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로이터연합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로이터연합

숏폼(짧은 동영상) 열풍을 불러온 원조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張一鳴·41)이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연구소가 10월 29일 공개한 중국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장이밍은 순자산 3500억위안(약 67조5675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최초의 자수성가한 ‘바링허우(1980년대생)’ 부자이자 2009년 이후 최연소 부자다. 중국 계면신문은 “바이트댄스의 좌절과 성공은 장이밍이 어렸을 때의 사고와 생활 방식에서 일찍이 예고됐다”라고 했다.

장이밍은 1983년 중국 푸젠성 융딩구의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지방정부 과학기술위원회에서 근무하다 전자제품 공장을 차렸는데, 집에서 과학 연구 프로젝트와 발명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란 만큼 장이밍은 진취적 성향을 보이게 됐다. 

그가 대학을 선택할 때 내세운 기준 중 하나가 ‘집과 먼 곳’이었다는 점은 그의 독립심을 잘 드러낸다. 그는 톈진에 있는 난카이대 소프트웨어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그는 컴퓨터에 푹 빠져 살았다.

장이밍은 모범생이었다. 친구들이 데이트와 게임 등으로 인해 수업에 결석할 때도 그는 동참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생활은 책을 읽고, 코드를 짜고, 컴퓨터를 수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자신이 규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며 ‘도덕 챔피언(狀元郎)’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잠자는 것이 지루하지만 매일 7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지만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 등 운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이밍이 알고리즘 예찬론자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장이밍은 사랑 역시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적 있다. 그는 “세상에 나와 맞는 2만 명이 있다면, 그중 한 명만 찾아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라고 했다. 이러한 알고리즘 덕분에 지금의 장이밍이 있다. 틱톡이 성공한 비결은 사용자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적시에 추천하는 알고리즘 덕분이다. 중국 내에서는 틱톡 숏폼이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장이밍을 ‘세계 최대의 마약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창업은 행복하고도 외로운 과정”

하지만 장이밍이 처음부터 바이트댄스를 창업해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그는 2005년 대학을 졸업한 후 막 창업한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인 쿠쉰에 입사, 검색엔진 연구 및 개발을 담당했다. 1년 만에 회사 내 기술위원회 주석에 올랐고 회사도 승승장구했지만, 2008년 경영진과 의견 충돌로 퇴사했다. 그는 대기업의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했지만, 역할의 한계로 인해 반년 만에 떠났다.

이후 지금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과 의기투합해 소셜미디어(SNS)인 ‘판토우닷컴’을 창업했다. 판토우닷컴은 현재 중국 최대 SNS이자 중국판 X(옛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와 비슷한 형태로, 웨이보보다 2년 먼저 출시됐다. 하지만 정보 관리 부실로 1년가량 사용 정지를 당했고 그 사이 웨이보가 치고 올라가면서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2009년엔 투자받아 부동산 플랫폼인 ‘지우지우팡’을 개발, 가입자 150만 명으로 부동산 앱 1위를 기록했다. 지금도 지우지우팡은 중국 내 최고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꼽힌다.

장이밍은 이때 모바일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대규모의 포괄적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에 2012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베이징 중관춘에서 바이트댄스를 설립했다. 바이트댄스가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뉴스 추천 서비스인 ‘진르터우티아오’였다. 사용자가 뉴스를 찾아보던 것에서 관심 있는 뉴스를 배달해 주는 것으로 뉴스 소비 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출시 90일 만에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유치했다. 이에 힘입어 2016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을 출시했다.

바이트댄스의 글로벌 숏폼 플랫폼인 틱톡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치권의 강제 매각 요구 등 압박 속에서도 Z 세대(1997~2010년생)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급증한 1200억달러(약 164조7120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에서도 미국 매출이 160억달러(약 21조9616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CB인사이츠에 따르면, 10월 4일 기준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2250억달러(약 308조8350억원)로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1위를 달리고 있다. 

장이밍은 창업에 대해 “행복한 과정이지만, 외롭기도 하다”라고 했다. 실패할 경우에 대해선 “일찍 죽고 일찍 하늘로 가는 것이니, 앞만 보고 가면 된다”라고 했다. 

Plus Point

中 부자 직업도 변화…부동산 지고 빅테크가 대세

중국 부자 순위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중국 경제가 변화하는 경로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과거 부자 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던 부동산 업계 거물이 대거 탈락하고, 이제는 온라인에서 각종 서비스를 선보이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업계 수장이 부자 리스트 상위권을 속속 차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동산 의존도가 약화하고 서비스업 등 내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중국 후룬연구소의 중국 부자 리스트를 보면, 상위 다섯 명 중 세 명이 빅테크 업계에 속해 있다. 1위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에 이어 3위는 마화텅(馬化騰·53) 텐센트 창업자가 차지했다. 그의 재산은 3150억위안(약 60조8108억원)이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이자 세계 최대 게임 업체이며, 텐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 사용자는 무려 13억 명에 달한다. 4위는 재산 2450억위안(약 47조2973억원)의 황정(黄峥·44) 핀둬둬 창업자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가 핀둬둬의 성장 동력이다. 상위 다섯 명 중 나머지 두 명은 식음료 기업 농푸산췐의 종샨샨(鐘睒睒·70) 회장과 가전 기업 메이디그룹의 허샹젠(何享健·82) 창업자가 각각 2위, 5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자산이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증가하며 이목을 끈 인물도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趙長鹏·47) 창립자다. 그의 재산은 1350억위안(약 26조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그는 올해 5월 미국에서 자금 세탁 방조 등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이던 지난해 11월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났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엔 비영리 교육 플랫폼 운영과 블록체인·인공지능 업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빅테크 업계 수장이 주요 부자 순위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과거엔 달랐다. 2019년까지만 해도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그룹의 쉬자인(許家印·66) 회장과 양후이옌(楊惠妍·43) 비구이위안 회장이 3위, 5위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분야의 위세가 강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재벌이 부자 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매체 금융계는 “부동산 업계에서 (부자) 명단에 오른 사람의 비중은 10년 전보다 절반 아래로 감소해 올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라고 했다. 2013년, 2015년, 2016년 연이어 최고 부자에 올랐던 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70) 완다그룹 회장은 자산이 10년 전보다 80% 이상 줄어 올해는 아예 부자 리스트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중국은 지방정부, 부동산 개발업체, 국유은행이 함께 일으킨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제를 일으켰지만, 이 과정에서 쌓아 올린 빚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에 중국 정부가 개발 업체를 적극 지원하기보다는 구조조정으로 방향으로 틀었고, 개발 업체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져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대신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빅테크에 겨눴던 규제의 칼날을 거두고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

베이징=이윤정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