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4일(현지시각) 미 대선 유세 중 피격을 받은 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4일(현지시각) 미 대선 유세 중 피격을 받은 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

“역사상 없는 정치적 승리를 했다. 나는 미국을 치유할 것이고, 국경을 포함한 미국에 관한 모든 것을 고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11월 6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2시 30분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승리가 확실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모두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 미국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경을 굳게 닫을 것이고, 사람들이 미국에 올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CNN 집계에 따르면, 11월 5일 치러진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부통령 당선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미 동부 시각 기준 7일 오후 7시 20분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95명을 확보, 226명에 그친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트럼프 당선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폭풍처럼 돌아왔다”라고 평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대성공”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0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을 탈환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노믹스, 전 세계 휩쓰는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재집권으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트럼프노믹스’도 2막을 맞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중국에 관세 폭탄을 안기며 이른바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 더 센 관세정책을 공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매기고, 다른 수입품에는 10~ 2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했다.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기업의 매출 증가와 제조업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레그 입 WSJ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2기에는 관세가 협상 도구를 넘어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그 어윈 다트머스대경제학 교수는 WP에 “다른 나라가 보복에 나서면 세계무역 장벽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세계경제는 서로 얽혀서 이를 떼어내려고 하면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WP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를 19세기 후반처럼 고립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보편 관세 매기면 韓 수출액 62조원 감소

트럼프 행정부 1기를 경험한 유럽은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주도해 ‘신속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미 대선 이후의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트럼프노믹스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앞서 2018년 하반기 중국 실물경제는 미국 대중국 고율 관세가 본격화하면서 지표가 하락했다. 당시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3.9%) 이후 가장 낮은 6.6%로 나타났다. 현재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고, 부동산 붕괴, 소비 심리 위축이 겹친 중국에 미국이 관세 60%를 실현할 경우 경제성장률이2.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UBS는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당선인이 1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152억~304억달러(약 21조~42조원) 감소하고, 다른 국가의 대미 수출이 줄어 한국산 중간재 수요 감소로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67~0.2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RA·칩스법 수정… 삼성·현대차 된서리

트럼프 당선인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도 뜯어고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전기차 등에) 주고 있다”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그린 뉴 스캠(신용 사기)’”이라는 발언을 해 왔다. 

또 칩스법에 대해 “보조금을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게 매기면 해외 기업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법 개정 이전에 행정명령 등으로 IRA·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했던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셈이다. 반도체 기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에 66조원을 투자하고, 9조원의 보조금을 받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했다. 

감세와 반이민정책, 美 인플레이션은 계속

트럼프 1기 당시 도입된 각종 감세 조치는 2025년 종료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영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행 21%인 법인세율을 15% 낮추고, 근로자를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도 추진할 전망이다. 줄어든 세수는 관세를 높여 충당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미국 비영리단체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공약 실현 시 향후 10년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는 7조5000억달러(약 1경300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강력한 반이민정책도 예고한다. 불법 이민자 추방에 협조하지 않는 지역에 연방 보조금을 중단하고, 동참 지역에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런 트럼프 당선인의 추가 관세와 감세, 반이민정책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급상승할 우려가 나온다. CBS는 “수입되는 상품 비용을 증가시키고, 감세 역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