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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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살면서 불면증에 한 번이라도 안 걸린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정말 행운이다. 불면증을 겪은 사람은 안다. 밤이 어찌도 그리 길고 어두운지. 잠을 못 자면 밤에만 괴로운 게 아니다. 다음 날 컨디션도 안 좋고 기력도 없고 정신도 흐릿해서 생활에 지장이 많다.

불면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잠들기 힘든 입면 장애, 잠은 들어도 중간에 자주 깨는 수면 유지 장애, 몇 시간 못 자고 일찍 깨는 조기 각성이다. 이런 형태가 단독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불면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심리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제일 많은 원인이다. 특히 불면증을 일으키는 심리적 동반 질환이 있다. 가장 많은 질환이 우울증과 불안증이다. 우울증은 무기력이 주 증상인데 이상하게도 밤에는 각성 상태를 일으킨다. 불안증이 있으면 근육의 긴장도 심해지고, 심장박동수도 증가하는 생리적 과각성 현상으로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불면증이 있을 때 이런 기저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함께 치료해야 한다.

불면증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 달 이상 불면증이 지속되고 수면 환경 개선으로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불면증에 제일 효과적인 치료가 약물 치료지만 수면제에 대한 오해가 많아서 약물 치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가장 많은 오해는 한 번 수면제를 먹으면 잘못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의사의 적절한 처방에 따른다면 의존과 남용의 위험성은 거의 없다.

불면증은 수면 습관이 일시적으로 깨진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지속적으로 잠을 유지하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수면 리듬이 흔들린 것이다. 수면제는 수면을 일정하게 유지해 줌으로써 수면 습관을 회복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수면제를 단기간 사용해 수면 습관만 개선한 후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다. 수면제는 4주 이내 사용이 권장되지만 만성 불면증일 때는 좀 더 장기간 사용하기도 한다. 오남용과 부작용이 없다면 장기간 사용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불면증 치료제는 전통적인 항불안제 계통 수면제뿐 아니라 소량의 항우울제나 항정신성 약물도 사용된다. 이들 약물 부작용의 하나인 졸림 현상을 역으로 이용해서 불면증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순수한 불면증으로 치료받으러 갔는데 처방약 설명서에 항우울제나 항정신성 약물로 표기돼 있어 놀라는 경우도 있다. 이들 약물은 매우 적은 양을 사용하기에 우울증이나 정신병 치료와는 관계없이 오직 수면 유도 효과만 있는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항우울제나 항정신성 약물은 전통적인 수면제에 비해 내성 및 의존의 문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면제에 대한 의존성이 걱정되는 사람은 이런 계통의 약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의사의 지시에 따르면 단기간의 수면제 복용으로 만성 불면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약에 대한 괜한 걱정으로 불면증을 견디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