 바다 근처로 제한된다. 그러나 SMR은 바다에서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 위치 선정이 비교적 자유롭다. 또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구성 요소인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을 하나의 용기에 넣은 모듈 형태로 제작돼 비용과 건설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대형 배관 파단 사고 역시 원천 차단돼 있고, 사고가 나도 지하 격납 수조와 냉각재가 자연 순환해, 한 달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루예 OECD NEA 국장은 “SMR은 안정성과 실용성, 비용,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에너지의 궁극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MR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SMR 산업의 주요 의사 결정자가 협력할 수 있도록 원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SMR 시장을 선도하는 해외 기업 다섯 곳의 임원진도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한국 원전 기업이 글로벌 SMR 가치 사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레이엄 캘러웨이 뉴스케일파워 공급망 총괄은 “우리는 10곳 이상의 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했고, 현재 세계적으로 600개 이상의 특허를 신청한 SMR 선도 기업으로서 공급망의 안정화가 중요하다. 우수한 원전 생태계를 보유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드 야푸니치(Fred Yapuncich) 테라파워(Terrapower) 선임 매니저는 “한국,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 있는 다양한 공급 업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SMR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은 원전 기자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많은 기업이 우리 공급망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SMR 관련 로드맵 발표 예정 

벤저민 라인크(Benjamin Reinke) 엑스에너지(X-Energy) 부사장도 “두산, DL그룹과 SMR의 주요 기자재를 공동 설계하고 공급받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 다른 한국 기업과도 추가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싶다” 고 말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파워의 SMR 3대를 수주할 때 발생하는 매출은 APR1400 대형 원전 한 기를 수주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인 만큼,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MR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12대 국가 전략 기술 중 하나로 SMR을 꼽고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오는 2028년 허가를 목표로 ‘혁신형 SMR(i-SMR·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의 핵심 기술을 신속 확보해 표준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관은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가 SMR 실증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올해 말까지 SMR 관련 로드맵을 발표하고 한국형 SMR의 노형과 실증 일정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지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사무관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 여건을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과 SMR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정부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을 중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산업부 역시 원전 생태계 복원에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사무관은 “원안위는 규제 기관으로서 SMR 산업 발전에 발맞춰 국정 과제인 i-SMR뿐만 아니라 향후 제작될 경수형 SMR, 비경수형 SMR에 대한 규제 체계도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한국은 작년부터 약 4000억원을 들여 본격적으로 i-SMR 개발에 나섰다. 미국 등과 비교해 출발이 다소 늦었으나, 우수한 원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시홍 두산에너빌리티 용접기술팀 팀장은 “새로운 산업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개화하는 SMR 시장에 발맞춰 신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철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 실장은 “2030년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차세대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규제 기준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2028년까지 표준설계를 비롯해 기술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경남)=정재훤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