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되면서 미·중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 글로벌 리스크(risk·위험) 예측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얼마 전 기자와 서면 인터뷰에서 “수사법과 수단, 목표에 있어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트럼프가 시작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심화시킨 ‘탈(脫)중국’ 및 분리 정책은 중국이 미국의 주요 적대국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광범위한 초당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對)중국 정책의 차이는 전술적인 부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액이 2023년 5750억달러(약 789조2450억원)에 달할 만큼 두 나라는 여전히 서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사상 최고 무역액(6906억달러)을 기록한 2022년에 비해 감소하긴 했지만 서로 간 경제 수준과 구조 차이가 큰 만큼 단기간에 의존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소비력을 갖춘 14억 거대 소비 시장의 매력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도 포기하기 어렵다. 미·중 갈등 와중에도 민간 교류를 지속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다.
일련의 상황 변화 속에서 중국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모색하고 있을까. 마침 최근 한국에 온 중국 기업인 두 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구인·구직 포털 하이어드차이나의 최고경영자(CEO) 예치팅(葉啓庭) 대표와 스타트업 창업 솔루션 제공 기업 36kr(36氪)그룹의 동보(董博) 부총재가 주인공이다. 두 회사 모두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컨설팅 기업 피더블유에스그룹(대표 박지민)이 주최한 한중 교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11월 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에서 둘과 마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각자의 회사 소개 부탁한다.
예치팅(이하 예) “2005년에 창업해 올해로, 햇수로 20년째를 맞았다.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현지 채용을 돕는 게 주된 역할이다. 스타트업이 주 고객이지만, 대기업의 고위급 임원 채용을 돕는 헤드헌팅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동보(이하 동) “베이징의 스타트업 창업 메카인 중관춘(中關村)에서 2010년에 설립했다. 36kr그룹은 과학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기업 36kr과 교육과 인적 교류, 자원 매칭 등을 통해 창업 성공을 돕는 KSI 등으로 이뤄졌다(동 상무는 KSI의 CEO를 겸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와 펀드 투자를 책임지는 자회사도 두고 있다. 원스톱 창업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중국 내에서 위상은 어느정도인가.
예 “전 세계에서 600만 명이 넘는 인재 데이터 베이스를 보유 중이다. 지금까지 사이트에 등록한 기업은 5만 개를 헤아린다. 총 123개국에서 사업 중인데, 외국인 구직자 수에서 압도적으로 중국 1위다. 본사는 홍콩에 있고, 베이징·선전·광저우 등 1선 도시에 사무소가 있다. 해외에는 미국·일본·영국·호주·이탈리아·싱가포르·네덜란드 등에 진출해 있다.”
동 “미디어 서비스인 36kr을 2019년 미국 뉴욕 증시 나스닥에 상장했다. 중국에서는 스타트업 펀딩 정보의 80% 가까이가 36kr에 보도 요청이 올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구독자 중에는 창업자와 정부 관계자, 과학자가 많다. 36kr을 통해 소식이 전해지면 추가 투자를 받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정립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공신력의 핵심은 과학기술 흐름에 밝은 100명 정도의 젊은 기자다. 기사에 첨부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QR코드를 통해 기자에게 추가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예 “회원이 되려면 1년에 회비로 1만~10만위안(약 193만~1930만원)을 내야 한다. 1만위안을 내면 연간 10개 일자리 구인 정보를 올릴 수 있고, 200명의 구직자와 연결 가능하다. 헤드헌팅 서비스의 경우 회원의 구직을 성공시키면 연봉의 25~30% 정도를 한 번에 받는다.”
동 “유료 콘텐츠를 보기 위한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1년에 1000~2000위안(약 19만3000~38만6000원)을 내야 한다. 분야마다 가격 차이가 있다. 36kr은 아시아판, 일본판, 유럽판이 있는데 아시아판은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영어로 발행한다.”
미국에서 사업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예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현지에 고위 임원을 파견하고 싶어 하는데 비자 관련 어려움이 있어 현지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은 주마다 노동법과 고용보험 관련 규정 등이 달라서 현지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하이어드차이나의 미국 사무소는 뉴욕에 있는데 직원은 두 명뿐이다. 소셜미디어(SNS) 중심으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아직 많은 인원이 필요하진 않다.”
동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36kr이 ‘과학기술계의 블룸버그’로 성장하길 원한다. 미국 사업에 어려움이 있지만 ‘혁신’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변함없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미국과 교류는 여전히 중요한가.
예 “중국과 미국의 경제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면 미국의 고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인도 중국 기업을 통해 남미와 베트남 등 전 세계 여러 곳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다.”
동 “전 세계적으로 정치 환경에 굴곡이 있지만 그렇다고 민간 교류까지 멈출 수 없다. 중국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물을 전 세계와 기꺼이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도 더 성장하고 수익을 키울 자신이 있다.”
중국 경제의 현 상황은 어떻게 보나.
예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상품 품질 개선에 집중하는 전환기로 볼 수 있다. 구인·구직 수요를 놓고 보면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로봇 등 분야의 경기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
동 “중국에는 6G(6세대 이동통신)와 블록체인,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많다. 새로운 기술이 있다는 건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이 늘면서 경제도 활기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
방한 목적이 궁금하다
예 “어떤 방식으로 한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 한국의 구인·구직 업체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 관계자도 만날 예정이다.”
동 “36kr의 한국어판 관련 논의를 위해 왔다. 피더블유에스와 협력해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과 한국 진출을 원하는 중국 기업을 서로 연결해 도움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