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몇 년이 지나간 지금, 세계경제는 마침내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하락과 전반적인 경제성장률 상승이라는 평온함 이면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는 민간 부문의 신뢰도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브루킹스-FT 타이거 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성장세는 탄력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약하고 단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 경제 강세가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과 인도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을 포함한 많은 신흥시장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부채 부담 증가, 무능한 정책 결정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기업, 소비자 신뢰도가 낮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민간 부문의 낮은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증시와 괴리감이 있다.
이는 점진적인 인플레이션 하락과 고용 시장 호황으로 연착륙이 확실시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력한 임금 상승과 함께 (기업 실적 호조를 예고하는) 주가 상승은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암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지속할 수 있는 좋은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화한 소비자 신뢰도는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을 반영한다. 이러한 정서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른 선진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일부 남유럽 국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의 핵심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 독일은 높은 에너지 비용, 생산성 성장 정체, 중국과 수출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 문제로 경제 및 정치적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할 조짐을 보인다. 부진한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계속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통화정책 완화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 투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또 생산성 성장도 저조하며, 재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등 다른 국가와 노선을 달리했지만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마저 흔들리고 있다. 물론 ② 새로운 통화 완화 및 재정 부양책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만으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을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민간 부문의 신뢰도는 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 부재로 인해 강한 타격을 받았고, 이는 가계 소비 약화, 기업 투자 약화로 이어졌다. 중국은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가계에 대한 소득 지원, 감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관계 재조정 등 새로운 재정 정책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생산성 성장을 되살리고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보다 심층적인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인도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강력한 인프라 투자와 고부가가치 제조업, 서비스 부문의 급속한 확장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지출 증가와 양호한 은행 건전성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농업 부문 실적 부진으로 인한 역풍을 상쇄했으며, 신중한 통화·재정 정책은 금융시장을 강화했다. 또한 인도는 두 가지 글로벌 트렌드로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글로벌 금리 하락은 인도로의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많은 주요 경제국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이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인도로의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가까운 인도네시아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강력한 정책 프레임워크 덕분에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외에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과 멕시코가 건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많은 다른 나라가 대규모 재정 적자,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 큰 환율 변동성, 대중국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 비교적 잘 견디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은 러시아의 장기적인 경제성장 잠재력을 약화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전 세계 정책 입안자는 성장의 근본적인 장애물을 해결할 기회를 얻게 됐다. 즉, 공공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고, 가계와 기업 신뢰를 증진하며, 생산성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 재화, 금융시장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필수적이다.
Tip
① 브루킹스연구소와 FT가 공동 개발해 2003년 1월부터 산출하고 있는 주요국 경제 종합 지수. G20의 국내총생산(GDP), 수출입 증가율, 주가지수, 금융 변동성, 기업·소비자 신뢰 지수를 종합해 지수화한 것으로 세계경제 회복 정도를 파악하는 지수로 사용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따로 측정하며 종합 지수도 발표한다.
② 중국 인민은행은 9월 24일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를 중심으로 한 경기 부양책을, 재정부는 10월 8일 채권 발행 확대를 통한 재정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어 10월 21일 대출우대금리(LPR) 인하가 3개월 만에 다시 단행됐다. 인민은행은 5년물 LPR을 3.85%에서 3.6%로, 1년물 LPR을 3.35%에서 3.1%로 각각 0.25%포인트 낮췄다. LPR은 20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평균치다. LPR을 공시하면 모든 금융사가 대출에 참조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이 1년에 LPR을 세 번 인하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