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를 보면서 가끔 건강 강의 의뢰가 들어올 때면 오랜만에 가운을 벗고 어디든 향한다. 강의하면서 제일 긴 시간을 들이는 분야는 Q&A(질의응답) 시간이다. 한 번은 30명 정도 강당에 모여 강의를 하는데 허리가 아픈 어르신의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각자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의사인 필자가 볼 때는 거의 비슷한 질환으로 반복되는 질문이 많다.
환자는 이미 만성통증에 시달리더라도 병원 문을 열기 전까지 여러 번 통증을 경험하고서야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병을 키워 오는 환자도 많다. 따라서 척추 건강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통증이 발생하는 위치와 그에 따른 증상은 척추 질환의 징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첫 번째, 통증 위치는 진단의 첫걸음이다. 허리 통증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로 방사될 경우 이는 신경이 눌리는 문제를 시사한다. 방사통이란 특정 부위에서 느끼는 통증이 신경의 경로를 따라 다른 부위로 퍼지는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신경이 눌리거나 자극받을 때 발생하는데 통증이 발생한 원인이 있는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서도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리(요추) 디스크가 있는 경우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로 방사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목(경추) 디스크가 있을 때 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 팔, 손으로 퍼질 수 있다.
두 번째, 어떤 활동 중에 통증이 발생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자세나 운동이 통증을 유발하는지 걷기, 앉기, 서 있기 등 특정 활동에 따라 통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허리 디스크는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심한데 허리를 펴고 걸으면 통증이 점점 좋아진다. 협착증은 반대로 허리를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데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이 있다. 디스크라면 일상생활에서 허리 압력을 줄이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하며 협착증의 경우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구부리고 행동하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할 때 허리 보호대를 착용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통증의 성격과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 통증이 날카롭거나 쑤시는 느낌인지, 지속적이거나 간헐적인지에 따라 치료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
간혹 협착증으로 인해 발바닥 감각이 둔해 족부 질환으로 알고 정형외과 치료를 받거나 발바닥에 한방 치료를 오랫동안 받는 이도 많다. 만약 허리나 허벅지는 멀쩡하고 종아리 밑으로만 통증이 있다면 정형외과적 질환이 맞지만, 오랫동안 허리가 아팠던 환자가발바닥 감각이 둔하다면 질환의 심각성을 나타낼 수 있다.
목도 디스크나 협착증이 있을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 손의 힘이 약해져 물건을 쥐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신경 손상의 징후일 수 있으므로 빠른 시일 내 전문의 진료를받아야 한다.
이렇게 통증의 위치, 활동 중의 변화 그리고 통증의 성격을 잘 이해하면 척추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원해 진료를 받을 때 의료진이 빠르게 병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척추 질환은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세월의 병’이나 ‘생활 습관병’이라고불리기도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인 변화와 손상이 축적되면서 통증이 만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잘못된 습관이 척추를 병들게 할 수 있으므로 일상에서 지속적인 통증을 느낀다면 정기적인 검사로 척추 건강을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