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늘어나는 야미바이토
“착한 아이였는데….” 10월 16일, 요코하마에서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20대 남성 A씨의 가족이 밝힌 첫 마디다. A씨는 도장(塗裝)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던 평범한 젊은이였다. 가족과 살갑게 인사를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로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성실하게 살아온 청년으로 밝혔졌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야미바이토로 살인까지 저질렀을까. 올해 8월 이후 도쿄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 14건 가운데 11건의 범행에 직접 가담한 ‘ 실행역(범행 실행자)’ 32명이 최근 검거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이 야미바이토에 의한 사건으로 추정된다. 용의자는 20대가 대부분이며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고액 보수’ ‘고액 현금’ 등 구인 광고에 접근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광고를 이용하면 우선 휴대전화에 익명성이 높은 통신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참가자 자신의 운전면허증 등을 촬영한 사진을 보내라는 요청이 온다. 범행을 주도하는 ‘지시역(범행 지시자)’이 등장하는 건 그 이후다. 지시역은 응모한 사람들이 모일 장소를 정하고, 일부에게는 범행에 사용될 테이프나 망치 등을 준비하라고 한다. 참가자가 ‘범행의 실행역’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시점은 지시역의 얼굴을 처음 보는 집합 장소에서다. 흉악 범죄라는 걸 안 뒤 현장에서 망설이면 “당신 집을 알고 있다” “가족이 어떻게 되어도 좋은가”라고 위협한다. 범행 현장에 들어가면 지시역이 통신 앱을 통해 “금고가 있는 곳을 찾아라” 등의 구체적인 명령을 내린다.
대형화, 흉포화 되는 야미바이토
요코하마 주택가에서 75세 남성이 손발이 묶인 채 피를 흘리며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당일, 지바현 시로이에서도 70대, 40대 모녀가 사는 집에 강도가 침입해 모녀를 결박한뒤 현금 등을 빼앗아 갔다. 도쿄, 지바, 사이타마, 가나가와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의 경우 범인은 창문을 깨고 침입한 뒤 피해자를 폭행하고,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이번에 실태가 드러난 일련의 사건은 SNS를 통해 일시적으로 모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공통점이다. 범행을 직접 벌이는 실행역들은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한 사이였다. 이들 범죄 모두 SNS에서 실행역을 모은 야미바이토와 연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사건에서 실행역에게 지시를 내렸던 통신 앱 계정이 동일해 배후에 같은 지시역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야미바이토 범죄는 최근 잦아지고, 흉포화하는 양상이다. 올해 4월 도치기현에서 발생한 50대 부부 살인, 주검 훼손 사건이 대표적이다. 유명 아역 배우 출신 20대 등이 용의자로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털어놨다. 올해 5월에는 지바현 후나바에서 고등학생이 80대 할머니의 돈을 가로채려다가 사기 미수 혐의로 체포된 뒤 “아르바이트를 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시청 ‘인터넷 게시물 삭제 현황(2023년 2월~2024년 1월)’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주요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한 유해 게시물 3379건 가운데 2411건이 삭제됐다. 이 가운데 야미바이토 게시물이 2136건에 달했다.
중범죄 야미바이토, 예방법은
일본에서 강도 범죄는 5년 이상 유기징역(원칙 20년 이하)이다. (형법 236조 1항) 최소 5년 형이기 때문에 상당한 중죄에 해당한다. 강도 단계로 이어지지 않은 준비 행위 단계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동법 237조). 강도 행위로 사람에게 위해를 끼쳤을 경우에는 6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이다(동법 240조). 더 나아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사형 혹은 무기징역의 처벌이 내려진다(동법 240조). 인터넷에는 ‘무기징역이어도 금방 나올 수 있다’는 소문도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법무성에 따르면, 2022년에 가석방된 무기 복역수는 6명, 석방되지 못한 채 사망한 무기 복역수는 41명이다. 2022년의 가석방 시점 당시 평균 수형 재소 기간은 45년 3개월을 기록했다.
범죄 조직이 ‘가족에게 위해를 끼친다’며 협박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의 가족에게 일부러 위해를 끼치기 위해 오는 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범죄 조직 구성원은 자기 조직을 ‘회사’라고 칭한다. 그들에게는 ‘사기’도 ‘강도’도 모두 돈이 되는 ‘비즈니스’ 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말단 조직원이 자수해도 자신은 붙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말단 조직원이 도망치면 바로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범죄 예방 전문가들은 “아직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바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흉기 등을 준비했을 경우, 강도 예비죄(형법 237조, 2년 이하 징역)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자수한 점이 인정돼 형량이 가벼워지고, 고소당하지 않고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강도 행위를 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범인을 모르는 상태라면 자수한 점을 인정받아 형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야미바이토 피해가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0월 말 범죄 예방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SNS의 정보 파악이나 (범죄 실태를 알리는 등의)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방범 순찰 차량이 필요하면, 예산 확보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야미바이토와 관련해 상담하러 온 사람 및 그의 가족을 확실히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소년은 부족한 용돈 벌이의 미끼에 걸려 범죄자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이들은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으로 큰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자녀의 범죄 행위가 발각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모르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야미바이토는 저성장기 일본 사회 변화의 어두운 결과물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빈곤층이 많아지고, 1인 가구 증가와 디지털화에 따른 전통적인 가족 해체에도 원인이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세계 최고 디지털화와 함께 가족 해체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야미바이토란
일본에서 야미바이토(闇バイト·やみバイト)는 고액의 보수를 받는 대신, 범죄 행위를 대행하는 아르바이트를 지칭한다. 야미바이토를 모집하는 ‘익명·유동형(流動型) 범죄단체’ 등 범죄 그룹은 ‘고수입’ ‘고액 보수’ ‘고액 아르바이트’ ‘간단한 일’ 등을 내걸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유혹한다. 지인을 통해 권유하거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 인터넷 게시판, 구인 사이트를 주로 활용한다. 야미바이토는 ‘어둠’과 ‘아르바이트’를 합해 만든 일본 신조어다. ‘야미’로 발음되는 闇의 원래 의미는 빛이 없는 상태, 즉 ‘어둠’을 뜻한다. 그래서 ‘야미’가 붙은 단어는 일본에서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불법 상품이 거래되는 암시장을 가리키는 ‘야미이치바’가 대표적이다. ‘바이토’는 노동이나 일을 뜻하는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에서 유래한 외래어다. 우리말로는 보통 ‘어둠의 아르바이트’ 또는 ‘불법 아르바이트’로 번역된다. 2020년대 들어 야미바이토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살인까지 연결되는 등 범죄가 흉포화하고 있는 데다 청소년 가담자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야미바이토 관련, 강도·절도 사건으로 체포되는 10~20대가 크게 늘어 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