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엔 엄청난 낭보가 두 번 있었다.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그에 앞선 3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음악계 노벨상’ 수상 소식이다. 이제 스무 살인 청년 음악가가 생애 최초로 발매한 독주 음반 ‘쇼팽: 연습곡’으로 세계적 권위를 지닌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피아노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직업 본능으로 그의 얼굴을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기록으로 우승했을 때 이미 그의 얼굴을 보며 천재성을 확인 했지만, 18세라는 나이는 얼굴을 읽기엔 너무 젊었다.
임윤찬의 연주 영상에 푹 빠졌던 필자는 국내 공연마다 ‘피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필자와 같은 상황이었던 한 지인은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마침내 뉴욕필 공연 티켓을 샀다고 환호했다.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연주 영상이 1000만 조회 수를 거뜬히 넘기며 ‘임윤찬신드롬’을 일으킨 그야말로 ‘혜성’처럼 날아온 피아노 스타 임윤찬.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들으며 그의 얼굴을 읽어보았다.
인상학자의 시선으로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곱게 머리를 빗은 상태로 숨죽이며 연주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피아노 선율에 실렸다. 머리가 흔들리고 머리카락이 흩날리다가 공작 날개처럼 일어선다. 음악의 정령이 씐 듯 신들린 연주다. 뚝뚝 떨어지는 땀줄기를 보며 엄마 마음으로 그의 건강이 걱정된다. 하지만 풍성한 머리숱에다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머리카락의 탄성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확인한다.
임윤찬이 연습광이라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다, 지난 4월 음반 발매 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두 음절을 연습하는 데 7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대개 노력으로 성공한 이는 이마가 둥글지 않고 편평하고 이마에 굴곡이 있다. 그런데 임윤찬의 이마는 둥글고 매끈하다. 이마는 하늘이나 조상으로부터 내리는 복을 받는 마당이다. 이마가 둥글게 잘생겨 10대에 이미 ‘잘나가는’ 운기를 타고났다. 음악 신동치고는 늦은 나이 7세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시작, 11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15세에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군 면제를 받았다. 예원학교 전체 수석 졸업, 16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으로 월반 진학, 밴 클라이번 우승에 그라모폰 수상까지, 이 화려한 이력이 매끈한 이마에 담겨 있다.
눈썹의 앞부분이 고와 성정과 감성이 곱고 인간관계도 좋다. 뒤로 갈수록 눈썹이 진해지고 눈썹 털이 서 있어 맹수처럼 달려간다. 빨리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을 거듭한다. 일반인이라면 직설적인 성격이라 하겠지만, 예술가라 ‘가장 높은 기준을 향한’ 분투라고 본다.
눈이 가로로 길어 멀리 본다. 음악가에게 ‘멀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먼 세계다. 악보를 보고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색깔을 입혀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내는 것,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것이다.
눈동자가 위로 뜨는 느낌이 든다. 어지간한 것은 건너뛰고 넘어서는 눈이다. 일반인인 경우는 소위 ‘보이는 게 없는’ 조금은 오만한 눈이지만 예술가에게는 세상에 시선을 맞추기보다는 자기만의 세상을 찾는 눈이다. 18세 청소년이 ‘산속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다. 10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도자의 특성이 눈에 있다.
그는 리스트의 피아노 연작 중 ‘단테 소나타’ 부분을 연주하기 위해 여러 출판사의 ‘단테’ 번역본을 모두 섭렵해, ‘외우다시피 할 만큼’ 읽었다고 한다.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만 만족하는 에너지가 눈썹과 눈에 있다. 눈꺼풀에 주름 같은 줄이 있어 섬세하고 세심하다.
눈동자가 크고 약간 튀어나와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고 독창적이다. 창문에 커튼을 드리운 듯 내면을 쉽게 내어 보여주지 않는 눈이라 겉으로 표현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다. 음악이라는 커튼 안에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그 안에서 큰 눈동자의 감성을 마음껏 표현하고 발휘한다.
코의 뿌리 부분인 산근이 살짝 들어가 35세부터 43세까지는 어쩌면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를 능가하는 신동이 튀어나올까?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41~43세를 기점으로 명성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코가 두꺼워 건강하고 자신의 위상도 튼실하다. 콧대가 살짝 휘어 마음이 한 번 틀어지면 잘 풀리지 않는다.
관골이 넓적하다. 대인관계에서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명예심이 강하다. 관골이 앞으로 튀어나온 공격형이 아니라 옆으로 퍼진 수비형이다. 자신의 일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그 명성을 오래오래 지키게 될 것이다. 수비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고지에 서기 때문이다. 큰 관골과 두둑한 턱에도 현실 에너지가 있다. 피아노를 칠 때는 피아노 세상에 몰입하지만, 건반에서 손을 떼면 현실 속의 자신을 발견한다.
양쪽 콧방울이 빵빵하지 않지만 스무 살이라 그럴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후학을 양성하고 수입이 많아지고 명예가 높아져 콧방울에 탄력이 붙는다. 지금은 연습에 몰두하느라 늘 심각한 표정으로, 웃을 시간이 적다. 사람과 더 교류하는 세월이 쌓이면 40대 중반을 관장하는 관골이 힘차게 솟고 콧방울에도 탄력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중년에 더 빛을 발한다.
미소 선인 법령이 흐리다. 법령이 확실하면 직업이 안정된다고 하지만, 일을 취미처럼 즐기는 사람은 마음이 소년이라 법령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는 평생 즐기며 피아노를 칠 것이므로 분명한 법령을 기약할 수는 없다.
임윤찬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말수가 적고 어눌한 듯하나 은근한 달변가다. 갈매기 입술이라 그렇다. 소신을 밝힐 때는 가로로 긴 눈으로 생각을 깊이 한 후 갈매기 입술로 깜짝 놀랄 정도의 멋진 말을 내놓는다. 아랫입술 가운데가 갈라져 건강한 매력이 있고 입술이 두꺼워 역시 정력적이다. 입이 크고 뚜렷해 통이 크고 담대하다.
턱 아래 가운데가 둥글게 살이 붙었다. 이제 스무 살인데도 벌써 자타공인 전문가의 턱을 갖추었다. 턱 끝이 갈라져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무서운’ 정신력이 있다. 양옆 턱뼈가 잘 발달한 U 자형 턱은 투지와 책임감 그리고 건강한 체력을 보여준다. 짙은 눈썹과 머리숱으로 보면 이 턱에도 수염이 풍성하게 잘 자리 잡을 것이다. 만년의 풍요와 좋은 배우자와 자녀, 잘 따라주는 후학을 잘생긴 턱이 예고한다. 단 웃는 시간을 좀 더 늘리고,타고난 건강에 자만하지 말고 체력 관리를 잘해 뺨 살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얼굴 관리는 만년까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운기 유지의 비법 중 하나다.
어느 지인의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스무 살 앳된 얼굴인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인상으로는 멀리 다른 곳을 보는 듯한 눈에 담긴 자조적 느낌과 약간 틀어진 코가 풍기는 ‘성질’ 때문이다. 하지만 인상을 넘어서는 카리스마의 원천은 임윤찬이 지닌 탄탄한 실력과 세계적 명성과 인기 그리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 강한 의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