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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 온 K씨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목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가래 때문에 답답해서 잠도 못 자겠어요. 그런데 이비인후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대요!”

우리 입과 코의 뒷부분은 인두로 서로 연결돼 있다. 인두는 교차로와 같다. 평소에는 코로 들어온 공기가 폐로 넘어가고 반대로 폐에서 나온 공기가 코로 나간다. 그러다가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면, 입에서 들어온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고 반대로 토할 때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를 통해서 입으로 나간다. 붐비는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나듯이 인두는 염증이 잘 생긴다. 이 염증이 바로 감기다.

감기에 걸리면 목이 아프다. 코에서 콧물이 뒤로 넘어가거나, 기관지에서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인두에는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거나 공기가 위로 넘어가지 않도록, 매우 정밀한 센서와 차단 장치가 있다. 만약 이 센서에 과부하가 걸리면 염증이나 덩어리가 없어도 목 안에 무엇인가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것을 ‘인두 이물감’이라고 한다.

인두 이물감은 실제로 인두나 그 아래 성대가 있는 후두에 증상을 유발할 만한 염증이나 덩어리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육안으로 볼 때 아무런 염증이나 종괴 없이, 인두 점막이 살짝 붓거나 충혈되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인두 이물감 환자는 목 안에 덩어리가 걸려있는 느낌, 조이는 느낌 또는 가래나 다른 무언가가 붙어있는 느낌이 계속된다고 호소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인의 45%가 일시적인 목의 이물감을 경험한 적 있으며, 이비인후과에 내원하는 환자 3~4%는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원인은 인후두 역류 질환이다. 위산이 역류하면서 식도가 아닌 인두나 후두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질환은 역류성 식도염과는 달리 육안이나 내시경으로 염증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사가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면 환자는 암이 있는데 의사가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인후두 역류 질환은 인두 이물감뿐 아니라 쉰 목소리, 만성 기침, 삼킴 곤란, 후두 결절, 폴립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후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이 증상이 일반적인 치료가 듣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내시경이나 24시간 산도 검사 또는 식도 촬영 등으로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축농증(만성 부비동염)과 만성 비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인한 후비루 때문에도 인후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 편도선이 크거나 염증이 있는 경우, 구강 위생이 나쁜 경우, 흡연, 미세먼지 같은 공기 오염, 스트레스도 원인이다. 빈혈과 갱년기, 고혈압, 자율신경 장애 등도 원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위산 억제제나 항히스타민제로 위산 역류와 비염을 치료해야 한다. 위산 역류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삼가야 한다. 즉, 담배와 술은 끊고 과식하지 않아야 한다. 기름기 많은 음식과 초콜릿, 카페인, 탄산음료 등도 피하고,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구강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 비만도 위산을 역류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므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

인후두 이물감은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으로 대부분 완화된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큰 경우는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를 사용하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인후두 이물감은 재발이 잘 되므로 꾸준한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이 매우 중요하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