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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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되는 지금의 환경에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여러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 전체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인 카즈나(Khazna)의 요한 닐레루드(Johan Nilerud) 시니어 디렉터는 최근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카즈나는 2012년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설립한 데이터센터 기업이다. 이곳에서 데이터센터 전략 및 기획 사업을 총괄 중인 그는 “두바이 인근 10만㎡(약 3만 평) 부지에 짓고 있는 이 데이터센터는 2025년 말 본격 가동될 것”이라며 “전력 수전 용량(전력 회사로부터 받는 전력량)만 100㎿급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력 수전 용량 100㎿급의 데이터센터는 ‘하이퍼 스케일(초대형)’급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최소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데이터센터를 ‘서버 호텔’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재 카즈나는 UAE 내 데이터센터 네 곳을 보유 중이다. 추가로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네 곳까지 모두 완공되면 전력 수전 용량이 245㎿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2023년 네이버가 세운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각 세종(270㎿)’에 맞먹는다.

UAE가 이처럼 데이터센터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역내 인공지능(AI) 패권을 잡기 위해서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AI 개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UAE의 경우 아랍어 기반 AI 언어 모델 '팰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AI 분야 강국으로 꼽히는 만큼 데이터센터 수요가 상당하다. 닐레루드 시니어 디렉터는 “최근 늘고 있는 AI 개발 수요뿐 아니라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까지 커지면서 자국 에 세워진 데이터센터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UAE 두바이 인근에 있는  카즈나의 데이터센터. / 카즈나
UAE 두바이 인근에 있는 카즈나의 데이터센터. / 카즈나

새로 짓는 데이터센터를 소개해달라.

“10월에 열린 두바이 정보 통신 박람회 ‘GITEX’에서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번 데이터센터의 특징은 100㎿급의 거대한 규모뿐 아니라 AI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데이터 전송과 대용량 저장 장치, 높은 컴퓨팅 파워 등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고전력 요구 사항과 장비 밀집도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첨단 냉각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두바이 인근 도시 아즈만(Ajman)에 세워지는 이 데이터센터는 2025년 말 가동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UAE는 어떤가.

“데이터센터 시장은 매우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일부 추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UAE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800㎿에 이를 수도, 그 두 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고 있다. 데이터센터 시장의 기회는 계속 커지고 있으며, 이 시장의 한계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AI 강국을 꿈꾸는 UAE에 데이터센터가 중요한 이유는.

“UAE는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 중 하나다. 2030년까지 최대 960억달러(약 133조원)를 AI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UAE 국내총생산(GDP)의 약 14%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 AI 언어 모델을 구축하려면 많은 데이터 용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인 정보 보호와 안전성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면서 UAE 내부에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 역시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이런 수요를 모두 충족하는 인프라다. 공항을 생각하면 쉽다. 공항을 통해 다양한 항공편이 지원되는 것처럼,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전달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GPU(그래픽 저장 장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힐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떤 냉각 시스템인가. 고온다습한 사막기후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가.

“우리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의 핵심은 내장된 기술 그 자체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단열 외기 냉각(adiabatic free cooling)’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극한의 온도와 환경 조건에서도 적은 에너지로 우수한 냉각 효과를 보장하는 최첨단 냉각 기술이다. 이와 함께 두 가지 형태의 액체 냉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첫째는 침수 냉각으로, 하드웨어 자체를 비전도성·불연성 절연액에 담그는 방식이다. 절연액은 공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열을 흡수한다. 그래서 열을 흡수해 가열된 물이 증기로 변할 때 다시 응축하면서 냉각을 돕는다. 두 번째는 직접 반도체 칩을 냉각하는 방식인데, 파이프를 통해 액체 냉각제를 칩 위 냉각 플레이트에 전달해 열을 빼앗는다. 추출된 열은 냉각 시설로 다시 운반돼 대기로 방출된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수다. 어떤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계획인가.

“우선 UAE는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개최했을 정도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중동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원전을 도입한 국가다. 안정적인 전력을 얻기 위해 UAE는 원전을 ‘에너지 믹스(다양한 에너지원 활용)’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적극 투자하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센터에는 기본 전력원을 사용하는 동시에 보조 에너지로 태양광과 풍력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저장이나 처리를 위한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인프라다. 일례로 우리의 파트너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에 2028년까지 투자하면서 약 1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는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관련된 산업 전반에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데이터센터 같은 디지털 인프라가 잘 구축되면 여러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어디에서 조달할 예정인가. 한국과도 협업 가능성이 열려 있나.

“물론이다.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고객(입주사)이 직접 구매하겠지만, 우리는 지역 내 최대 AI 기술 그룹인 ‘G42’의 일원으로 GPU를 비롯한 다양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확보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과 협력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Plus Point

전 세계, 데이터센터 설립 경쟁
AI로 수요 폭발…한국도 가세

최근 몇 년 새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AI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22년 3100억달러(약 431조원)였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8년 4360억달러(약 606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20%가 AI 개발에 사용된다고 한다. 특히 자국 내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데이터센터가 가까이 있을수록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며,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현지 규제나 간섭을 받으므로 지정학적 이유로도 자국 내 두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2023년 38개에서 2028년 63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도 앞다퉈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고 있는데, 일례로 전남도는 2037년까지 165만㎡(약 50만 평) 부지에 총 1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파크를 조성하고 데이터센터 25개 동을 세울 계획이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